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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광대 한중관계브리핑 (프레시안)

[2018.09.07] 미중 무역 전쟁, 진짜 원인은 첨단산업 획득 전쟁
[2018.09.07] 미중 무역 전쟁, 진짜 원인은 첨단산업 획득 전쟁
한중관계연구원2021-01-27

미중 무역 전쟁 이후, 한중관계 좋아진다

최자영 원광대 한중관계연구원 연구교수

 

세계 경제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이 격렬하게 전개되고 있다. 이 사건은 무역불균형 해소를 주장해 온 트럼프 대통령의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25% 관세 부과에서 시작되었다. 이후 여러 가지 국제적 환경 변화와 맞물려 더욱 혼란스럽게 전개되어 왔으며, 전쟁의 끝에는 상처투성이의 승자만이 존재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많은 학자들이 미중 무역전쟁의 발생 원인에 대해 그동안 기형적으로 나타난 미중 간 수출입 불균형을 대표적인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에서 발표된 2016년 기준 중국의 대미 무역비중은 33.3%로 매우 높은 수치를 보였으나, 미국의 대중 무역비중은 20.0%에 그쳤다. 특히 2017년 중국의 대미 수출 규모는 5055억 달러를 기록한 반면, 미국의 대중 수출액은 1299억 달러를 기록하며 그 격차가 4배로 나타나 무역불균형 현상이 심화되었음이 드러났다.

 

이러한 무역불균형은 미국의 국민들이 미국 우선주의를 표방하는 트럼프 대통령을 당선시키는데 큰 영향을 미쳤다. 이후 미국은 파리 기후협정 탈퇴나 이란 핵 합의에서처럼 강압적이며 독선적 결정을 함으로써 전 세계 국가들을 새로운 혼란으로 빠뜨렸다. 이러한 미국의 행보가 최종적으로 세계 최강대국인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으로 이어졌다는 평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양국의 무역전쟁은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미국의 압박이라는 시각이 매우 지배적이다. 중국은 새로운 경제 확장 정책인 ‘중국제조 2025′(中國製造 2025)와 ‘일대일로'(一帶一路) 전략을 통해 중국의 주변 국가로 경제적 영향을 확장시키려는 의도가 강하다. 그러나 최대 무역 상대국인 미국과의 마찰로 인해 중국의 경제적 확장을 제한될 수 밖에 없다.

 

또한 최근에 진행 중인 북한의 핵무장 해제와 관련하여 중국에 대한 미국의 정치적 압박 역시 양국의 무역전쟁과 유사한 맥락에서 풀이되고 있다. 이와 같은 국제 정세의 변화로 인해 중국은 부득불 미국과의 경쟁을 선택하거나 협력을 모색하여 새로운 관계를 정립해야 한다.

 

진짜 원인은 첨단산업에 대한 거버넌스(governance) 획득 전쟁

 

우리는 미국의 대중 압박 및 견제로 보이는 무역전쟁에 대해 양국 정부가 발표하는 관세와 관세품목에 국한하여 분석하는 경향성을 경계해야 한다. 왜냐하면 이 무역전쟁의 근본적인 원인은 글로벌 생산 사슬 체제의 틀 속에서 누가 미래 성장 동력산업에 대한 거버넌스를 획득하느냐에 대한 싸움이기 때문이다.

 

기존에는 미국은 최대 시장으로써의 지위를, 중국은 최대 공장으로써의 지위를 유지하면서 생산 과정에서의 역할이 분담되어 상보적 관계를 형성할 수 있었다. 그러나 현재 중국은 ‘중국제조 2025와 일대일로 전략을 통해 국가 전략산업의 중심을 제조업에서 첨단산업으로 전환시키고 있다. 이러한 전략산업의 전환 과정은 기존의 지위와 역할에서 탈피하여 새로운 국가 간 포지셔닝(positioning)을 야기한다. 두 전략을 시행함에 있어서 중국 정부의 지원과 성과, 그리고 이 결과물을 주변국으로 확대시키는 일련의 과정은 마치 중국이 동아시아의 패권을 획득하여 새로운 생산과 소비의 중심지가 된 것으로 간주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중국의 역할 및 지위 변화에 따른 견해는 중국이 미국 중심의 시장 질서에 도전하는 것으로 확대 해석될 수 있으며, 향후 전략 첨단산업 분야에서 미국과 경쟁이 예상된다. 이러한 견지에서 현재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은 새로운 성장 동력인 첨단산업의 거버넌스를 획득하기 위해, 새로운 산업공간과 그 운영체제에 대한 우선권을 확보하기 위한 경쟁을 시작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를 뒷받침하는 사례로 미국이 중국에 대한 관세를 부여한 최우선 대상품목이 IT와 전기자동차, 로봇이라는 점을 들 수 있다. 이 품목들은 중국이 ‘중국제조 2025’ 이전부터 강조해왔던 향후 차세대 전략 산업들로써 이미 많은 투자가 이뤄졌으며, 최근 몇몇 분야에서의 성과는 미국 첨단산업의 지위를 위협할 수 있을 정도로 성장했다고 평가되기도 한다. 따라서 이번 미국의 25% 관세 부여는 중국의 첨단산업에 대한 경계심을 드러낸 결과로 보인다.

 

무역전쟁 이후 최후의 승자는?

 

미중 양국의 무역전쟁의 결과로 누가 승자가 되든지 간에 이 전쟁에 힘없이 끌려가야 하는 한국의 처지는 한탄스럽기만 하다. 한국은 IT강국으로, 인터넷 기반 산업에서 세계적으로 우월한 지위를 획득해왔지만 최근 중국의 추격은 상당한 수준이다.

 

또 IT를 제외한 BT(Bio Technology, 생명기술), CT(Culture Technology, 문화기술), NT(Nano Technology, 나노기술) 등 다른 산업에서 한국은 미중 양국이 수립한 투자환경 및 생산 공간의 수준에 비해 매우 열악하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적 비관보다는 향후 한중관계에 대해 면밀히 분석하고 예상하여 이를 대비함으로써 새로운 블루오션을 창출하는 건설적 태도가 필요하다.

 

미중 양국 간의 무역전쟁은 많은 전문가들의 예상대로 미국의 승리가 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이 전쟁의 승리가 미국 중심의 세계 경제 체제를 보장해주지는 않는다. 오히려 이 무역전쟁은 기타국가들의 대중국 무역비중과 결속력을 강화시킬 수 있는 계기로 작용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 원인은 다음과 같다.

 

첫째, 차후 미국의 관세 대상은 중국뿐만 아니라 다른 국가들로 대상이 확대될 가능성이 높은데, 한국 역시 ‘한미 FTA 재협상’과 같이 미국의 차기 관세 부여 대상국 후보다. 따라서 한국과 같은 대미 무역 비중이 높은 국가들은 미국 중심의 무역구조를 해체하고, 대중의 무역 비중을 심화시킬 가능성이 높다.

 

둘째, 중국은 무역전쟁에서 패배하더라도 아시아 국가들에 대한 영향력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대부분의 아시아 국가들은 중국에 대해 최소 10% 이상의 무역 의존도를 가지고 있는데, 이 수치는 타국가에 비해 월등히 높은 수치이다. 또한 무역 외에 제조업 분야의 생산사슬에서 아시아 기업들과 중국 기업들은 직간접적 투자를 통한 연계협력 정도가 매우 강하게 형성되어 향후에도 중국과 협조적인 관계를 유지할 것이다.

 

무역전쟁 이후 한중관계

 

무역전쟁이 끝나면 한중 관계는 매우 원만한 관계가 재형성될 가능성이 높다. 현재 한국의 무역 의존도 1위는 중국이다. 이러한 관계는 중국과 한국이 서로에게 매우 중요한 파트너이자 글로벌 생산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중요한 행위자임을 의미한다.

 

두 국가가 서로에게 중요한 파트너로써 형성하는 네트워크는 단순히 생산과 무역 부문에 앞서 지정학적 위치성, 문화, 역사 등과 같은 다양하지만 유사한 특성을 지닌 분야에 기인한다. 즉, 한국과 중국의 파트너십은 타국가에 비해 지정학적 위치, 문화 역사, 경제 발전의 정도 및 방향 등에 대한 상호 이해 정도가 높아 각종 네트워크 형성에 매우 유리하다.

 

이러한 상호 이해도를 바탕으로 국가 간 우위요소를 미시적 수준에서 구체화하여 실현할 필요가 있다. 한국과 중국은 높은 상호 이해도를 바탕으로 기업 간 접근성이 원활하게 나타날 수 있지만, 더욱 세밀한 생산 네트워크 형성을 위한 역할 분담이 필요하다.

 

기존에 형성되어 있는 글로벌 생산 네트워크를 통해 각기 우위 요소를 선정, 분석 및 조합함으로써 제품에 대한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 이러한 협력적 연계 시스템은 중국과 한국간의 긴밀한 협조를 통해 생산에 유리한 지역을 선점하여 양국이 지니는 우월한 기능을 집중시킬 수 있는 기반이 된다.

 

그 결과 특화된 생산공간이 형성되는데, 이 생산공간은 특정 지역 범위에 머물지 않고 다양한 지역을 선정 및 연계시켜 생산의 분화를 통한 이익의 창출 및 공유를 유발할 수 있다. 또 각 지역이 지닌 특수성과 양국이 보유한 기능적 우위를 결합시키면 우수한 경쟁력을 지닌 제품을 확보할 수 있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한중관계의 건설적이며 창조적인 연계는 지속되어야 한다.

 

출처: https://www.pressian.com/pages/articles/2099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