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광대 한중관계브리핑 (프레시안)
[2018.08.31] ‘동아시아 철도공동체’로 안중근 동양평화론 실현해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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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관계연구원2021-01-27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이메일 프린트 |
남북 철도, 달려야 하는 이유는 최재덕 원광대 한중관계연구원 정치외교연구소장
남북미는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으로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역사적인 큰 걸음을 뗐다. 판문점선언과 북미 정상회담 공동성명에 따라 두 차례에 걸친 이산가족 상봉이 이루어졌고, 남북 철도 연결을 위해 공동조사연구단이 북한 철도 조사를 벌이고 있다.
또 북한의 선제적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미군 유해 송환 이행과 미국 주도의 유엔 대북 인도적 지원 지침 마련, 문재인 대통령의 ‘동아시아 철도공동체와 통일경제특구 구상’ 제안 등 남북미가 견제와 균형을 찾아가면서 비핵화와 종전선언을 향해 가고 있다.
최근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방북 취소 등 북한의 비핵화를 위한 미국의 압박이 드러나고 있고 미국의 선(先)비핵화 조치와 북한의 선(先) 종전선언에 대한 이견으로 인해 북미 관계가 잠시 교착상태에 빠져 있으나, 양측이 대화 의지가 있는 만큼 돌파구를 찾아갈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이 광복 73주년 경축사에서 밝힌 ‘동아시아 철도 공동체’ 제안은 남북한에 제한된 경제협력 구상이 아닌, 한반도 평화 체제를 기반으로 남북한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몽골이 공동 이익을 추구하자는 경제적 모델이다. 동시에 공동 안보 이익을 추구하는 정치적 모델로의 발전 가능성이 큰 제안이라는 점에서도 의의가 있다.
또 남북종단철도(TKR)를 중국-러시아-몽골-유럽까지 연결함으로써 남북한의 경제협력의 지경을 대륙 경제로 확장하고, 한반도 신경제지도 구상과 신북방정책, 한반도의 영구적인 평화 정착 등을 목표로 하는 정치‧경제‧안보를 하나로 관통하는 구상이다.
우선 남북종단철도의 연결은 남북 소통의 실제적 의미를 갖는다. 남북종단철도를 연결하는 과정은 70년 간 단절되었던 남북한의 인프라를 처음으로 연결하는 일로, 철도 관련 모든 신호체계의 통합과 기술적인 협력, 비용 분담 등 많은 협의를 거쳐 이루어질 것이다. 남북한 종단철도가 개통되면 남북간 상시 물자 수송이 가능해지고, 민간 교류도 활성화될 것이다.
2년 10개월만에 열린 이번 이상가족 상봉에서 가족들은 짧은 만남 뒤에 다시 만날 기약이 없음에 대한 회한에 슬퍼했다. 그런데 이는 비단 그들의 아픔만이 아닌 민족의 아픔이다. 이를 치유할 수 있는 길은 비자 발급 절차를 거쳐 일정 기간동안 남북간 민간 왕래가 가능하게 하는 것이고, 남북한 철도 연결은 남북 민간 왕래와 소통의 근간이 될 것임이 분명하다.
다음으로 남북종단철도와 중국-러시아-몽골 철도의 연결은 대륙으로 향하는 물류길을 여는 것이다. 개성공단에서 생산된 물품이 환적없이 유럽까지 전달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부산항에서 출발한 화물을 해상항로로 유럽까지 운반할 경우 운송거리 약 2만 2000km, 운송기간은 43일이 걸리는데 반해 부산항에서 블라디보스톡까지 해상으로 운송한 후 시베리아횡단열차로 환적하여 수송할 경우 운송거리 약 1만 km, 즉 22일 정도가 소요되어 운송거리와 소요시간 모두 절반으로 단축할 수 있다.
그런데 여기서 남북종단철도가 시베리아 횡단 열차와 연결되면 운송거리와 시간이 더욱 단축될 것이다. 무엇보다 남북 경제협력의 지경이 러시아와 중앙아시아, 유럽으로 확대되어 대륙경제와 연결됨으로써 남북철도의 경제성을 확보하고, 남북경협의 활성화는 물론 신동방정책을 추진하는 러시아와의 에너지‧경제 분야의 협력이 본격화될 것이다.
동아시아 철도 공동체가 이루어진다면 21세기 국제 정치와 경제의 중심이 된 동아시아에 출현한 첫번째 다자공동체가 실현되는 것이다. 동아시아는 역사적으로 전쟁이 끊이지 않았고 침략과 피침략의 적대감정의 골이 깊다.
20세기 말 한반도의 침략국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는 한 세기가 지난 지금도 여전히 한반도의 경제와 안보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미ᆞ중 무역전쟁이 심화되고, 실제 전쟁을 방불하는 경쟁적인 군사훈련과 해상권 장악을 위한 미중간의 군사 대립, 일본의 보통국가를 향한 움직임 등 한반도를 포함한 동아시아의 안보적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이들 모두를 동아시아 철도 공동체로 묶어 ‘경협을 통한 평화구축’을 구체화하고 역내 국가 간 안보 긴장 수위를 낮추는 것은 동아시아의 평화와 세계 평화에 기여하는 일이 될 것이다.
이미 100년 전 안중근 의사는 여순 감옥에서 동북아 평화체제를 바탕으로 동양평화론을 주장했다. 동양 평화를 위해 한중일 삼국이 대등한 위치에서 평화공동체를 결성하자는 안중근의 구상은 21세기 국제 정치, 경제, 문화의 중심이 동아시아로 옮겨오는 문명사적 전환기인 지금의 동아시아 평화 담론과 일맥상통한다.
하지만 남북종단철도 연결에도 난제가 있다. 일단 미국의 대북 제재가 가장 큰 영향을 미치고 있고 북한의 노후화된 철도 개보수와 새로운 선로 개설 등에 소요되는 막대한 비용도 문제다. 여기에 과연 정치적 상황으로 인한 중단 없이 계속 이 사업이 시행될 수 있을지에 대한 문제도 있다. 이 정치적 상황이 민간의 참여를 어렵게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북한 비핵화의 진전에 따라 북미관계는 변할 수 있고, 이에 따라 대북 제재 역시 가변적이다. 또 비용 문제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아시아개발은행(ADB) 등 국제금융기구와 협력을 모색할 수 있다.
북한이 정치적 상황을 이유로 사업을 중단시킬 가능성도 높다고 보기는 어렵다. 북한은 교통 수송에서 철도가 차지하는 비중이 86%로 절대적인 수준이다. 따라서 북한이 가장 원하는 인프라 사업이 철도 개선과 연결이다. 또 북한 경제의 파급효과를 감안하면 북한이 이를 쉽게 접기는 어렵다.
우리는 우리가 처한 지정학적 위치로 인해 역사의 어느 순간도 평탄하지 않았다. 뒤돌아보면 지난해 연말까지만 해도 한반도의 긴장이 최고조에 이르렀다. 오히려 지금의 상황은 한반도 평화와 비핵화를 위한 큰 걸음을 떼기 위해 서로의 상황을 파악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 옳다.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의 열강들 사이에서 남북한은 우리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기 위해 더욱 지략을 발휘해야 한다. 남북간의 신뢰를 공고히 하고 남북경협을 위한 준비 작업을 지속해야 한다. 유난히 뜨거웠던 여름이 지나가고 이제 높아진 가을 하늘을 마주하게 된다. 한반도의 비핵화와 평화정착도 치열한 진통 끝에 큰 결실로 다가올 것을 기대한다.
출처: https://www.pressian.com/pages/articles/2090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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