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광대 한중관계브리핑 (프레시안)
[2018.06.15] 베트남 반중시위, 민심의 표현인가 서구의 책동인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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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관계연구원2021-01-27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이메일 프린트 |
곳곳에서 마찰 빚는 중국 ‘일대일로’ 임진희 원광대 한중관계연구원 연구교수
폭력까지 치달았던 베트남의 반중시위
6월 초, 한반도가 북미회담에 대한 기대와 지방선거에 대한 열기로 뜨거웠던 시기에 베트남은 반중시위로 전국이 시끄러웠다. 6월 9일(이하 현지 시각) 수도인 하노이와 남부 중심 호치민 등에서 산발적으로 시작된 시위는 점차로 격렬해진다.
10일 격해진 여론에 놀란 정부가 한발 물러섰음에도 남동부 지역에 시위대 수백 명은 인민위원회 건물로 모여들어 차량과 시설을 파손했고, 11일에는 고속도로를 점거하며 해산을 시도한 경찰에 돌과 화염병으로 저항했다고 한다.
전국의 곳곳에서 시작돼 폭력으로 번졌던 베트남의 시위는 정부가 추진하는 ‘특별경제행정구법(초안)’에 대한 시민들의 반감과 우려에서 시작됐다. 베트남 정부는 외국 자본 유치를 위해서 북부, 중부, 남부의 일정 지역을 경제 특구로 계획하면서, 해당 구역의 외국인 투자자에 최장 99년간 토지를 임대할 수 있도록 한 조항을 초안에 포함시켰다. 관련한 보도에 따르면 현행법상 다른 지역에는 최장 70년까지 임대가 가능한데 정부가 그 기한을 대폭 연장한 것이다.
이러한 초안의 내용이 알려지자 SNS 등에서 ‘정부가 중국에 특혜를 주면서 국가의 안보를 위협한다’ 혹은 ‘정부는 우리 땅을 중국에 팔아넘기려는 것이냐’는 등의 우려와 불만이 쏟아져 나왔다.
물론 실제 초안의 어디를 보아도 국가의 이름을 명확히 언급한 곳은 없다. 그러나 중국이 아세안 지역에 보유한 막대한 영향력과 세계 부동산 시장에서 소위 ‘큰 손’으로 부상한 현실을 고려하면 결국에 특혜는 중국에 돌아갈 것이라는 게 시위대의 판단이다. 때문에 시위대는 반중(反中)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에 베트남 정부는 10일 상술한 경제특구 법안의 처리를 연기하고 토지임대 기한 연장에 관한 조항을 삭제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시위는 점차로 격렬해지고 시위대 일부가 반정부 성격을 드러내면서 베트남 당국은 저지를 위한 적극 대응에 나섰다.
관련 보도에 따르면 당국은 강경 진압에 나서 현장에서 100여 명을 체포했고, 12일 시위대 중의 다수가 마약 전과가 있는 실업자로 확인됐다고 밝히면서 시위대의 의도와 정체성을 ‘새롭게’ 규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은 현지의 반정부 세력과 서구의 애꿎은 희생자?
중국에서 베트남 반중 시위를 보는 시각은 흥미롭다. 몇몇 매체의 보도를 보면 크게 두 가지 측면에서 그 원인을 분석한다. 첫째는 베트남 내부의 반정부 세력이 민족주의와 반중정서를 빌려서 무지한 인민을 기만하고 선동해 사회에 혼란을 초래하고, 그러한 과정에 자신의 욕심을 채운다는 것이다. 국회가 심의를 앞둔 법안에 대해 이견이 있으면 관련하여 논의를 진행하면 되는데 반정부 세력이 정부를 해하려고 중국을 매도하여 애꿎은 희생자를 만든다는 주장이다.
둘째는 서방의 매체가 베트남의 시위는 중국에 반대하는 것이라고 여론을 조작하고, 베트남 사람들의 ‘중국 견제’ 정서를 과장하여 이러한 여론을 퍼뜨리고 있다는 주장이다.
그들의 주장에 따르면 국회의 초안은 그 대상을 중국이란 국가로 특정하지 않았고, 세간의 논란이 되었던 99년 토지임대 역시 태국 등의 동남아 국가는 일찍부터 실행 중인 정책이며, 나아가 모든 과정에 그 대상은 외국의 일개 ‘기업’이기 때문에 시위에서 주권을 거론하는 행위 자체가 어불성설이라는 지적이다.
그런데 의도가 불순한 이들이 양국 간의 해묵은 해상 주권 갈등에 주목해 반중국 정서를 이용하고 사회의 혼란을 초래하여 결국은 정부에 관련한 불만을 선동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나아가 베트남은 서방의 매체와 SNS에 접근이 용이하기 때문에 정치적 메시지 전달과 시위대 동원이 가능해진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반정부 세력은 이러한 자국의 사정을 이용하여 손쉽게 여론을 오도하고 반중국 정서를 자극했다는 설명이다.
일련의 과정에서 베트남 정부와 중국이 보여준 모습은 예상과는 달랐다. 베트남은 반중국 시위에 나섰던 이들을 체포하여 사실 그들의 다수가 마약 전과자에 실업자라면서 본질과 무관한 사실을 새삼 확인하며 대중의 관심을 돌리려 애썼다.
그리고 인민을 대표한다는 이유로 국가의 권력을 독점해왔던 중국 지도층은 시위로서 드러난 인민들의 불만을 무지하여 선동에 놀아나는 것이라 규정했다. 이들은 베트남 시위의 원인으로 베트남 사회가 서구에 개방됐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중국에 대한 주변국 경계 심해진 이유는
중국에 대한 주변의 우려와 경계는 근래 들어서 더욱 심해진 것으로 보인다. 최근 중국이 야심차게 추진하는 일대일로 전략에서 해상 실크로드 노선 핵심 국가들이 중국과 추진하던 사업이 잇달아 좌초되고 있다.
대표적 사례를 보자면 우선, 스리랑카 경우에는 지난해 해상 실크로드 핵심 거점인 남부 함반토타 항만 지분 80%와 99년 운영권을 중국에 넘겼으나 계속 적자를 기록해 대출금 상환의 압박과 국내의 비판적 여론에 시달리고 있다.
네팔 정부는 최근 중국의 싼샤(三峡) 그룹이 16억 달러를 투자해 2022년까지 건설하려던 대규모 수력발전 계획을 취소했다. 네팔 재무부장은 이에 관련한 구체적 예산 계획과 함께 “우리는 국내 자원을 동원해 서부 세티 수력발전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미얀마 정부의 경우는 막대한 건설비용을 제대로 갚지 못할 경우에 해당 항만이 타국의 손으로 넘어가게 되는 것을 우려하여 중국이 지원하는 차우크퓨항 건설을 재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2018년 5월 다시 권좌에 오른 마하티르 말레이시아 총리는 전임 정부가 지나치게 중국 자본에 의존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취임과 동시에 주권을 저당 잡히는 꼴이라며 중국이 그간 공들여왔던 동부해안철도(ECRL) 사업을 재검토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이러한 일련의 조치는 아세안 국가가 중국의 일대일로 사업 자체에 대한 회의적 시각과 함께 몇몇 주변의 선례를 통해 중국의 자본 진출로 국가의 경제, 안보 주권이 위협을 받을 수도 있다고 판단하는 배경이 있었기 때문에 나온 것으로 보인다.
지난 4월 남북 정상회담 이후 신경제구상과 신북방정책을 중국의 일대일로 전략과 연계하는 구상이 나오기도 했다. 중국도 북한의 참여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며 남북의 참여를 촉구하고 있다. 그러나 섣부른 행동은 실패를 부를수도 있다. 실제 중국이 어떻게 일대일로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지를 먼저 따져보는 것이 필요한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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