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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광대 한중관계브리핑 (프레시안)

[2020.12.28] 우주로 뻗어가는 중국, 미워하고 있을 수만은 없다
[2020.12.28] 우주로 뻗어가는 중국, 미워하고 있을 수만은 없다
한중관계연구원2021-01-28

편견 버리고 중국이라는 기회 잡아야

임진희 원광대 한중관계연구원 연구교수

 

 

2020년 한국에 전해진 중국의 소식은 대부분 ‘코로나19’ 이슈에 관련한 것이었다. 1월 중반 중국 우한부터 급속하게 퍼져나간 코로나19가 한국을 휩쓸었고 일 년을 바라보는 지금까지 진행 중이다. 그로 인한 상처와 손실이 국가와 사회는 물론 개인의 삶까지 흔들고 있다. 그러다 보니 중국에 대한 부정적 감정, 혐오의 표출이 많이 늘었다.

 

이는 올해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2016년 한국의 사드배치 결정으로 중국에 반한 정서가 급격히 늘고, 관련한 중국의 공식적, 비공식적 제재로 한국의 대중국 감정도 바닥으로 치달았다. 그러다 보니 중국과 한중관계에 대한 모든 관심과 초점이 말초적‧부정적 이슈에 집중됐고, 그 밖의 중요한 사안이나 변화에 대한 조명은 줄어든 것이 사실이다. 이제는 결국 두 나라 일반 대중들 간에 단편적 흥미나 부정적 감정만 남은 듯하다.

 

그러던 와중에 중국에서 중요한 뉴스가 들려왔다. 중국의 국가항천국(国家航天局) 발표에 따르면 지난 17일 01시 59분(현지시각) 달 표본 캡슐을 실은 창어5호(嫦娥五号)가 예정된 지점에 착륙하면서 이번 달 탐사 프로젝트 임무를 무사히 완수했다는 소식이다. 이로써 인류는 1976년 소련의 루나 24호 이후 44년 만에 역사적인 경험을 재현했고, 중국은 미국과 러시아에 이어 전 세계 세 번째 달 표본 수집국이 되었다.

 

▲ 달 표면 샘플을 실은 중국의 무인 달 탐사선 창어(嫦娥) 5호의 귀환 캡슐이 17일(현지시간) 네이멍구 자치구의 초원지대인 쓰쩌왕에 착륙해 있다. ⓒ 신화통신=연합뉴스

 

이는 중국의 과학기술 역량을 보여준 것으로 중국은 많이 성장했고, 여전히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우리가 사드 배치와 이후 관련한 제재, 코로나19 이슈에 매몰되어 변화를 간과하는 사이에도 중국은 사회주의 강대국을 향한 발걸음을 멈추지 않는 것이다.

 

우주뿐만이 아니었다. 2020년 초 전 세계가 코로나19 확산으로 주춤하던 사이에 오히려 이를 계기로 디지털 경제 추진과 향후 강대국간 기술전쟁 대비정책 수립과 지원을 배가하는 모습에 감탄했던 기억이 남아있다. 경제 회복도 가장 빠르다.

 

누구에게나 배울 점이 있다

 

‘세 사람이 길을 가면 그 중에 반드시 스승이 있다. 착한 사람을 보면 배우고, 악한 사람을 본다면 나를 고치는 거울로 삼으면 된다'(三人行, 必有我師焉. 擇其善者而從之, 其不善者而改之)는 말이 있다. 이것을 응용하면 한 사람, 한 사회, 한 국가도 그러하다. 누구에나 다양한 면들이, 장점과 단점이 공존한다. 장점만 가진 이도 없고, 단점만 가진 이도 없다. 현명하고 깨어 있는 이들이라면 그들을 보면서 좋은 점은 배우고 나쁜 점은 반면교사로 삼으면 된다.

 

예전 어리고 무지한 시절, 중국의 역사와 문화, 정치가 좋아 중국행을 선택했다. 그렇지만 모종의 선입견과 편견에 사로잡혀 현대 중국의 면면은 기타 발전한 사회에 비해서 뒤떨어져 있을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하지만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며 이러한 편견은 부서졌다. 중국은 독특하고 복잡한 사회다. 부족한 부분이 많으며 여전히 문제가 되지만 동시에 빠르게, 심지어 일반적인 성장의 단계를 뛰어넘는 성과를 거두는 경우가 빈번하다. 배울 것이 있다.

 

학생시절 소위 선진국의 발달한 문명이나 사회를 동경했던 기억도 선명하다. 어린 마음에 열심히 배워서 언젠가는 따라잡고 싶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이후에 책을 통한 학습이든 직접 가본 경험이든 다양한 방식을 통해서 그들도 인간이고 부족한 존재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아마도 ‘코로나19’ 이후로 더욱 많은 사람들이 그와 같은 생각을 하지 않을까 짐작해본다. 다시 한 번 자신과 중국, 서구 사회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현재 미국과 중국은 세계에서 가장 크고 강력한 나라이다. 그리고 한국은 두 나라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긴밀한 관계이며, 때로는 경쟁하는 두 나라 사이에서 양자택일을 강요받기도 한다. 물론 한국은 어느 하나를 선택할 수도, 해서도 안 된다. 누구를 선택하든 포기해야 하는 것과 치러야 할 대가가 너무 크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세계 주요 두 나라를 보는 객관적, 이성적 시각과 태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맹목적 추종도 극단적 혐오도 불필요하다.

 

한중간에 마음의 거리를 줄여가자

 

중국을 연구하는 이로서 한중에서 최근에 벌어지는 일들이 안타깝다. 한국과 중국간 마음의 거리가 갈수록 멀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나 기업간 관계는 환경의 변화와 이익의 유무에 따라서 빠르게 움직인다. 때로는 뜨겁게도 때로는 차갑게도 변한다. 그러나 사람의 감정은 그와는 다르다. 한 번 나빠지면 다시 회복되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인과 중국인이 서로를 외면하고 심지어 미워하는 현재의 상황이 우려되는 것이다.

 

한국은 세계 어느 국가보다 미국과 중국의 영향을 많이 받는 나라이다. 그리고 앞서 말한 것과 같이 그들 중에 하나를 선택하며 다른 하나를 단절시킬 필요는 없다. 한국에게 두 나라가 모두 필요하다. 그러한 맥락에서 두 국가를 제대로 이해하고 판단하며 현재의 복잡다단한 정세 변화에 대응해야만 한다. 그런데 일부 극단적 주장과 편면적 선동에 많은 이들이 서로에 부정적 감정을 키우며 상대를 이해하고 협력할 기회조차 잃어버린 것이 사실이다.

 

중국이 완벽한 나라는 아니다. 많은 문제들을 가진 나라이다. 그러나 미국을 비롯한 다른 세계의 모든 나라와 같이 장점과 단점을 동시에 가지고 있으며 복잡한 정세에 최선을 다하여 목표를 향해서 나아갈 뿐이다. 건국 100년이 되는 2049년 사회주의 강대국이 되겠다는 것이다. 올해는 초반 중국에 대한 우려가 컸다. 그러나 현재 중국이 일련의 정책을 통해서 방역과 경제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아가는 모양새다. 그리고 우리에게 중국이 필요하다.

 

중국을 무조건 추종하라는 의미가 아니다. 다만 한국이 처한 글로벌 환경, 중국이 가진 역량과 관련 기회를 고려하여 편견을 걷어내고 보다 냉정하며 이성적인 눈으로 중국의 변화를 살피고 강약점을 제대로 이해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어느 사회에나 있는 일부의 극단적 언론과 여론에 영향을 받아서 부정적 감정과 혐오를 키우고 서로를 미워하며 양국간 관계를 악화시켜 주어진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된다. 보다 중요한 것을 위해서 앞을 보아야 한다.

 

출처: https://www.pressian.com/pages/articles/2020122809173640579#0DK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