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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광대 한중관계브리핑 (프레시안)

[2019.02.01] 미세먼지, 모두 중국 탓?
[2019.02.01] 미세먼지, 모두 중국 탓?
한중관계연구원2021-01-28

한중간 감정싸움, 미세먼지 해결에 도움 안 돼

임진희 원광대 한중관계연구원 연구교수

 

필자는 2003년부터 2014년까지의 대부분을 중국 베이징에서 보냈다. 지금 떠올려도 다시없을 좋은 경험과 추억이 가득하지만 베이징의 기후와 환경만은 외국인 유학생에 있어 쉽지 않은 경험이었다.

 

봄에는 황사, 여름에는 폭염, 짧고 아름다운 가을을 지나면 겨울에는 혹한과 건조하며 나쁜 대기질에 시달려야 했다. 본래는 산책을 좋아했지만 밖에 나갈 엄두가 나지 않아 집안에 틀어박히기 일쑤였고, 청소할 때를 제외하면 창문을 열지도 않았다.

 

그때만 해도 한국은 대기오염 문제가 지금처럼 심각하지 않았다. 때문에 일 년에 한두 차례 집으로 돌아올 때마다 파란 하늘과 맑은 공기가 그렇게 반가울 수 없었다. 창문을 열고 지내는 데에 거리낌이 없었고, 일회용 마스크는 감기에 걸렸을 때나 쓰는 물건이라 생각하며 돈 주고 사본 기억이 없다. 그런데 불과 몇 년 사이 한국인의 삶이 달라졌다. 미세먼지 수치를 확인하는 일이 일과가 되었고, 어느새 마스크와 공기 청정기는 필수품이 되었다.

 

이에 미세먼지 문제에 대한 관심과 대책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한국의 연구 결과는 한국의 미세먼지 문제에 일정 부분 중국의 책임이 있음을 주장한다. 북반구에는 편서풍이 불고, 특히 가을과 겨울은 중국의 영향이 크다는 것이다.

 

미세먼지, 한중간 새로이 등장한 환경이슈

 

실제 필자가 대학원에 다니던 당시 중국 베이징의 미세먼지 오염은 최악의 상태였다. 세계보건기구(WHO) 기준으로 50㎍/m³은 미세먼지 ‘경계단계’인데, 지금 기억으로 당시 300에서 500까지 흔하게 오르내렸다. 육안으로 보면 5-6미터 앞이 흐릿하게 보일 정도였다.

 

물론 지금은 많이 나아졌다고 자평하지만 다른 나라들에 비하면 여전히 심각하다. 겨울은 난방 때문에 오염 정도가 유독 심한데 마침 한국은 북서 계절풍이 부는 시기라서 그 영향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지난 몇 년간 한국 정부와 관련 기관은 미세먼지 문제와 대기오염 악화의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서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다. 근래에 발표되는 결과를 살펴보면 최소한 절반 이상의 오염 물질이 중국에서 유입된다. 이에 적지 않은 한국 사람들은 정부가 대책을 세우고 중국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중국은 한국의 미세먼지 문제는 한국의 책임이라 말하며, 다른 이를 맹목적으로 탓하다가는 스스로 미세먼지를 줄일 기회를 놓칠 것이라 주장한다. 감정적 언론 보도에 양국 국민의 감정 역시도 악화되는 상황이다.

 

환경문제와 국제협력에 대한 중국의 인식

 

필자는 석사과정 시절 황사와 황해 오염에 관심을 가지고 월경성 환경오염과 동북아 환경협력에 관한 학위 논문을 썼다. 당시 연구한 바에 따르면 동북아 각국의, 특히 20여 년간 이어졌던 중국 경제의 고속 발전은 무분별한 자원개발과 환경오염을 대가로 한 것이었다.

 

이에 각국은 자국 내에서 심각한 환경오염 문제를 겪었으며, 나아가 오염 물질이 국경을 넘어 이동함에 따라 인접한 국가의 피해를 가중시키고 이로 인한 국가 간의 갈등까지 유발하는 상황이었다.

 

중국 내에서는 토양, 수질, 해양, 대기 등의 환경오염 심화로 지금까지의 방식으로는 지속 가능한 발전이 불가능하다는 자성의 소리가 높아졌다. 이대로 간다면 환경오염과 생태파괴가 도리어 경제발전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는 주장이었다. 환경오염 대가와 비용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나아가 월경성 환경오염 문제가 동북아 지역과 글로벌 이슈로 떠오르면서 중국은 국제사회에서 곤혹스러운 입장에 처하게 되었다. 국제여론 압력은 물론이고 ‘환경장벽’ 이슈도 등장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중국은 국내적 환경오염 저감에 더하여 관련한 국제협력에 적극적으로(그러나 선별적으로) 참여하며 국제여론과 압력을 무마하려 하였다.

 

중국의 관련 기본 입장은 경제발전은 반드시 환경보호를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실제적인 책임은 최대한 회피한다. 각국은 스스로의 상황과 조건에 근거하여 자국의 환경 보호와 발전 전략을 결정해야만 한다는 설명이다. 글로벌 차원에서는 선진국 책임을 강조하며 자금지원 및 기술이전 등 더욱 많은 의무를 부담하라고 요구한다.

 

한중간 감정싸움, 미세먼지문제 해결에 도움 되지 않는다

 

한국 정부는 미세먼지에 대해 뚜렷한 혹은 뾰족한 수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그러자 사람들은 답답한 마음에 한국 정부와 중국을 향해 대책을 촉구하며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나아가 책임을 부정하는 중국의 발언이 들려오며 2016~2017년 정점을 찍었던 한국 내 반중(反中) 정서가 다시 고조되고 있는 실정이다.

 

중국에도 한국이 자국의 미세먼지 문제에 중국의 책임을 주장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당연하게 그들은 동의하지 않는다. 중국의 정부, 언론, 여론도 자국의 미세먼지 오염이 심각하다는 사실은 인정하지만, 수백 킬로미터나 떨어진 한반도까지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최소한 겉으로는 그렇게 주장한다. 나아가 근래 몇 년간 한국과 한국인에 대한 감정이 좋지만은 않았기에 웹상에서 보이는 반응들도 그다지 호의적이지 않았다.

 

그런데 이러한 감정적 논쟁이 실질적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까? 우리가 노력하면 중국이 오염유발 책임을 인정할까? 불가능하다. 중국 측은 자국의 오염이 심하고 한국에 어느 정도 영향을 준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다만 국가의 책임 인정은 국격(國格), 배상, 후속 조치 등의 다양한 측면을 고려해야 한다.

 

보다 중요한 점은 중국의 참여와 협조가 없다면 문제 해결은 더욱 어렵다는 사실이다. 한국이 맑은 공기와 파란 하늘을 원한다면 문제 해결에 보다 초점을 맞춰야만 한다. 특히 한중간 공동 조사, 연구, 기술 협력 같은 실질적 문제 해결을 위한 외교적 시도와 노력은 굴욕이 아니라는 점을 알아야만 한다.

 

출처: https://www.pressian.com/pages/articles/227596#0DK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