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광대 한중관계브리핑 (프레시안)
[2019.08.30] ‘사회주의’ 중국에서 ‘노동자’의 의미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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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관계연구원2021-01-28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이메일 프린트 |
변화하는 ‘노동자’, 중국 사회 변화의 시작? 정규식 원광대 한중관계연구원 연구교수
‘신시대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와 ‘노동‘의 마주침
그동안 ‘노동’이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중국사회를 이해하기 위해 노력해온 작은 결과물인 <노동으로 보는 중국>이라는 책을 두려움과 설레는 마음으로 세상에 내놓게 되었다. 주지하듯이 최근 중국 광둥(廣東)성 선전(深圳)시에 소재한 제이식 과기유한공사(佳士科技股份有限公司, Jasic Technology) 노동자들의 투쟁과 이들을 지원하는 대학생들의 연대 활동, 그리고 이에 대한 중국 정부의 탄압 소식이 전해지면서 국내에서도 중국 노동문제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 이 책은 중국의 노동체제가 글로벌 시장경제의 변동, 도시와 농촌의 이원구조, 사회주의 단위체제와 시장화 개혁의 흐름을 관통하면서 생성해낸 모순의 단면을 보여준다. ⓒ 나름북스
무엇보다 노동자와의 연대에 참여했던 학생들이 주로 북경대, 인민대, 남경대, 중산대 등 주요 대학의 ‘마르크스연구회’ 소속 학생들이었고, 이들이 노동현실 비판의 근거로 삼은 것이 ‘사회주의 사상’이었다는 점에서 단순한 노동문제를 넘어 중국 사회체제에 관한 관심으로 이어졌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최근 중국 정부도 지속적으로 ‘사회주의 사상’을 강조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특히 2017년 10월에 개최된 제19차 당 대회에서 중국 공산당은 ‘시진핑 신시대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 사상’을 발표하고, 2050년까지의 국가발전 로드맵을 제시했다.
이처럼 오늘날 중국에서는 ‘사회주의’에 대한 서로 다른 기억과 열망을 바탕으로 아래로부터의 요구와 위로부터의 정책이 충돌하고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중국 노동문제는 사회주의 시기와 개혁개방 이후 중국의 변화를 읽는 중요한 통로이다. 일상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중국 노동자들의 저항에서 사회주의 시기의 기억과 담론들이 소환되고 있으며, 정부의 정책도 이에 따라 계속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노동’을 매개로 사회주의 시기와 개혁개방 이후에 대한 ‘기억의 정치’가 전개되고 있으며, 이것이 중국 사회 변화의 향방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중국 노동정책의 변화 과정과 이를 둘러싼 다양한 행위자의 정치적 경합과정을 살펴봄으로써, 중국 노동체제의 제도적 특성과 노동자 저항의 정치적 동학을 분석하는 것이 중요하다. 즉 중국에서 도시-농촌 간 이원적 노동관계와 도시 내부의 분절적 노동시장이 형성된 역사적 배경을 검토하고, 정부의 노동정책 및 다양한 행위자의 경합과 저항, 적응에 의해 중국 노동체제와 관련된 제도가 어떻게 변화되고 재생산되었는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또한 중국 노동제도와 정책의 변화가 노동자 계급의 형성 및 변용에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지를 ‘신노동자'(新工人) 집단의 저항과 조직화 과정을 중심으로 고찰한 것도 이 책의 중요한 특징이다. 그리고 ‘사회치리'(social governance) 체제의 수립 및 ‘조화로운 노동관계’의 구축이라는 거시적인 사회통치 체계의 맥락 속에서 중국 정부는 어떻게 노동체제의 제도적 재설계를 하고 있으며, 그 한계 및 과제는 무엇인지를 분석했다.
중국 노동체제의 제도적 특성과 노동자 저항의 정치적 동학
중국 노동체제의 특성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선 중국 노동관계의 이원구조에 주목해야 한다. 중국에서 이원적 노동관계가 형성된 가장 중요한 제도적 요인가운데 하나는 도농 간의 노동력 이동을 제한함으로써 고용 체제의 이원화를 고착화한 호적제도의 실시이다. 그리고 계획경제 시기에 추진된 중공업 중심의 발전 전략과 이에 부응한 고용제도, 분배제도 등의 노동정책으로 인해 중국 특유의 도농분할, 부문별 분할, 지역적 분할 구조가 체계적으로 확립되었다.
또한 계획경제 시기에 도시에서의 경제생활과 사회복지 및 정치적 통제는 모두 ‘단위체제'(單位體制) 안에서 이루어졌다. ‘단위’는 기본적으로 노동자가 생산 활동에 종사하는 장소를 의미하는 것이지만, 정치적 영역에서는 국가와 노동자를 중개하는 역할을 수행했다. 한편 단위체제는 노동력 관리뿐만 아니라 노동자의 주거와 교육, 일상생활을 통한 노동력 재생산 등을 비교적 안정적으로 보장하려는 일종의 복지 시스템이었다.
사회주의 계획경제 시기에는 이러한 단위체제에 기초하여 임금제도, 기업관리제도, 복지제도 등이 구체적으로 실행되었다. 따라서 이 시기에 고용제도의 특징은 국가가 통일적으로 노동력을 관리하고 배분하는 체제였다.
개혁개방을 통한 중국 경제체제의 개혁은 ‘정부-기업’ 관계의 변혁을 둘러싸고 진행된 일련의 제도적 진화의 과정이었으며, 개혁의 중심은 기업의 경영 자주권 확대였다. 즉 시장화 개혁이 보다 적극적으로 추진되면서 노동계약 제도가 점차 전면적으로 시행되었으며, 이에 따라 중국에서 본격적으로 ‘노동시장’이 형성되었다. 그리고 기업은 고용 자주권을 가지게 되었고, 노동자도 노동력 공급의 주체가 되어 노동력을 자유롭게 판매할 수 있게 되었다.
이처럼 ‘자유로운 노동자’를 바탕으로 한 노동시장의 형성은 중국 정부가 노동력의 상품으로서의 속성을 인정한다는 표지로 인식되었으며, ‘상품으로서의 노동력을 소유한 노동자’와 ‘국가의 주인으로서의 노동자’ 간의 실질적인 사회·경제적 지위의 간극이 지속적으로 문제가 되었다.
신노동자의 주체화와 사회관리 방식의 변화
특히 2000년대에 접어들면서 노동자의 세대구성이 전환되기 시작하고, ‘신노동자’가 점차 중국 노동운동의 주체로 자리매김하면서 이들의 집단적 저항과 조직화의 방식은 훨씬 복잡하고 다양하게 전개되고 있다. 이들은 자신들이 개혁개방의 과정에서 새롭게 형성된 노동자임을 자각하고 있으며, 기존의 농민공이라는 ‘이중적 신분 정체성’을 거부하고 스스로를 ‘신노동자’로 호명하며 정체성을 확립해 나가고 있다.
그리고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파업사건에서 드러나듯이 기존의 노동관계 시스템으로는 노동자들의 높아진 권리요구 및 평등에 대한 기대를 제어할 수 없다는 것이 점점 분명해지고 있다. 즉 신노동자를 주축으로 한 노동자의 저항이 중국 노동관계의 제도화를 적극적으로 촉진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신노동자들이 노동과정의 소외, 전제적 관리방식, 도시에서의 배제, 차별적인 이등시민 신분에 대해 어떠한 ‘저항의 정치’를 만들어나갈 것인지, 그리고 이에 대한 정부 당국의 정책변화는 어떠한 양상을 보일 것인지가 중국 노동정치의 동학을 이해하는데 있어 더욱 중요한 요소로 부각되고 있다.
따라서 중국의 노동문제를 단순하게 ‘노동관계’에 대한 영역으로 한정하지 않고, 좀 더 거시적인 측면에서 중국 ‘당-국가’ 정책과의 상호작용 및 이에 따른 정책 변화를 중심으로 분석할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중국에서 노동문제는 협소한 의미의 ‘노동’ 영역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중국의 통치전략 전반을 포괄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중국 노동체제의 변화는 사회 전체의 전반적인 변화와 맞물려 진행되고 있으며, ‘사회치리’로의 전환이라는 사회통치 체계의 맥락 안에서 전개되고 있다. 그러나 노동자의 단체행동권이 법적으로 인정되지 않고, 자본과의 평등한 협상을 진행하는 중요한 주체인 ‘공회’에 대한 개혁이 미진한 상황에서 노동자들의 권리수호 행동은 여전히 ‘사회의 불안정 요소’로 규정되고 있으며, 심지어 통제와 단속의 대상으로 여겨지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사회치리로의 전환과정에서 나타난 가장 중요한 변화 중의 하나가 사회조직에 대한 활성화와 규제완화인데, ‘노동 NGO’에 대해서만큼은 예외적으로 적용되고 있다. 즉 다수의 사회조직에 대해서는 포섭의 전략을 취하면서도, 정치적으로 민감하거나 경제발전에 위해가 되는 ‘노동 NGO’에 대해서는 ‘안정유지’를 명목으로 탄압과 배제의 전략을 취하는 분할통치가 행해지고 있다.
노동으로 중국사회 읽기
이처럼 중국에서 노동문제는 사회주의 시기의 유산과 개혁개방 이후에 변화된 ‘노동-자본’의 관계가 중첩되면서 더욱 복잡한 궤적을 그리고 있다. 따라서 역사적으로 축적되어 고착화된 중국 노동체제의 특성과 노동시장의 분절적 구조, 노동자의 세대교체와 이에 따른 계급의식의 변화는 중국 노동문제를 이해하는데 여전히 중요한 요소이다. 이러한 측면에서도 사회주의 시기의 유산과 자본주의 체제에 편입한 이후의 과정이 중첩되어 형성된 중국 노동체제의 특성과 이에 따른 노동자 저항에 대한 다층적 분석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물론 이 책에서 오늘날 사회주의 시기의 유산과 개혁개방 이후의 변화 과정이 응축되어 발현되고 있는 중국 노동문제의 복잡성을 모두 드러냈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다만 사회주의 시기와 개혁개방을 거쳐 형성된 중국 사회에서 ‘노동’은 과연 어떤 의미를 지니며, 또 ‘노동자’는 어떤 위치에 놓여있는지에 대한 질문을 제기하고, 이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었다. 이 책에서 제기된 질문과 문제의식, 그리고 분석이 중국 노동문제에 관심을 갖고 있는 이들에게 아주 작은 기여라도 할 수 있기를 바란다.
‘신시대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와 ‘노동‘의 마주침
그동안 ‘노동’이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중국사회를 이해하기 위해 노력해온 작은 결과물인 <노동으로 보는 중국>이라는 책을 두려움과 설레는 마음으로 세상에 내놓게 되었다. 주지하듯이 최근 중국 광둥(廣東)성 선전(深圳)시에 소재한 제이식 과기유한공사(佳士科技股份有限公司, Jasic Technology) 노동자들의 투쟁과 이들을 지원하는 대학생들의 연대 활동, 그리고 이에 대한 중국 정부의 탄압 소식이 전해지면서 국내에서도 중국 노동문제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무엇보다 노동자와의 연대에 참여했던 학생들이 주로 북경대, 인민대, 남경대, 중산대 등 주요 대학의 ‘마르크스연구회’ 소속 학생들이었고, 이들이 노동현실 비판의 근거로 삼은 것이 ‘사회주의 사상’이었다는 점에서 단순한 노동문제를 넘어 중국 사회체제에 관한 관심으로 이어졌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최근 중국 정부도 지속적으로 ‘사회주의 사상’을 강조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특히 2017년 10월에 개최된 제19차 당 대회에서 중국 공산당은 ‘시진핑 신시대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 사상’을 발표하고, 2050년까지의 국가발전 로드맵을 제시했다.
이처럼 오늘날 중국에서는 ‘사회주의’에 대한 서로 다른 기억과 열망을 바탕으로 아래로부터의 요구와 위로부터의 정책이 충돌하고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중국 노동문제는 사회주의 시기와 개혁개방 이후 중국의 변화를 읽는 중요한 통로이다. 일상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중국 노동자들의 저항에서 사회주의 시기의 기억과 담론들이 소환되고 있으며, 정부의 정책도 이에 따라 계속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노동’을 매개로 사회주의 시기와 개혁개방 이후에 대한 ‘기억의 정치’가 전개되고 있으며, 이것이 중국 사회 변화의 향방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중국 노동정책의 변화 과정과 이를 둘러싼 다양한 행위자의 정치적 경합과정을 살펴봄으로써, 중국 노동체제의 제도적 특성과 노동자 저항의 정치적 동학을 분석하는 것이 중요하다. 즉 중국에서 도시-농촌 간 이원적 노동관계와 도시 내부의 분절적 노동시장이 형성된 역사적 배경을 검토하고, 정부의 노동정책 및 다양한 행위자의 경합과 저항, 적응에 의해 중국 노동체제와 관련된 제도가 어떻게 변화되고 재생산되었는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또한 중국 노동제도와 정책의 변화가 노동자 계급의 형성 및 변용에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지를 ‘신노동자'(新工人) 집단의 저항과 조직화 과정을 중심으로 고찰한 것도 이 책의 중요한 특징이다. 그리고 ‘사회치리'(social governance) 체제의 수립 및 ‘조화로운 노동관계’의 구축이라는 거시적인 사회통치 체계의 맥락 속에서 중국 정부는 어떻게 노동체제의 제도적 재설계를 하고 있으며, 그 한계 및 과제는 무엇인지를 분석했다.
중국 노동체제의 제도적 특성과 노동자 저항의 정치적 동학
중국 노동체제의 특성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선 중국 노동관계의 이원구조에 주목해야 한다. 중국에서 이원적 노동관계가 형성된 가장 중요한 제도적 요인가운데 하나는 도농 간의 노동력 이동을 제한함으로써 고용 체제의 이원화를 고착화한 호적제도의 실시이다. 그리고 계획경제 시기에 추진된 중공업 중심의 발전 전략과 이에 부응한 고용제도, 분배제도 등의 노동정책으로 인해 중국 특유의 도농분할, 부문별 분할, 지역적 분할 구조가 체계적으로 확립되었다.
또한 계획경제 시기에 도시에서의 경제생활과 사회복지 및 정치적 통제는 모두 ‘단위체제'(單位體制) 안에서 이루어졌다. ‘단위’는 기본적으로 노동자가 생산 활동에 종사하는 장소를 의미하는 것이지만, 정치적 영역에서는 국가와 노동자를 중개하는 역할을 수행했다. 한편 단위체제는 노동력 관리뿐만 아니라 노동자의 주거와 교육, 일상생활을 통한 노동력 재생산 등을 비교적 안정적으로 보장하려는 일종의 복지 시스템이었다.
사회주의 계획경제 시기에는 이러한 단위체제에 기초하여 임금제도, 기업관리제도, 복지제도 등이 구체적으로 실행되었다. 따라서 이 시기에 고용제도의 특징은 국가가 통일적으로 노동력을 관리하고 배분하는 체제였다.
개혁개방을 통한 중국 경제체제의 개혁은 ‘정부-기업’ 관계의 변혁을 둘러싸고 진행된 일련의 제도적 진화의 과정이었으며, 개혁의 중심은 기업의 경영 자주권 확대였다. 즉 시장화 개혁이 보다 적극적으로 추진되면서 노동계약 제도가 점차 전면적으로 시행되었으며, 이에 따라 중국에서 본격적으로 ‘노동시장’이 형성되었다. 그리고 기업은 고용 자주권을 가지게 되었고, 노동자도 노동력 공급의 주체가 되어 노동력을 자유롭게 판매할 수 있게 되었다.
이처럼 ‘자유로운 노동자’를 바탕으로 한 노동시장의 형성은 중국 정부가 노동력의 상품으로서의 속성을 인정한다는 표지로 인식되었으며, ‘상품으로서의 노동력을 소유한 노동자’와 ‘국가의 주인으로서의 노동자’ 간의 실질적인 사회·경제적 지위의 간극이 지속적으로 문제가 되었다.
신노동자의 주체화와 사회관리 방식의 변화
특히 2000년대에 접어들면서 노동자의 세대구성이 전환되기 시작하고, ‘신노동자’가 점차 중국 노동운동의 주체로 자리매김하면서 이들의 집단적 저항과 조직화의 방식은 훨씬 복잡하고 다양하게 전개되고 있다. 이들은 자신들이 개혁개방의 과정에서 새롭게 형성된 노동자임을 자각하고 있으며, 기존의 농민공이라는 ‘이중적 신분 정체성’을 거부하고 스스로를 ‘신노동자’로 호명하며 정체성을 확립해 나가고 있다.
그리고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파업사건에서 드러나듯이 기존의 노동관계 시스템으로는 노동자들의 높아진 권리요구 및 평등에 대한 기대를 제어할 수 없다는 것이 점점 분명해지고 있다. 즉 신노동자를 주축으로 한 노동자의 저항이 중국 노동관계의 제도화를 적극적으로 촉진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신노동자들이 노동과정의 소외, 전제적 관리방식, 도시에서의 배제, 차별적인 이등시민 신분에 대해 어떠한 ‘저항의 정치’를 만들어나갈 것인지, 그리고 이에 대한 정부 당국의 정책변화는 어떠한 양상을 보일 것인지가 중국 노동정치의 동학을 이해하는데 있어 더욱 중요한 요소로 부각되고 있다.
따라서 중국의 노동문제를 단순하게 ‘노동관계’에 대한 영역으로 한정하지 않고, 좀 더 거시적인 측면에서 중국 ‘당-국가’ 정책과의 상호작용 및 이에 따른 정책 변화를 중심으로 분석할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중국에서 노동문제는 협소한 의미의 ‘노동’ 영역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중국의 통치전략 전반을 포괄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중국 노동체제의 변화는 사회 전체의 전반적인 변화와 맞물려 진행되고 있으며, ‘사회치리’로의 전환이라는 사회통치 체계의 맥락 안에서 전개되고 있다. 그러나 노동자의 단체행동권이 법적으로 인정되지 않고, 자본과의 평등한 협상을 진행하는 중요한 주체인 ‘공회’에 대한 개혁이 미진한 상황에서 노동자들의 권리수호 행동은 여전히 ‘사회의 불안정 요소’로 규정되고 있으며, 심지어 통제와 단속의 대상으로 여겨지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사회치리로의 전환과정에서 나타난 가장 중요한 변화 중의 하나가 사회조직에 대한 활성화와 규제완화인데, ‘노동 NGO’에 대해서만큼은 예외적으로 적용되고 있다. 즉 다수의 사회조직에 대해서는 포섭의 전략을 취하면서도, 정치적으로 민감하거나 경제발전에 위해가 되는 ‘노동 NGO’에 대해서는 ‘안정유지’를 명목으로 탄압과 배제의 전략을 취하는 분할통치가 행해지고 있다.
노동으로 중국사회 읽기
이처럼 중국에서 노동문제는 사회주의 시기의 유산과 개혁개방 이후에 변화된 ‘노동-자본’의 관계가 중첩되면서 더욱 복잡한 궤적을 그리고 있다. 따라서 역사적으로 축적되어 고착화된 중국 노동체제의 특성과 노동시장의 분절적 구조, 노동자의 세대교체와 이에 따른 계급의식의 변화는 중국 노동문제를 이해하는데 여전히 중요한 요소이다. 이러한 측면에서도 사회주의 시기의 유산과 자본주의 체제에 편입한 이후의 과정이 중첩되어 형성된 중국 노동체제의 특성과 이에 따른 노동자 저항에 대한 다층적 분석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물론 이 책에서 오늘날 사회주의 시기의 유산과 개혁개방 이후의 변화 과정이 응축되어 발현되고 있는 중국 노동문제의 복잡성을 모두 드러냈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다만 사회주의 시기와 개혁개방을 거쳐 형성된 중국 사회에서 ‘노동’은 과연 어떤 의미를 지니며, 또 ‘노동자’는 어떤 위치에 놓여있는지에 대한 질문을 제기하고, 이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었다. 이 책에서 제기된 질문과 문제의식, 그리고 분석이 중국 노동문제에 관심을 갖고 있는 이들에게 아주 작은 기여라도 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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