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광대 한중관계브리핑 (프레시안)
[2019.03.22] 뉴질랜드 테러를 바라보는 중국의 시각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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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관계연구원2021-01-28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이메일 프린트 |
정쟁에 이용한 터키, 근원적 문제 짚은 중국 임진희 원광대 한중관계연구원 연구교수
2019년 3월 15일(현지 시각) 뉴질랜드 남섬 동부 도시 크라이스트처치에 위치한 두 곳의 이슬람 사원에서 총기 난사 사건이 일어났다. 용의자는 호주 국적의 20대 백인 청년으로 사전에 반(反) 무슬림, 반 유색인종, 반 이민의 내용을 담은 ‘선언문’을 발표하고, 테러 과정을 페이스북 라이브로 생중계해 전 세계 사람들에게 큰 충격을 안겨줬다. 이 사건으로 50명이 사망하고, 50명이 부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건은 유엔이 정한 3월 21일 ‘세계 인종차별 철폐의 날’을 불과 며칠 앞두고 벌어졌다. 인종차별 철폐의 날은 1960년 3월 21일 남아프리카공화국 샤프빌에서 경찰이 인종분리 정책에 반대하는 평화적 시위대에 발포, 69명의 시민들이 희생된 사건에서 유래했다.
그 이후로 60여 년간 많은 인종차별 법과 관습이 폐지됐다. 그러나 지금도 세계 각지에서는 여전히 많은 개인, 공동체, 사회가 인종차별로 인한 불평등과 부정의로 고통 받고 있다. 이번 사건도 그 중 하나다.
뉴질랜드 정부의 대처는 신속했고, 저신다 아던 총리의 강한 대처와 리더십에 찬사가 이어졌다. 그는 테러 직후 테러리스트와 그 이데올로기를 강력히 규탄하며, 뉴질랜드의 가치는 이번 공격으로 흔들리지도, 흔들릴 수도 없다고 밝혔다.
그리고 그는 바로 다음날 총기 규제를 위한 작업에 착수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테러 용의자가 2017년 총기 허가증 발급 이후에 합법적으로 구매한 총 5정의 총기들이 이번 범행에서 사용된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 22일(현지 시각) 뉴질랜드 테러 사건이 발생한 알누르 사원 인근 헤글리 공원에서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예배가 열렸다. 이 행사에 히잡을 쓰고 참석한 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가 참가자들에게 인사를 건네고 있다. ⓒ AFP=연합뉴스
세계는 이번 사건에서 무엇을 보고 느꼈을까
세계 각국에서는 희생자에 대한 애도와 추모의 물결이 이어졌다. 바티칸 뉴스에 따르면 프란치스코 교황은 17일 주일 삼종기도를 마치면서 뉴질랜드 테러로 “목숨을 잃은 사람들과 다친 사람들, 그들의 가족을 위해 기도하자” 호소했고, “증오와 폭력에 맞서는 평화를 위해 기도하자”고 당부했다. 뿐만 아니라 미국, 독일, 파키스탄 등의 각국 정상들과 유엔 등의 국제기구가 애도 성명을 발표했고, 유엔인권위, 영국 국회의사당 등 곳곳에서 추모의 묵념도 이어졌다.
그런데 뒤의 몇몇 소식은 기대했던 바가 아니었다. 우선, 미국에는 반 이민과 반 이슬람 성향의 테러 용의자가 과거 트럼프를 공개적으로 칭송했던 사실이 밝혀지며 논란이 일어났다. 트럼프 대통령은 재빨리 뉴질랜드 테러나 백인 우월주의와의 선긋기에 나섰지만, 미국 언론들은 과거 발언들을 언급하며 그가 비난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리고 야당인 민주당 인사는 트럼프가 범행의 구실로 이용되고 있다며 그에게 보다 강력한 대응을 요구했다.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놀랍게도 이 사건을 이용했다. 그는 “개탄할 행위의 목표물이 된 이슬람 세계와 뉴질랜드인에게 터키를 대표해 조의를 표한다”고 밝히면서 테러 용의자의 범죄 동영상을 수차례 재생하고, 1915년 호주와 뉴질랜드 군대를 포함하는 연합군과 터키가 치렀던 갈리폴리 전투 등을 언급했다. 경기 침체로 열세에 처한 지방선거를 만회하고자 무슬림과 유권자를 자극하는데 이 사건을 이용한 것이다.
중국, 서구 사회와 정치 제도에 문제 제기
중국은 사건 당일인 15일, 시진핑(習近平) 국가 주석과 리커창(李克强) 국무원 총리, 왕이(王毅) 외교부장이 각각 사망자, 부상자 및 그 가족들에게 위로를 전했다. 그리고 다수 언론과 여론도 테러 사건과 용의자를 비판하고, 비극적 사고를 겪은 당사자와 가족들, 뉴질랜드 국민들에 안타까운 마음과 위로를 표했다.
뿐만 아니라 바로 다음날 반자동 총기 규제 계획을 발표한 저신다 아던 총리와 정치 당파나 사회 계층을 뛰어넘어 이를 지지하고 적극 참여하는 시민들에 큰 찬사를 보냈다.
다만 중국이 테러 자체를 보는 시각은 조금 달랐다. 예를 들면 <환구시보>(环球时报) 사설에는 호주 유학과 근무 경력이 있는 한 필자가 자신의 경험과 관찰에 근거해 서방 국가에는 몇 가지 중대한 결점이 있다고 주장했다.
우선 정부와 정보 및 치안 부문의 총기, 인터넷과 언론매체 관리 부실이다. 둘째, 국내 경제침체, 사회 양극화, 중산층 감소, 잘못된 민족정책, 소수민족 복지 문제다. 단발 사건이 아닌 근본 원인에 보다 집중한 것이다.
그 외에 서구 사회와 정치 제도의 자체 결함을 지적하는 경우도 상당했다. 일례로 다른 사설 필자는 뉴질랜드 총리나 국민들의 대응과 총기 규제에 관한 행동력에 긍정적 의견을 표했지만, 이것이 근본적인 해결을 가져올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 사건 자체가 뉴질랜드만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는 근래 서구에 만연한 백인 우월주의, 극우 포퓰리즘 등을 문제로 꼽았다. 특히 문제해결 의지와 능력의 부재를, 심지어 이를 정쟁에 이용하는 정계를 비판했다.
중국의 예상 가능한 주장, 그러나 배울 점은 있다
이 사건이 일어난 바로 그 날, 한국의 포털 사이트에서 뉴스를 접했다. 그리고 그 아래에 테러범에 동조하는 흉악한 댓글에 놀라서, 보다 솔직히 말하자면 근래에 빈발하는 각종 테러에 무감각해져 무심히 페이지를 닫았던 기억이 난다.
며칠이 지난 후에야 중국 뉴스와 각종 시론을 읽다 이 문제를 다시 들여다보게 되었다. 중국의 주장이 모두 옳다 생각지 않는다. 단지 중국 기사마다 달린 너나 잘하라는 무조건적 폄훼도 문제다. 새겨들을 말도 있기 때문이다.
짧은 생각에 가장 뼈아픈 것은 세계가 뉴질랜드 테러를 바라보며 인권, 생명, 정의, 포용 같은 근본적 가치와 문제의 해결에 집중하기 보다는 정치 싸움과 지방 선거에 이를 활용하는 저열함을 드러냈단 지적이다. 중국 학자나 언론 매체가 흔히 말하는 서구 사회와 정치 체제의 폐단이다.
물론 필자는 소위 서구식(?) 가치와 체제에 대한 신뢰와 믿음이 있다. 그러나 완벽하지 않으며,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에 동의한다. 누가 지적하는가는 중요하지 않다. 이롭다면 환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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