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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3.02] 일년 중 가장 큰 명절, 중국 사람은 설날에 무엇을 먹나?
[2021.03.02] 일년 중 가장 큰 명절, 중국 사람은 설날에 무엇을 먹나?
한중관계연구원2021-03-02

일년 중 가장 큰 명절, 중국 사람은 설날에 무엇을 먹나?

 

얼마 전 일년 중 가장 큰 명절인 설날이 지났다. ‘코로나19’ 때문에 많은 친인척이 모두 모이지는 못했지만 소중한 이들과 함께 준비한 설날 음식을 먹으며 행복한 시간을 보냈을 것이다. 그리고 이에는 떡국이 빠지지 않았을 것이다. 떡가락이 희고 길어 순수와 장수를 의미하여 설날 음식이 되었다는 설이 있다. 이제는 한국도 식생활이 풍부해져 다양한 음식이 있지만 설날이라면 역시 가족끼리 둘러앉아 떡국 한 그릇을 먹어야 한다는 인식은 여전하다.

 

이웃나라 중국의 경우는 어떠할까? 중국은 음력 새해 첫 날을 춘졔(春節, 춘절)라고 부르며, 한 해의 가장 크고 중요한 명절로 여긴다. 이에 아무리 멀리 있어도 어떻게든 고향으로 돌아가서 가족, 친지들과 함께 모여 새해를 맞이한다. 그리고 이때 그들이 함께 먹는 음식이 바로 쟈오즈(餃子, 교자)이다. 중국에서 쟈오즈는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전통 음식이고, 춘졔에 가족이 함께 모여 쟈오즈를 나누어 먹는 것은 어떤 산해진미로도 바꿀 수 없는 오랜 전통이다.

 

쟈오즈의 기원에는 크게 두 가지 설이 존재한다. 하나는 인류를 창조한 여와(女媧)와 관련이 있는데, 여와가 처음 사람을 만들 때 자꾸 얼어 떨어지는 귀를 단단히 고정하기 위해서 작은 구멍을 내어 입까지 끈(線, 중국어 발음이 ‘셴’)으로 연결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후대 중국 사람들은 이러한 여와의 공적을 기리기 위해서 쟈오즈의 겉은 사람의 귀 모양으로 만들고 쟈오즈 소(餡, 중국어 발음이 ‘셴’으로 끈과 같음)를 넣어 입으로 먹었다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동한(東漢) 시기 장중징(張仲景)이 처음 만들었다는 것이다. 그는 창사(長沙)에서 태수(太守)로 있을 때부터 백성을 아껴 병을 치료해주고는 했다. 그러던 어느 해 퇴직 후 돌아온 고향에서 질병과 추위에 시달리다 귀가 얼어 떨어진 빈민들을 보았다. 이들에게 도움이 되고자 장중징은 추위를 줄여주는 약재에 양고기, 반달 모양의 교자(娇耳, 예쁜 귀라는 의미)를 넣은 탕(祛寒娇耳汤)을 만들어 주었고 덕분에 그들은 무사히 겨울을 날 수 있었다.

 

당시에 쟈오얼(娇耳)로 불리던 쟈오즈는 1,800여년이 흐르며 점차 중국 사람들의 소울푸드가 되었다. 이제 단순히 세계와 인간을 창조한 여와를 기념하거나 겨울 추위에 귀가 얼어서 상하는 것을 막아주는 약용 음식이 아니다. 전국민의 사랑을 받는 일상의 음식이다. 특히 춘졔를 비롯한 각종 명절에 가족 친지가 모여서 함께 만들고 즐기는 전통 음식으로 가족 간의 단결과 사랑, 건강, 장수, 평안, 부귀, 행복 등의 다양한 의미를 담게 되었다.

 

그 안에 넣는 소도 의미가 다양하다. 친차이(芹菜, 샐러리)는 끝없는 재물(勤财), 바이차이(白菜, 배추)는 수 많은 재물(百财), 유차이(油菜, 청경채)는 재물이 있다(有财)는 말과 발음이 같다. 위로우(鱼肉, 생선살)의 위 발음은 남을 정도로 풍부한 재물(余财, 위차이), 양로우(羊肉, 양고기)의 양 발음은 넘치는 재물(洋财, 양차이), 다자오(大枣, 대추)의 자오 발음은 재물을 부른다(招财, 자오차이)는, 톈셴(甜餡, 달콤한 소)의 톈 발음은 재물을 더한다(添财, 톈차이)는 의미를 떠오르게 만든다.

 

역사가 길어지며 지역색도 생겼다. 산둥성(山東省)은 바위쟈오즈(鲅鱼餃子, 삼치교자), 산시성(陝西省)은 쏸탕쟈오즈(酸汤餃子), 후베이성(湖北省)은 진위쟈오(金魚餃, 금붕어교자), 쓰촨성(四川省)은 훙유차우셔우(红油抄手), 광둥성(廣東省)은 샤쟈오(虾餃, 새우교자), 장쑤성(江蘇省)은 셰황쩡쟈오(蟹黄蒸餃, 게알찐교자) 등이 유명하다. 이외에 션양(沈阳) 라오볜쟈오즈(老边餃子), 상하이(上海) 궈톄쟈오(锅贴餃, 구운교자), 광안(广安) 웬양쟈오(鸳鸯餃, 원앙교자) 등도 널리 사랑받는다.

 

최근에 들리는 소식에 따르면 중국도 이번 춘졔는 ‘코로나19’ 방역을 위한 정부의 이동 제한에 예전과 같이 시끌벅적한 잔치 분위기는 줄어들었다. 중국인 삶 속에서 춘졔가 차지하는 비중을 고려하면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만약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한 경우라면 쟈오즈라는 전통 소울푸드로 그 아쉬움을 달랬기를 바라본다. 그리고 내년에는 한국과 중국 모두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사람들이 함께 모여서 떡국과 쟈오즈를 나누며 풍성하게 명절을 보낼 수 있길 기대해본다.

 

※ 만두와 쟈오즈 등의 정확한 정의와 구분에 관해서는 본원의 웹진인 「차이나큐레이터」 Vol.006 문화큐레이션 ‘만터우(馒头)? 그게 다가 아니야! 중국에서 제대로 만두를 즐겨보자!’를 참고하기 바랍니다(https://kcri.wku.ac.kr/?p=4583).

 

임진희 연구교수(원광대 한중관계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