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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광대 한중관계브리핑 (프레시안)

[2019.09.06] 중국, 홍콩과 ‘하나의 중국’ 만들고 싶다면
[2019.09.06] 중국, 홍콩과 ‘하나의 중국’ 만들고 싶다면
한중관계연구원2021-01-28

홍콩 시위, 쉽게 잦아들지 않을 것

윤성혜 원광대 한중관계연구원 연구교수

 

 

범죄인인도에 관한 법률 개정이 도화선이 된 홍콩의 민주화시위가 지난 3개월 동안 쉼 없이 뜨거워지고 있다. 그러던 와중 209년 9월 4일 홍콩 행정 수반인 캐리 람(林鄭月娥) 행정장관이 법률수정안을 공식적으로 철회한다고 발표하면서, 시위가 진정될 여지가 생겼다.

 

1992년에 제정된 본 법률은 「탈주범조례(逃犯条例)」가 정식명칭이며, 한국에서는 주로 송환법이라 불린다. 본 법은 타국에서 범죄를 저지르고 본국으로 도망 온 범죄자를 처벌하기 위해 당해 국가의 요청에 의해 범죄자를 인도하는 내용이 요지이며, 국제법상 「범죄인인도조약」과 같다. 법죄인인도조약은 범죄의 진압을 위하여 국제적 협력을 증진하기 위해 제정된 것이다. 조약은 체결하는 국가마다 그 내용이 조금씩 다르지만, 범죄를 처벌하여 피해자의 권리를 구제하기 위해 국가 간 협력을 한다는 목적은 대동소이하다.

 

한국의 경우는 미국, 중국, 유럽, 일본 등 많은 국가들과 법죄인인도조약을 체결하고 범죄 처벌을 위한 사법공조를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 ‘이태원살인사건’으로 잘 알려진 아서 존 패터슨을 미국으로부터 송환해 한국에서 처벌을 할 수 있었던 것도 이러한 한-미간 범죄인인도조약 덕분이다.

 

그렇다면, 중국과 홍콩은 하나의 국가인데 어떻게 범죄인인도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가? 또한 홍콩에서 개정하려는 범죄인인도에 관한 법률이 도대체 어떠한 규정을 담고 있기에 이것이 홍콩의 민주화시위의 도화선이 될 수 있었던 것일까?

 

사법적 측면에서 중국과 홍콩은 개별 국가적 지위

 

알려진 바와 같이 중국과 홍콩은 하나의 국가이면서 서로 다른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이를 일국양제(一国两制)라 한다. 사회주의 체제를 채택하고 있는 중국은 1997년 영국으로부터 홍콩을 반환 받을 때 홍콩 고유의 자본주의 체제와 자치적 행정권, 사법권, 입법권을 인정했다. 다만, 외교와 국방에 대해서는 홍콩의 자치권을 인정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사법적 측면에서만 보면, 홍콩은 개별 국가와 같은 지위를 가지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중국과 홍콩이 한 국가이긴 하지만 범죄인인도에 관해서는 국가간 체결하는 범죄인인도조약과 같은 양자간 합의가 필요하다.

 

범죄인인도에 관한 규정을 담고 있는 홍콩의 탈주범조례는 1992년 제정됐고, 형법상 사법관할권에 있어 속지주의가 원칙이다. 즉, 중국과 홍콩의 각 상대 지역에서 발생한 범죄 행위에 대해서는 서로가 수사와 재판에 대한 권한을 갖지 못한다. 하지만 당해지역에서 발생하는 범죄에 대해서는 범죄자가 당해지역의 시민이건 아니건 상관없이 사법적 관할권을 가진다. 이는 마카오 및 타이완과의 관계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또한 홍콩의 탈주범조례는 “범죄인인도에 있어서 사법제도가 완전하게 갖춰진 정부와만 범죄인인도관계를 맺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홍콩은 중국에 반환된 이후에도 사법적으로 완전하지 못한 중국과는 범죄인인도 관계를 맺지 않았다.

 

▲ 2019년 11월 2일 홍콩에서 열린 송환법 반대 시위에 참석한 한 참가자가 “경찰은 시위대를 바퀴벌레라고 부르고 있다”는 문구가 적힌 팻말을 들고 있다. ⓒ EPA=연합뉴스

 

 

법적 흠결의 보완 vs 인권보호

 

이러한 배경 하에서 중국, 홍콩, 마카오, 그리고 타이완 지역 간 민간 교류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이에 따라 심심치 않게 각지에서 범죄가 발생하기도 한다. 문제는 홍콩 시민이 타이완에서 범죄를 저지르고 홍콩으로 돌아왔을 경우, 범죄의 사실이 명확한데도 불구하고 속지주의를 채택하고 있는 홍콩정부는 이를 처벌할 법률적 근거가 없다는 것이다. 홍콩과 타이완 간에는 범죄인인도관계가 아니기 때문에 범죄자를 송환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이는 중국과의 관계에서도 다를 바가 없다.

 

홍콩시민의 타이완 살인사건과 같이 살인을 저지른 사람도, 살해를 당한사람도 모두 홍콩시민인데, 사건이 타이완에서 일어났기 때문에 이에 대해 홍콩이 어떠한 사법적 권한을 가지지 못한다. 다른 한편으로는 홍콩시민이 홍콩이외의 지역에서 범죄에 연루되어 억울하게 재판을 받게 되거나, 부당하게 권리의 침해를 받는다 하더라도 홍콩정부는 홍콩시민을 보호할 수 없음을 의미한다.

 

이는 형사사건에서 법률적용의 사각지대가 발생한 것으로 분명한 법률적 맹점이다. 이를 계기로 홍콩 행정부는 법률적 흠결을 보완하고자 탈주범조례의 개정을 시도했다.

 

그런데 제2조 1항의 범죄인인도 적용 조건에서 “중국, 마카오, 타이완 정부를 제외한다”는 규정의 삭제와 범죄인인도에 대한 심의 권한이 국회에서 친중파들이 몰려있는 법원 및 행정장관으로 이관된다는 개정 내용은 홍콩시민들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홍콩 시민들이 이에 반발하는 것은 이러한 법률개정이 반중인사나 인권운동가들을 강제 소환할 수 있는 근거법이 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애초 홍콩이 중국에 반환될 때 중국과 범죄인인도 관계를 맺지 않은 것도 당(党)과 정부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하는 사법체계의 독립성을 신뢰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금도 반중인사나 인권운동가들이 소리 소문 없이 불법적으로 중국으로 송환되고 있다고 믿는 홍콩시민들에게 법률적 흠결을 보완하는 문제는 아직까지는 큰 의미가 없다.

 

하나의 중국을 지키겠다보다 현명한 방법 필요해

 

홍콩의 민주화시위는 탈주범조례의 개정이 계기가 되어 시작되었지만, 이제는 이 쟁점을 벗어난 문제로 귀결됐다. 일국양제는 중국이 홍콩을 자국영토에 포함시킬 수 있도록 하는 정당성을 제공하는 중요한 메커니즘이다. 2014년의 ‘우산혁명’에 이어 이번 민주화운동의 전개에서도 알 수 있듯, 일국양제를 희석시키는 시도는 홍콩을 붙들어 매기보다는 오히려 놓치는 꼴이 될 수 있다.

 

홍콩 시위대의 저항과 경찰의 폭력 진압은 마치 1980년대 한국의 민주화운동을 연상하게 했다. 역사를 돌이켜보면 아래로부터 타오른 불꽃은 쉬이 꺼지지 않기 마련이다. 과거 한국의 민주화운동 때와는 달리 언론이 통제되지 않는 지금과 같은 시대에 과도한 무력의 사용은 어떠한 이유에서도 정당화될 수 없기 때문에 국제적 지지도 얻을 수 없다. 중국이 홍콩과 하나의 중국을 완성하고 싶다면 앞으로는 홍콩을 통합하기 위한 보다 현명한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

 

출처: https://www.pressian.com/pages/articles/256135#0DK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