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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광대 한중관계브리핑 (프레시안)

[2018.10.05] 중국, 먹거리 안전체제 강화, 우리에게 필요한 건?
[2018.10.05] 중국, 먹거리 안전체제 강화, 우리에게 필요한 건?
한중관계연구원2021-01-28

식품 생산 규제 강화하는 중국

윤성혜 원광대 한중관계연구원 연구교수

 

대형 식품 안전 사건 사고를 여러 차례 겪은 중국 소비자에게 ‘안심’의 상징이었던 QS 마크가 식품시장에서 완전히 사라졌다. 10월 1일부터 식품의 포장지 뒷면에 식품 생산 허가번호(SC+14자리 숫자)가 QS 마크를 대신하여 식품의 품질을 증명하게 됐다.

 

QS 마크는 영어로는 Quality Safety, 중국어로는 기업식품생산허가(qiye shipin shengchan xuke)의 약자이다. QS마크를 받을 경우 시장에 진입할 수 있다. 하지만 이번에 새로 도입된 허가 번호는 아예 생산 자체에 대해 허가를 내주는 제도다.

 

이는 중국 식품 안전 체제에서 식품 안전을 ‘인증’하던 것에서 ‘허가’하는 방향으로 제도가 바뀌는 것을 의미한다. 식품 안전에 있어 보다 엄격한 관리체계가 시작된 것이다.

 

식품이력추적이 가능한 식품생산허가제의 전면 실시

 

SC는 중국어로 ‘ShengChan’의 줄임말로 식품생산허가증을 말한다. 식품생산허가증 제도는 식품안전법의 관련법인 ‘식품생산허가관리방법(食品生产许可管理办法)’ 제29조에서 규정하고 있다.

 

본 제도는 ‘식품안전법(食品安全法)’이 2015년 10월 1일 개정을 통해 정식 실시되면서 이미 실행되고 있었다. 3년간의 과도기간을 통해 2018년 10월 1일부터 전면적으로 실시된 것이다.

 

식품 생산 허가제도는 생산설비 등의 품질이 보장된 식품 제조업체에 대해서만 식품의 생산을 허가한다. 식품 안전을 생산제조 단계에서부터 엄격하게 관리하겠다는 당국의 의지가 드러나는 대목이다.

 

SC 허가제는 여러 가지 새로운 규정의 내용을 담고 있지만, 그 중에서도 식품의 생산이력을 추적할 수 있다는 것이 대표적 특징이다. SC 허가증은 SC표시와 함께 14자리 허가번호로 표시된다. 14자리 숫자는 각각 품목분류(3자리), 권역(2자리), 도시(2자리), 지역(2자리), 등록 순번(4자리), 그리고 검역번호(1자리)를 나타낸다. 이 식별번호를 통해서 소비자는 식품 성분의 출처, 가공장소, 생산 시기 등을 추적할 수 있어 식품을 보다 안심하고 구매할 수 있다.

 

한편, 생산기업의 입장에서는 SC 허가제도가 매우 부담스럽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식품 생산이 허가제로 바뀌면서 안전한 식품을 생산하는 기업에 대해서는 오히려 행정적 부담이나 비용을 덜어주었다.

 

예를 들어, 품목별로 인증을 받아야 했던 것이 품목에 상관없이 ‘1기업 1허가증’으로 전환되면서 한 기업이 여러 품목의 식품을 생산해도 각각에 대해 인증을 받을 필요가 없다. 또 허가증 갱신 기간을 3년에서 5년으로 연장하여 보다 안정적으로 식품을 생산할 수 있도록 했다.

 

식품생산허가제의 의의

 

SC 허가제도의 전면실시는 표면적으로 나타나는 변화 이외에 더 많은 함축적 의미를 지닌다. 중국은 멜라민 파동과 같은 가히 충격적 사고를 비롯해 크고 작은 식품 안전 사고를 경험하면서, 자국 식품에 대한 신뢰도가 바닥을 쳤다. 중국 정부는 이를 회복하고자 관련 법제를 개정하며 식품 안전에 대한 관리감독 책임 및 생산기업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였다. 하지만 신뢰도는 좀처럼 회복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이에 안전한 식품을 생산할 조건을 갖추지 못한 기업은 아예 생산 자체를 못 하게 하는 초강수를 둔 것이다. 관리감독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것을 보완하기 위하여 허가증에 발급 기관 및 발급자를 명시하도록 하고, 일상 관리감독 기관 및 감독자도 병기하도록 했다. 식품의 생산에서부터 관리감독까지 투명성을 강화하여 직무태만이 발생하지 못하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한 것이다.

 

한편, 이러한 채찍 뒤에는 행정 간소화 및 비용 절감 등의 ‘당근’도 제공하여 기업 스스로 안전한 식품을 생산하는 것이 이익이라는 인식을 갖도록 유도하고 있다. 제도적 측면에서 과거 처벌 위주에서 탈피한 모습이다.

 

한편, 중국의 국내 식품 생산 허가의 엄격한 관리의 전면 실시는 대중국 식품 수출이 활발한 우리나라와 같은 식품 수출국에게도 큰 의미를 가진다. 사실 SC 허가제도는 수입식품에 대해서는 적용되지 않는다. 과거 QS 인증의 경우 소비자들에게 안전한 식품의 상징이었으므로 수입식품에 대해서도 QS 인증을 받을 것을 권고했었다.

 

하지만 SC 허가는 중국 국내 식품 생산 기업을 대상으로 하고 있어 수입식품은 SC 허가증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출기업들은 중국의 식품 생산 허가제도 강화에 주의해야 한다. 지금까지 중국의 관행을 보면 국내기업 단속 후에는 그 칼날이 외국기업을 향하기 때문이다.

 

강화되는 중국 식품 안전체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쇄신

 

중국에서 발생한 일련의 식품 안전사고는 한편으로는 한국의 식품이 중국으로 진출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작용했다. 이 덕분에 한국 식품은 중국에서 건강하고 안전한 식품이라는 이미지를 얻었다. 하지만 이러한 이미지가 언제까지 지속될 수 있을지 불안하기 그지없다. 중국 못지않게 빈번하게 발생하는 국내 식품 안전문제는 언제든지 국내소비자뿐만 아니라 국외소비자로부터 외면 받을 빌미가 될 수 있다.

 

국내기업의 대중국 식품수출 행태도 계속적으로 지적받는 문제다. 중국의 관련 법제는 점점 더 강화되고 있는데 여전히 중국의 식품 안전 관련 법제가 낙후되었다던가 정치보복 등의 변명은 이제 통하지 않는다.

 

사드 사태 이후 많은 우리 기업들이 보복성 조치를 당했다고 피해를 호소했다. 물론 명확한 이유 없이 보복성 조치를 당한 경우도 있지만, 그 반대의 경우도 있었다. 기업 스스로가 상대국가의 법규를 정확히 준수하고 건전한 경영을 하고, 그 시기에 경쟁 기업들이 중국 당국의 조치에 발이 묶이자 오히려 호황을 누린 경우도 있다.

 

중국이 더욱 발전 할수록 의식주에 대한 요구수준이 점점 높아질 것은 자명하다. 특히 식품에 대한 공포의 기억이 있는 중국인들은 안전하고 건강한 먹거리에 대한 욕구가 더 높을 것이다.

 

따라서 관련 정책 및 법제는 나날이 강화될 것으로 판단된다. 중국 식품시장에서 우리의 식품의 위상을 굳건히 지키기 위해서는 기업 자체적으로 위생적 생산체제를 유지하고 있는지, 수입국의 위생검역 요건사항을 제대로 준수하고 있는지를 엄격하게 돌아봐야 할 것이다.

 

출처: https://www.pressian.com/pages/articles/212628#0DK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