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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광대 한중관계브리핑 (프레시안)

[2018.11.30] 한국 사회·경제 개혁이 결국 한반도 평화 정책의 토대
[2018.11.30] 한국 사회·경제 개혁이 결국 한반도 평화 정책의 토대
한중관계연구원2021-01-28

문재인 정부, 경제 문제에 힘써야 하는 이유는

최재덕 원광대 한중관계연구원 정치외교연구소장

 

2018년은 남북관계에 큰 진전이 있었던 한 해였고, 기대와 염려 속에 그 과정이 진행 중이다. 2월 평창 겨울올림픽의 북한 참가와 북한의 비핵화 선언으로 남북관계 개선의 계기가 마련된 이후 세 차례에 걸친 남북 정상회담과 미북 정상회담, 한반도를 둘러싼 미·중·일·러의 지지와 협력 속에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정착을 위한 기반이 조성됐다.

 

남북한은 ‘역사적인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 분야 합의서’를 통해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 상태를 완화하기 위한 포괄적 방안에 합의하고 이를 이행에 옮기고 있다. 모든 공간에서의 상대방에 대한 일체의 적대행위 전면중지, 비무장지대의 평화지대조성 대책 강구, 서해 북방한계선 일대 평화수역 조성 및 안전한 어로 활동 보장, 상호 군사적 신뢰 구축을 위한 조치를 강구하는데 합의했다.

 

남북 군사 합의 이행이 본격화되면서 지난 10월부터 철원군 화살머리고지에서 지뢰와 폭발물 제거작업이 진행 중이며, 11월 22일에는 철원 비무장지대(DMZ) 내 전술 도로가 연결됐다. DMZ 지역 내에서 남북 도로가 연결된 것은 1953년 정전협정이 체결된 이후 65년 만에 처음이다. 내년부터는 전기·통신선로 개설과 함께 유해발굴 공동사무소를 개설해 유해발굴 작업이 본격화된다.

 

또한 그동안 난항을 겪었던 남북철도연결사업을 위한 공동조사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산하 대북제재 위원회에서 대북제재 예외로 인정돼 다시 시작할 수 있게 됐다. 이외에도 씨름이 ‘한국 전통 레슬링, 씨름’으로 사상 처음 ‘남북 공동’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되는 등 남북은 관계 개선에 온 힘을 기울이고 있다. 이 같은 남북관계의 진전은 70년 분단의 역사 이래 없었던 평화를 위한 큰 걸음이다.

 

이제 우리는 시야를 좀 더 넓혀 한반도가 처해있는 상황과 세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군사적 긴장과 위협, 평화를 위한 노력과 협력에 관심을 갖고 남북이 함께 이루어야 할 평화와 상생의 길에 대해 살펴볼 필요가 있다.

 

6개국이 첨예하게 영유권을 주장하는 남중국해 분쟁부터 중국과 일본의 센카쿠 열도(尖角列島, 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분쟁, 일본과 러시아의 남쿠릴열도 분쟁, 인도와 중국의 국경분쟁 등 우리 주변에서는 영토 분쟁과 군사적 긴장이 계속되고 있다.

 

중국 군용기는 자국의 정찰 능력 강화와 한미연합전력의 대응 태세를 떠보고자 올해 일곱 차례에 걸쳐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에 진입했으며, 가장 최근인 11월 26일 우리 공군은 전투기 10여 대를 긴급 투입하고 감시비행과 경고 방송으로 대응했다.

 

분단국가인 대한민국에 ‘평화’의 의미는 특별하다. 경제성장, 소득불균형 해소, 계층간 불평등 해소, 불법 비리 척결뿐만 아니라 매일 누리는 평온한 일상까지 한반도의 평화가 지켜져야 가능하다. 안보가 흔들리면 한국은 더욱 어려움에 직면하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남북 간 신뢰 회복, 굳건한 한미 동맹과 더불어 한반도 비핵화 프로세스를 궤도에 올려놓는 일이 중요하다.

 

그런데 이것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국민의 지지가 필요하다. 국민의 삶의 질 개선, 저출산·고령화 문제 등 국민이 처한 어려움에 대해 정부가 경각심을 가지고 현안들을 풀어가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현 정부가 사회·경제 문제에 대한 대처능력이 부족해 보인다면 국민은 정부에 대한 지지와 신뢰를 보내지 않을 것이고, 이는 현 정부의 비핵화 추진 동력 저해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북한은 지난해 11월 29일을 마지막으로 미사일 도발을 멈췄다. 한국과 미국도 북한이 가장 강력하게 반발했던 군사적 대북 압박과 대규모 한미군사훈련을 중단했고, 미 전략폭격기도 지난 1년간 한반도 상공에 진입하지 않았다. 지금의 남북관계는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 15형 발사 이후 북한의 핵도발과 미국의 선제공격, 지상전 가능성까지 거론되며 한반도 전쟁위기설에 불안해했던 때에 비할 바가 아니다.

 

남북관계가 퇴행한 지난 10여 년을 뒤로하고 역사의 새로운 장이 열린 것처럼 그 어느 해보다 한반도 평화와 남북 협력에 대한 많은 논의와 결실이 있었다. 남북한이 평화를 위해 신뢰를 쌓고 약속을 이행하고 있는 것에 대해 정당한 평가를 하기보다는, 경제나 사회 문제의 심각성으로 남북화해 협력의 점수까지 깎이는 것은 아닌지 안타깝다.

 

남북한은 평화로운 한반도를 향한 여정을 시작했다. 남북 간 도로와 철도 인프라 건설을 비롯해 중단됐던 민간 교류 재개, 이산가족 상봉과 공동유해발굴 등이 진행됐다. 물론 지금 시점에서 보면 시작일 수 있지만, 멈추지 않고 앞으로 나가면 이는 곧 길이 될 수 있다.

 

길은 또 다른 길과 연결되고 새로운 종착지를 향해 뻗어간다. 남북한이 어렵게 시작한 한반도 비핵화의 길도 멈추지 않고 앞으로 가면 길이 되고 새로운 역사가 될 수 있다.

 

그리하여 내년에는 남북철도연결, 2차 북미 정상회담과 북한의 비핵화 로드맵 도출, 대북제재 완화 등 남북이 함께 새로운 역사의 길을 놓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 남북한이 어렵게 시작한 한반도 비핵화의 길도 멈추지 않고 앞으로 가면 길이 되고 새로운 역사가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출처: https://www.pressian.com/pages/articles/219402#0DK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