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광대 한중관계브리핑 (프레시안)
[2019.10.04] GM 빠진 군산, 새로운 개념의 자동차 특화 지역으로 거듭나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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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관계연구원2021-01-28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이메일 프린트 |
새로운 시장질서, 누가 선점할 것인가 최자영 원광대 한중관계연구원 연구교수
글로벌 자동차 시장은 완연한 침체기에 들어서 있다. 2016년을 기점으로 글로벌 자동차 판매량 감소세는 뚜렷해졌으며, 한국의 완성차 기업 및 부품기업들 역시 시장 축소로 인해 품질경쟁보다는 가격경쟁을 강요하는 시장 논리에 의해 경영 악화가 이어지며 상당한 부담을 느끼고 있다.
이러한 경기 침체 상황은 단순히 기업에게만 피해를 강요하는 것이 아니다. 특히 자동차와 같은 종합 제조업은 엄청난 수의 근로자를 고용, 상당수의 부품기업들과의 거래, 각종 세금 등과 같은 지역경제와 직결되는 요인들을 많이 가지고 있기 때문에 지역적, 국가적 단위에서 그 고통을 같이 감수해야 한다.
그 종합 제조업의 파급력을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가 2018년 한국GM이 국내 판매 부진을 이유로 군산 완성차 공장을 폐쇄한 사건이다. 이 사례는 글로벌 자동차 산업의 불황으로 인해 GM 본사가 취한 전략적 선택이었다. GM은 낮은 생산성을 이유로 로컬 완성차 라인을 유지를 시도하지 않고, 근로자, 협력 부품기업들을 매몰차게 버렸다. 그 결과 한순간 군산 지역경제는 몰락했다.
그러나 1년 후 좋은 소식이 들려왔다. 2019년 ㈜명신 컨소시엄이 GM의 완성차 라인 전부를 현금거래 조건으로 인수했고, 그동안 실직상태에 있던 인근 근로자 600명을 채용했다는 것, 2021년부터 다국적 전기차기업체인 퓨처모빌리티와 연 5만 대의 위탁생산 협약을 체결했다는 소식이었다. 향후 ㈜명신 컨소시엄은 다른 업체와도 위탁생산 협의를 진행 중으로 오는 2024년 연 22만 대 생산체제를 갖출 것이라고 추가적인 내용도 밝혔다. 이 소식은 가뭄에 단비와 같아 전라북도도 역시 바로 호응하여 10월 24일 군산공장에서 전북 군산형 일자리 상생협약식을 개최하며 전기자동차 산업에 대한 지원을 약속했다.
그러나 이것이 좋은 소식인지 나쁜 소식인지는 조금 더 명확하게 따져 볼 필요가 있다. 사실 엄밀히 말하자면 군산 완성차 라인은 부지와 시설의 원가에도 못 미치는 가격으로 매물이 나온 것이었으며, 특히 시험장까지 포함하고 있어 완성차 생산에 최적으로 조성된 생산 집적지였다는 점에서 아까운 매물이었다는 평이다.
완성차 라인 모두를 수용하여 구입할만한 다른 기업이 없었기 때문에 쉽게 해결할 수 없는 문제가 풀렸다는 점은 긍정적이지만, 이것이 결과적으로 헐값 논란과 더불어 지역경제 회생의 단초를 제공할 수 있느냐에 대한 논란은 계속 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 근거는 다음과 같다.
첫째, ㈜명신 컨소시엄의 군산공장 인수가 과연 지역경제에 도움이 될 수 있는지를 확인해봐야 한다. 당연히 없는 것보다는 낫지만 군산 GM 완성차 라인이 최전성기와 비교했을 때, 채용 근로자 수, 협력 부품기업 수 등 지역경제효과 부분에서 여전히 의문이 제기된다. ㈜명신이 밝힌 바에 따르면 군산 완성차 라인에서는 중국계 기업인 ‘바이튼’과 ‘퓨처모빌리티’의 전기 자동차를 생산하는 사업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전기 자동차 생산라인은 기존의 자동차 생산라인과는 큰 차이가 있다. 기존의 자동차는 약 2만 개의 부품이 들어가지만 전기 자동차는 그 부품수가 크게 줄어 최대 약 1만 개의 부품이 필요하다. 특히 엔진은 전기 모터로 대체되고 엔진 기반의 관련 부품들 중 상당수가 사라지게 된다.
대신 ‘커넥티드 카’의 개념이 도입되면서 베터리 기반의 전장제품 수급과 플랫폼화의 진척도가 크게 증가한다. 이러한 변화는 상당수의 기존 부품기업과 근로자의 필요성을 배제시킨다. 즉, 기존 근로자와 부품기업들 모두의 생존은 힘들다는 뜻이며 이는 새로운 시장 질서로 반영된다.
또한 완성차 기업인 바이톤이나 퓨처모빌리티의 설계도에 맞게 차를 만들어야 되기 때문에 바이톤이나 퓨처모빌리티의 핵심 부품기업 중심의 부품 수급체계로 생산 네트워크가 구축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기존의 한국 부품기업들이 생산 네트워크에 진입 자체가 힘들 수 있다.
그 결과 군산 완성차 라인에서 차를 만들면서 재생산되는 이익과 가치는 바이톤과 퓨처모빌리티, 그리고 그들의 핵심 부품 협력기업으로 보내지고 한국의 기업들은 단순 하청기업으로 전락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둘째, 쌍용 자동차 인수과정에서 기술만 양도받은 후 인수를 포기했던 상하이 자동차와 같은 ‘먹튀’ 논란이다. 최근 자동차 산업에서 완성차 기업은 효율성 극대화를 위해 기존의 대기업으로써의 규모와 기능을 축소시키는 아웃소싱 전략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최근 글로벌 자동차 생산구조에서 완성차 기업의 기능은 기획, 설계, 연구, 판매로 한정하여 전문화시키고, 종합 조립 및 협력기업에 대한 생산관리 등의 기능은 대형 모듈업체로 이양시켜 생산 기능을 이원화시키는 전략을 시행하고 있다.
그 결과 완성차 기업은 부품기업이나 근로자에 대한 책임 소재를 모듈 및 시스템 기업으로 이전시켜 기업 리스크를 분산시키는 방법을 추구하고 있다. 만약 ㈜명신 컨소시엄의 외국계 파트너들이 이 방법을 사용하게 되는 상황을 예상한다면 어떻게 될까? 향후 군산의 생산 라인 경영 악화시 ㈜명신은 컨소시엄의 실질적인 세력인 외국계 파트너들을 대신하여 부품기업이나 근로자에 대한 책임을 떠맡게 되어 토사구팽 될 가능성이 있다.
게다가 외국 파트너들은 부지 및 시설을 헐값에 사들였기 때문에 철수시 고정자산 판매에도 부담감이 적을 수밖에 없다. 결과적으로 ㈜명신은 자동차 시장의 전환 과정에서 기존의 생산 네트워크의 거버넌스를 장악했던 완성차 기업에 비해 껍데기만 남은 단순 조립 기능 행위자로 전락할 가능성 역시 배제할 수 없다.
상기의 시나리오는 ‘자동차 시장으로의 전환’에서 나타나는 현실적인 문제들을 조합한 것에 불과하다. 따라서 논란의 핵심은 결국 ‘전기 자동차가 가져오는 새로운 시장’이라는 주제로 귀결된다. 이 과정에서 우리는 다음과 같은 준비가 필요하다.
첫째, 전기 자동차 등장으로 시장 상황이 바뀌고 있는데, GM처럼 외자기업이 철수하는 경우에서처럼 향후 발생하는 여러 가지 문제들에 대해 선 보호조치가 필요하다. 그리고 경영과 더불어 생산되는 이익과 가치를 지역과 공유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기업과 지역이 공진화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틀을 마련 후 그에 대한 법제 정비와 통솔이 필요하다.
둘째, 전기 자동차에 적용하고 있는 자율 주행 기능은 기존의 완성차 기업-부품기업의 결합 외에도 정보통신, 금융, 각종 전기 전자 장치 등 다양한 행위자들이 결합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지금과는 완전히 다른 시장으로의 전환을 예고하고 있다.
분명히 새로운 시장 질서에 대한 혼란이 있을 것이고, 새로운 가치를 누가 쥐게 되느냐를 준비하는 것이 이 분야에서의 기업들의 주된 목표가 될 것이다. 기업들의 성장 방향이 올바르게 진행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
셋째, 전 세계적으로 기후변화협약에 대처하기 위해 저탄소 및 탄소 사용 감축을 의무화하고 있다. 이것은 결과적으로 기존의 유류 기반의 엔진 시스템이 적용된 산업은 몰락하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이러한 기조는 전 세계적으로 준비되고 있는 4차 산업혁명의 가장 대표적인 사례로 꼽히고 있다. 최근 중국은 환경법을 기반으로 기후변화협약을 준수하기 위해 대규모 투자 및 관련 산업 재구조화를 통해 국가 및 지역단위의 발전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새로운 시장에 대한 적극적인 대처가 필요한 시점이다. 전기 자동차로의 이행과정을 단순히 산업적 전환 과정이 아닌 국가 지역 경제의 전환 개념까지 고려한 장치가 필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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