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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광대 한중관계브리핑 (프레시안)

[2019.09.27] 중국, 건국 70주년 맞이했지만…
[2019.09.27] 중국, 건국 70주년 맞이했지만…
한중관계연구원2021-01-28

미국과 무역전쟁, 홍콩 시위 속 국경절

임진희 원광대 한중관계연구원 연구교수

 

 

2019년 10월 1일은 중국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날이다. 중화인민공화국이 세워진 지 70주년이 되는 국경절(国庆节)이기 때문이다. 법정 공휴일만 7일이다. 중국에서는 흔히 5년, 10년 주기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크게 기념한다. 올해 초부터 관심을 모았던 중화인민공화국 70주년 기념대회가 10월 1일 개최되고, 본 대회에 시진핑(習近平) 국가 주석이 중요 담화를 발표하며, 이후는 어느 때보다 성대한 열병식과 군중 퍼레이드 등이 진행될 것으로 알려졌다.

 

10년 전인 2009년 10월 1일, 중국은 중화인민공화국 60주년 기념대회를 개최하였다. 필자는 2009년 당시 막 박사학위 과정에 입학하여 중국 수도 베이징에서 그 분위기를 직접 경험할 기회가 있었다.

 

당시 중국은 온 나라가 기쁨과 자신에 차 있었다. 건국 60주년 기념에 더해 중국의 눈부신 발전과 2008년 경제적 위기에 주춤한 경쟁자 미국이 그 기쁨과 자신의 바탕이었다. 그리고 국경절 60주년 대회는 그러한 성공과 부활을 세계에 알리는 절호의 기회였다.

 

70주년 대회 역시 그 자체는 역대급 행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상당히 오래전부터 성대한 행사를 준비해왔다. 본 대회의 핵심인 열병식과 관련하여 열병영도소조판공실 부주임이자 중앙군위연합참모부작전국부국장 차이즈쥔(蔡志军) 소장은 “올해는 50주년, 60주년 국경절과 승전 70주년 열병식보다 더 큰 규모가 될 것”이라고 밝히며 그 규모와 수준에 대한 기대를 높였다. 그러나 이와는 별개로 올해의 국경절 행사를 바라보는 안팎의 시선은 조금 복잡하다.

 

▲ 시진핑(가운데) 중국 국가 주석이 2019년 9월 20일 베이징(北京)에서 열린 중국공산당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政協) 설립 70주년 대회에 참석했다. ⓒ 신화통신=연합뉴스

 

미중 갈등이 중국 경제에 드리운 먹구름

 

우선 미국과의 무역 갈등으로 중국의 경제 발전에 먹구름이 드리운 상황이다. 근래에 글로벌 경제는 만성적 침체의 늪에서 벗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이러한 영향에 장기간 수출 주도형 고속 성장을 거듭해왔던 중국경제도 덩달아 성장이 둔화되면서 경착륙을 우려할 정도로 침체됐다. 나아가 트럼프 취임 이후에 본격적으로 시작된 미중 무역 분쟁이 갈등과 휴전을 반복하며 중국의 부담을 가중시켰고 결국 현재의 침체에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 중론이다.

 

미중 무역 분쟁은 2018년 3월 23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연간 500억 달러 규모의 중국 수입품에 25% 고율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 명령에 서명하며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중국도 굽히지 않고 상응하는 수준의 반격으로 대응하자 양측은 갈등과 협상을 반복하며 지난한 분쟁의 과정을 거듭했다. 그러한 과정에 미국은 중국이 주권이자 핵심 이익으로 규정하는 타이완, 천안문 사태, 신장위구르자치구 문제를 언급했고 미중 갈등은 더욱 확대되는 양상이다.

 

특히 이번 70주년 국경절 행사를 불과 며칠 앞둔 25일, 미국 하원 외교위원회가 전체회의에서 “2019 홍콩 인권과 민주주의 법안(Hong Kong Human Rights and Democracy Act of 2019)”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그리고 같은 날 미 상원 국제관계위원회도 자체 관련 법안을 통과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미국이 매년 홍콩의 자치 수준을 평가하고, 그 결과에 따라 홍콩의 무역 거래상 특별 지위의 지속 여부를 결정하는 법안이다. 역린을 건드린 것이다.

 

홍콩 시위가 중국 안보에 드리운 먹구름

 

현재 홍콩은 대규모 시위와 정부 진압에 유혈 사태가 발생하고 중앙 정부의 무력 개입까지 언급되며 세계의 이목이 집중된 상황이다. 상술한 법안은 홍콩의 자유 억압에 책임 있는 자들의 미국비자 발급을 제한하고 자산을 동결하는 내용을 포함한다. 국가 주권, 안전, 영토완정, 통일 등을 핵심 이익으로 규정하며 관련한 문제에 민감한, 특히 이번 시위 시발점인 송환법 철회에도 백일이 넘도록 이어진 시위에 한껏 민감해진 중국을 다시 한 번 자극하는 법안이었다.

 

물론 중국은 즉각적 반대 의사를 밝혔다. 중국 외교부 대변인 겅솽(耿爽)은 26일 정례 기자회견에서 관련한 질문에 답하며 “이는 홍콩의 급진 세력과 폭력배를 부추기며 중국 내정에 간섭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나아가 그는 “홍콩에는 8만 명이 넘는 미국인과 1,300개가 넘는 미국기업, 대규모 투자도 관련되어 있다”며 “미국의 이러한 행동은 홍콩의 분란을 조장하여 결국에는 중국뿐만 아니라 미국의 이익에도 손해를 끼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이 2018년 미국과 타이완 관료의 자유로운 교류를 촉구하는 타이완 여행법((Taiwan Travel Act) 시행, 2019년 국방 보고서에 타이완을 국가로 지칭, 총 80억 달러에 달하는 신형 전투기 타이완 판매 승인에 더해 다시 한 번 중국의 역린을 건드린 것이다.

 

그에 더하여 송환법 반대 시위를 주도한 민간인권선언은 국경절에 홍콩 도심을 행진하는 대규모 시위를 벌일 것이라 예고했고, 홍콩 정부는 이를 우려해 기념 행사를 축소했다.

 

결국 시간은 중국 편일까?

 

현재 중국에는 건국 70년을 돌아보며 그동안 아무도 가지 않았던 길을 개척하고 이뤄낸 성과를 자축하는 보도가 이어진다. 보도에 따르면 중국은 신중국 수립으로 제국주의, 봉건주의 그늘에서 벗어났고, 개혁개방 추진으로 가파르게 성장하며 세계 2위 규모 경제 대국으로 거듭났고, 이에 8억이 넘는 인구가 빈곤에서 벗어났다. 그리고 이러한 과정에 글로벌 경제와 사회문제 해결에 공헌한 사실을 강조한다. 이는 중국 공산당의 지도하에 이루어낸 성과이다.

 

물론 그들이 현재 중국이 직면한 문제를 인식하지 못했거나 외면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관영지 <환구시보(環球時報)>는 사설을 통해 2019년은 신중국 건국 70주년의 기쁜 해이나, 한편으로 미국과의 무역전쟁이 날로 악화되고, 홍콩은 반환 이후로 가장 심각한 사회적 혼란에 휩싸여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러한 위기는 도리어 중국 민중의 정치 인식에 새로운 변수를 제공하며, 복잡한 환경에 중국 민중의 단결력과 돌파력에 시험대가 되면서 새로이 거듭나는 기회가 되었다고 주장했다.

 

다른 사설은 미국이 어떤 태도를 보여도 중국은 동요하지 않는다고, 또 다른 사설은 결국 시간은 중국 편이라고 주장한다. 중국도 제조업 능력과 시장 규모가 세계적 수준으로 성장했고, 무역전쟁은 미중 모두 승리 없는 전쟁이기 때문이라 설명한다.

 

중국의 과거 70년은 극복과 성장의 시기였고 그 성과도 분명하다. 그러나 앞으로의 시간도 그들의 편일지는 누구도 짐작하기 어렵다. 최근에 내부 단결을 강조하는 고위 지도자 발언과 언론 보도가 빈번하다. 중국도 앞선 바람과 달리 달라진 안팎의 상황과 시선에 불안은 숨길 수 없는 모양이다.

 

출처: https://www.pressian.com/pages/articles/258836#0DK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