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광대 한중관계브리핑 (프레시안)
[2018.10.12] 중국의 트렌드, ‘냥파오’ 현상이 청소년과 국가를 해한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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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관계연구원2021-01-28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이메일 프린트 |
중국 ‘냥파오’ 찬반, 구시대적 논란 임진희 원광대 한중관계연구원 연구교수
중국에는 ‘냥냥챵(娘娘腔)’ 혹은 ‘냥파오(娘炮)’란 단어가 존재한다. 두 단어는 유의어로 모두 동작, 행위, 외양 등이 여성스러운 남성을 의미한다.
중국 최대 포털 바이두의 백과사전(百度百科)은 독일의 아동전문가 연구를 근거로 ‘냥냥챵’ 성향의 아이가 성장 이후 반드시 동성애자가 되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어느 정도는 건강한 성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도 있으며, 일반적으로 아이의 성장과 가정환경이 그 성격 형성에 영향을 준다고 덧붙인다.
재미있는 사실은 바로 뒤를 이어서 ‘냥냥챵’ 극복법을 소개하고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자신이 ‘냥냥챵’일 경우는 스스로의 행동에 유의하고, 상황에 따라 물리적, 심리적 치료를 받길 권유한다. 자녀가 ‘냥냥챵’일 경우는 아이에게 남성적 운동을 권하거나 남성적인 또래와 놀도록 권유한다. ‘냥냥챵’을 고쳐야 할 문제적 행위라고 보는 것이다. 사실 중국에서 어느 남성이든 본인이 ‘냥냥챵’이나 ‘냥파오’라고 불리면 기분 좋아할 이가 없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이는 최근에 새로이 나온 단어는 아니다. 그러나 9월 초에 방영한 청소년을 위한 공익 프로그램(开学第一课) 일부 출연진이 뜨거운 ‘냥파오’ 논쟁을 불러 일으켰다. 방송이 끝나자 웹상에서는 일부 출연진을 ‘냥파오’라고 하며 청소년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비난이 쏟아졌던 것이다. 그들은 해당 방송이 중국 공영방송과 교육부가 함께 만든 10년 전통 교육 프로그램인데 남자인지 여자인지 알 수 없는 사람들이 나와 아이들의 미래를 망치고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한 네티즌이 올린 “냥냥챵들을 사대악(四害)으로 규정해 없애버리자!”는 글이 폭발적인 호응을 얻었다. 또한 초등학생이 쓴 것으로 보이는 한 감상문에는 중국의 계몽사상가 량치차오(梁启超)의 “소년이 강해지면 나라가 강해진다(少年强则国强)” 문구를 이용해 “소년이 여성스러워지면 나라가 여성스러워진다(少年娘则国娘)”는 주장이 담겨있었다.
‘냥파오(娘炮)’ 현상이 청소년과 국가를 해하는가?
중국 관영 통신사가 운영하는 신화왕(新华网)에 “냥파오 흐름은 멈춰야 한다(娘炮之风当休矣)”는 제목의 사설이 실렸다. 사설에 따르면 ‘냥파오’는 외양만을 중시하고 추종하는 병적 심미관과 이를 이용하는 문화계가 낳은 현상이다. 그리고 이는 청소년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으로 인해 일반 대중들의 반감을 사고 있다고 주장한다. 민족 부흥을 위해 불량 문화 침식을 저지하고 우수 문화 선양에 노력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드러나는 여론도 대부분 부정적이다. 중국에서는 일반적으로 남성에게 강건한(阳刚气质), 여성에게 온유한(阴柔气质) 기질을 갖출 것을 요구한다. 그런데 남성이 여성처럼 화장하고 꾸미며 애교스런 말투나 행동을 함으로써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잘못된 성인식을 심어주게 된다는 주장이다.
반면에 중국 관영 신문사 <인민일보>(人民日报)는 두 차례에 걸쳐 “무엇이 현 시대에 필요한 남성의 기질인가?”, “다원화 사회에 필요한 소양은 포용이다”라는 제목의 사설을 실었다. 두 사설은 보다 중요한 것은 외형이 아닌 내면이라 지적하며, 현대 사회에 필요한 남성의 기질은 용기, 품격, 개방, 교양, 포용, 준법정신과 같은 것이라고 설명한다. 그리고 ‘냥파오’ 현상이 최근만의 문제는 아니라고 밝히며, 사회는 비주류인 이들도 포용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이같은 논조에 동조하는 이들도 등장했다. 어떤 이들은 ‘냥파오’보다 소위 말하는 ‘상남자’들의 우월의식이 더 두렵다고 밝혔다. 자신의 기준에 따라서 사람들을 구분하고 그와 다른 혹은 약한 이들을 공격했기 때문이다.
다른 이들은 이는 시대의 변화에 따른 심미관의 변화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각 시대에 따라서 미인의 기준이 다르고, 때로는 한 사람도 세월에 따라서 젊었을 때와 나이든 이후의 분위기나 행동 방식이 꽤 달라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냥파오‘ 논란에 소환되는 한국의 대중문화
재미있는 사실은 근래에 중국에서 ‘샤오셴로우(小鲜肉 : 젊고 잘생긴 남자 연예인, 흔히 뛰어난 외모에 비해서 실력이 부족한 이들을 칭함)’나 ‘냥파오’ 논쟁이 일어날 때마다 한국과 한국의 대중문화가 소환된다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이러한 문화와 부정적 현상이 한국에서 유래했다고 주장하면서 일정한 책임을 한국에 돌린다. 대표적인 사례로 등장하는 인물은 한국 아이돌 그룹 내지는 연습생 출신인 경우가 많고, 관계없다 하더라도 ‘한국풍(韩风)’ 수식이 흔하게 붙는다. 한 언론은 그 편견에 반박성 기사를 내기도 했지만, 이조차 중국에서 ‘냥파오’ 현상과 관련한 보도에 인용됐다.
양국의 심미관은 때로는 비슷해 보이지만 다르다. 중국의 지적과 비판이 황당한 측면도 있지만, 그만큼 한국에 영향을 받으며 일종의 위기를 느끼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분명한 사실은 한국에는 다양한 유형의 문화가 존재하며 사람들은 각자의 취향을 즐긴다는 것이다. 특정한 유형의 문화를 열등한 혹은 없애야 하는 것으로 여기지 않는다. 중국이 한국 문화의 특정 측면만 보고 정의한 소위 ‘한국풍(韩风)’도 물론 그 중 하나일 것이다.
그리고 특히 문제가 된다고 보는 시각은 이러한 과정에 소위 말하는 남성의 기질은 긍정적인 것으로 여성의 기질은 부정적인 것으로 묘사되는 구시대의 이분법적 사고이다. 그리고 아이들에 이러한 성의식을 진리로 강제하는 것이다.
‘냥파오’는 정정당당한 중국인이 아니라고 말하는 초등학생에 잘한다고 칭찬하는 어른들과 여성스러운 남성이 아이의 건강한 성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심지어 무한경쟁 시대에 국가의 발전에 해롭다고 생각하는 ‘놀라운 사고’가 우리에게 반면교사로 작용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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