원광대 한중관계브리핑 (프레시안)
[2018.06.08] 중국, 제2의 화타 탄생하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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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관계연구원2021-01-27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이메일 프린트 |
중국의 중의약 굴기(屈起) 김준영 원광대 한중관계연구원 연구교수
올해는 중국이 개혁·개방을 한지 40주년이 되는 해다. 1978년 개혁·개방 이후 지난 40년간 중국은 전례 없는 고속성장을 이어왔고, 경제를 비롯해 문화, 외교, 스포츠 등 다양한 분야에서 명실상부한 G2로 부상하고 있다.
2018년 1월 5일 발표한 ‘2016-2017년 중국 국가 이미지 보고서(中国国家形象全球调查报告2016—2017)’에서는 중국의 내정 및 외교, ‘일대일로(一帶一路, 21세기 육상 및 해상 실크로드)’정책, 중의학·중국요리 등의 전통문화, 고속철도 등 과학기술 발전이 국가 이미지 상승을 견인했다고 분석하였다. 이 보고서에는 특히 ‘중의약(中醫藥)’은 중국요리와 함께 중국문화를 대표하는 분야 중 하나였다.
중국은 2015년 중의약 역사는 물론 의학 역사상 한 획을 그은 투유유(屠呦呦) 중국 중의과학원 교수가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하였다. 박사학위도 없고, 해외유학 경력도 없으며 원사(院士, 중국 이공계 최고 권위자에게 주는 명예 호칭)도 아닌 ‘3무(無)’ 과학자로 불린 그는 산과 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개똥쑥에서 말라리아 치료제인 아르테미시닌(artemisinin)을 발견한 업적이다.
그는 노벨위원회에 보낸 수상 소감에서 “중국의 전통의약이 인류에게 준 선물이다.”라고 밝혔다. 그의 업적은 1700여 년 전 동진시대의 의학자 갈홍(葛洪·284~346)의 의학서인 ‘주후비급방(肘後備急方)’에서 개똥쑥을 이용한 말라라아 치료방법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알려졌다.
중서의(中西醫) 병용 정책과 중의약 굴기
중국인들도 최근까지는 중의약에 대하여 신뢰도가 높지는 않았다. 전통의 명의 화타(華陀)와 편작(扁鵲)의 신비함과 영험함에 매료되어 중의약을 경외의 대상으로 여길 뿐이었고, 서양의학과 신약에 대한 신뢰가 더 높았다. 그러나 노벨상 수상으로 중의약이 ‘과학적’이라는 인식이 높아지고 새로운 이미지 변신에 성공하였다.
오늘날 중국 한의약 굴기는 국가 최고지도자들의 ‘중서의 병중(竝重)정책과 중의약에 지속적인 투자를 한 결과이다. 마오쩌둥(毛澤東)은 1950년 첫 전국보건위생회의에서 이미 보건 4원칙의 하나로 ‘중의(中醫)와 서의(西醫)는 서로 단결해야 한다’는 ‘중서 결합 방침’을 내세웠다.
마오쩌둥은 “내가 생각하기에 중국의 세계에 대한 많은 공헌 가운데 중의가 첫째다. 중의의 일부 원리는 아직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지만 치료를 하면 효과가 있다는 사실은 분명한 진리”라며 “중국 중의약은 위대한 보고이므로 적극 노력하여 발굴해야 하며 끊임없이 수준을 제고해야 한다”고 1950년대부터 이미 중의약학 육성을 적극 지원했다.
덩샤오핑(鄧小平) 역시 개방개혁 이후 1982년 ‘중화인민공화국헌법(憲法)’ 개정 시에 ‘국가는 현대의약과 중국 전통의약을 발전시킨다(제1장 총강 제21조)는 조항을 삽입하기도 했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은 2012년 18차 당대회에서 “전 인민의 건강이 없으면 전면적인 샤오캉(小康)사회도 없다”고 선언하고 ‘중서의병중(中西醫並重, 중의와 서의를 똑같이 중시한다)’을 보건 및 건강산업 발전에 중요한 방침으로 삼았다.
나아가 2017년 1월 18일에는 시진핑(習近平) 주석이 직접 스위스 제네바에 있는 세계보건기구(WTO)를 방문하여 ‘침술(針灸) 동인(온몸의 혈 자리에 침을 꽂은 동상)’을 선물하고 중국과 WTO간 ‘일대일로 보건 협력에 대한 양해각서(MOU)’ 등 각종 협력문건을 체결하였다.
‘중의약법(中醫藥法)’의 시행과 통합의료 체계의 확립
중국은 중의약을 한족(漢族)과 그 외의 소수민족 의약을 포함하는 중국 각 민족 의약에 대한 통칭으로 정하고 그 범위의 확장 가능성을 열어두고 연구 발전시키고 있다.
2017년 7월 1일 중국은 중의약의 지위와 발전 방침을 규정한 총9장 63조로 구성된 ‘중의약법(中醫藥法)’을 공포했다. 본 법률은 중의약의 중요한 지위와 발전 방침을 명시하고 중의약에 대한 국가적 지원을 강화하여 중의약을 통하여 전중국의 공공의료사업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내용 등을 담고 있다.
중의약법 시행을 계기로 중국은 정부 차원의 지원사업을 본격 추진하고 세계 각국의 공자학원을 통한 친(親)중의약 인력 양성, 해외중의약센터 설립 등을 본격 추진하고 있다. 그리고 본법에 따라 중국은 각 지방정부 차원에서 중의병원을 설치할 것을 의무화했으며, 중의약 사업을 국민경제와 사회발전 계획(規劃)에 반드시 포함하고 중의약 관리 체계를 건립함으로써 중의약 서비스가 중국 공공의료 영역에서 체계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했다.
나아가 중의약법 제정을 통해 중국은 중의학과 서양의학을 동등하게 대우하며, 중의사의 자질 향상, 중의학과 서양의학간의 교류 등을 통하여 통합의료체계의 확립에 노력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으로 중의약은 이미 세계에 뿌리를 깊게 내리고 있다. 2016년 12월 중국 국무원(國務院) 신문판공실이 발표한 ‘중국 중의학(中國的中醫藥)’은 중의약의 전략적 위치를 분명하고 있다. 본 백서(白書)에서는 중의약을 ‘종합보건의료’ 전략에 포함시키고 만성질환 시대의 ‘중국식 해결책’으로 제시하고 있다.
특히 ‘일대일로(一帶一路)’정책이 등장하고 본격적으로 그 실행단계에 접어들면서 중의약의 해외 진출에도 새로운 전기가 마련됐다. 서양의학이 전래되기 전까지 침과 약초로 오랜 세월 중국인의 생명과 건강을 보호해온 중의약이 다시 세계 의학의 중심으로 그 역할을 준비하고 있다.
중의약은 침구(鍼灸)가 이미 2010년 유엔 인류무형문화유산 목록 등재되었고 66가지 전통중약이 유럽약전(藥典)에 등재되는 등 그 발전을 이어가고 있다. 중의약이 노벨생리의학상 수상 등으로 발전의 역사적인 기회를 맞이하였고 세계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우리도 한(韓)의약의 현대화와 과학화를 위해 중국 중의약 발전과 변화를 의미있게 주시할 필요가 있다. 현대의학의 발전추세에 맞게 과학적인 한약재 분석과 현대의료기기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한의약의 교육과정에 적극 편입하고 한의약의 세계화와 과학화에 심혈을 기울이여 동서 통합의학으로 재편하는 개혁을 고민할 때이다.
출처: https://www.pressian.com/pages/articles/1995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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