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광대 한중관계브리핑 (프레시안)
[2018.12.07] 중국 ‘쥬우허우’ 등장, 그들은 무책임하고 이기적이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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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관계연구원2021-01-28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이메일 프린트 |
‘쥬우허우(95后)’세대를 바라보는 ‘꼰대’ 마인드에서 벗어나자 임진희 원광대 한중관계연구원 연구교수
중국에 관심 있는 사람은 ‘바링허우’ 혹은 ‘쥬링허우’라는 단어를 들어보았을 것이다. 이는 흔히 1980년대와 1990년대에 출생한 사람들이 각각 그 이전 세대와 다른 특성을 강조하려고 할 때에 사용된다.
‘바링허우’에 간신히 걸쳐진 필자는 ‘쥬링허우’의 등장에 세월의 야속함과 어색함을 느껴왔다. 그런데 몇 년이 채 지나지 않아 중국에서는 1995년~1999년 출생자가 사회에 진출하고 ‘쥬우허우(95后)’로 불리며 그들만의 독특함을 표현한 기사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그 중 가장 뜨거운 논쟁이 되었던 것이 바로 “갈수록 많은 회사가 ‘쥬우허우’ 신입사원을 근속시키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라는 질문이었다. 한 회사의 인사 담당은 “쥬우허우가 입사해서 일 년을 채우면 이미 놀라운 거다. 반 년, 몇 개월, 심지어 며칠 일하고 그만둔 사람도 허다하다”며 울분을 토했다. 그에 따르면 사직 사유도 문화, 복지, 업무, 상사, 동료, 야근 등 다양하다. 어쨌든 ‘쥬우허우’를 만족시키지 못하면 그들은 미련 없이 회사를 떠난다는 것이다.
2016년 발표된 중산대학 보고서에 의하면 실제로 ‘쥬우허우’의 첫 직장 근속 연수는 7개월에 불과하다. 쓰우허우(45后)의 25년, 우우허우(55后) 17년, 류우허우(65后)의 8년, 치우허우(75后)의 4년은 물론이고, 바우허우(85后)의 2년에도 한참 모자라다. 실제로 ‘쥬우허우’ 2017년 이직률은 30.6%로, 다른 연령대에 비해 5% 가량이나 높은 수치이다. 이에 대해 ‘쥬우허우’는 ‘치링허우(70后)’나 ‘바링허우(80后)’가 직업 안정성을 매우 중시했던 것과 다르다는 설명이다.
‘쥬우허우‘는 구직할 때 연봉을 묻지 않는다?
11월 29일, 중국의 한 매체는 중국 산둥대학 취업 설명회를 취재했다. 올해는 ‘쥬우허우’가 처음으로 사회에 진출하는 해이다. 설명회에는 산둥성, 장쑤성, 베이징, 저장성, 광둥성 등 21개 광역 단체에서 430개 기업이 참여하였다.
산둥대학 출신의 참석자는 본인 소속 학과 출신은 보통 취업이 문제가 되지 않으며, 다만 급여가 매우 높아도 사원 복지가 좋지 않거나 업무 강도가 너무 강하면 건강을 해치고 삶의 질에 영향을 주기에 고려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 학부 졸업생은 본인의 경우 세계 500대 기업이 목표라고 전했다. 이미 창업을 통해 기본 수입은 얻고 있기에 생계에 연연해 아무 데에나 들어가진 않을 것이라며,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는 경우에는 대학원에 진학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산둥중의학대학의 경우 모두의 예상과 다르게 적지 않은 학생들이 비교적 열악한 현급(县级) 병원도 마다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관련하여 취업 부문 담당자는 때로는 학생에게 자아실현이 대우보다 우선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특별히 세간의 관심을 끌었던 부분은 취업 설명회에 참가했던 기업 담당자의 경험이다. 그는 해당 설명회에서 나눴던 졸업생과의 대화를 소개하였다. 그에 따르면 한 학생은 매우 뛰어나고 개성 있는 학생으로 담당자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그런데 말미에 학생이 던진 몇 가지 질문에 담당자는 할 말을 잃고 말았다고 한다. 흔하게 연봉과 복지에 관련한 질문을 예상했던 담당자에 학생은 회사에 사원들을 위한 운동 시설이나 공식 티타임이 있는지 물었다고 한다.
‘쥬우허우‘는 무책임하고 이기적일까?
최근 관영 매체인 <인민일보>는 “내공을 단련하지 못하면 큰 그릇이 될 수 없다”며 쉽게 이직하는 젊은층을 비판했다. 해당 기사는 일부 청년은 연봉이 상승하고 지위가 높아지기 바라며 참을성 없이 직장을 옮기지만 결국 원하는 바를 얻은 이는 드물다고 지적했다.
나아가 과거의 몇몇 성공적 사례를 들어 그 ‘내공’은 하루아침에 혹은 쉽게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고 지적하며, 젊은이들은 초조해하기 보다는 노력해서 ‘내공’을 닦아야 빛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또한 웹상에서 많은 사람들이 요즘 젊은이들, 특히 ‘쥬우허우’를 비난한다. 실제 ‘쥬우허우’는 사회 생활에서 ‘치링허우’나 ‘바링허우’와 같이 안정만을 중시하지 않는다. 또한 자신에 맞지 않는 직장을 미련 없이 떠난다.
때문에 이런 그들을 이해하기 어려웠던 사람들이 ‘쥬우허우’는 즐길 줄만 알고 ‘헝그리 정신’이 부족하다거나 무책임하며 이기적이라고 지적한다. 다시 말해서 일과 직장의 소중함을 모르기에 그에 집중하지 않거나 쉽사리 떠난다고 비판하는 것이다.
물론 그들을 위한 반론도 있다. 우선 ‘쥬우허우’가 문제는 아니라는 지적이다. 사실 노동에 대한 정당한 대가, 인간으로서의 존중, 자아실현의 기회는 누구나 바라는 것인데, ‘쥬우허우’가 보다 당당하게 자신의 권리를 주장할 뿐이란 것이다.
또한 이전 세대와 성격은 다르나 ‘쥬우허우’가 견디고 있는 부담은 누구 못지않다는 지적이다. 경제적 성장으로 보다 많은 기회가 주어졌지만, 현재의 치열한 경쟁이나 독자(獨子)로서의 부담은 이전 세대가 겪지 못한 것이다.
모든 것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중국의 한 매체는 기업이 ‘쥬우허우’가 직장에서 원하는 바를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는 첫째 노동에 대한 정당한 대가이다. 터무니없는 연봉을 원하는 것이 아니다. 최소한 일을 시킨 대가는 정당하게 지급하라는 것이다.
둘째, 인간으로서의 존중이다. 단지 계약으로 묶인 상황에서 회사든 상사든 노예나 하인 취급은 사절이라는 것이다. 셋째, 해당 조직의 비전이다. 굶으며 자란 세대는 아니기에 보다 가능성 있는 조직에서 함께 발전하려는 것이다.
사실은 웹상에서 떠도는 ‘쥬우허우’의 기행(奇行)을 접하며 여느 ‘꼰대’처럼 혀를 찰 뻔 했던 것을 고백한다. 그런데 일부 사건의 뒤에 숨겨진 부당한 내막을 알았고, 나아가 그들의 요구가 사실은 누구나 바라고 우리가 꿈꾸는 사회라는 사실을 인지했다.
그리고 ‘바링허우’가 이전 세대와 달랐던 것처럼 ‘쥬우허우’도 우리와 다르며 이를 이해하고 존중할 필요가 있다는 사실도 다시 떠올렸다. 다른 것은 틀린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그들에게 나와 같기를 강요해선 안 된다.
사실 최근에 한국도 성별, 세대 같은 서로 다른 이들에 대한 혐오와 공격이 빈번하다. 상대에 대한 무지와 몰이해, 그리고 이에 근거해 상대에 대한 비난과 공격을 일삼는 것이다. 그러나 서로 편을 나눠 상대를 혐오하고 공격을 일삼는 사회가 건강하게 발전할 수 있을까? 그리고 그 안에서 나만 안전할 수 있을까? 서로의 시대나 환경이 다름을 인지하고 그들도 나름의 고충이 있음을 인정하면 이해하지 못할 것은 없다. 의식적이라도 이를 떠올리고 스스로를 가다듬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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