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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광대 한중관계브리핑 (프레시안)

[2021.04.02] 나이 조바심? 중국의 ’35세 현상’
[2021.04.02] 나이 조바심? 중국의 ’35세 현상’
한중관계연구원2021-04-02

나이 드는 것이 공포인 중국 직장인들

천춘화 | 원광대 한중관계연구원 HK 연구교수

 

 

아이들 교육 때문에 학부모들이 마음을 졸이는 ‘교육 조바심’에 대해서는 익히 알고 있을 것이다. 어떻게 해서든 좋은 학군에 편입하여 좀 더 나은 교육을 받게 하고자 하는 것이 부모들의 마음이다.

이런 학부모들의 조바심이 결국에는 학군이 좋은 지역의 부동산 가격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게 되는데, 얼마 전의 베이징 사태가 이를 극명하게 보여주었다. 베이징에서 최고 학군을 자랑하는 하이뎬구(海淀區) 상디(上地) 지역 59.5㎡ 크기의 아파트가 2020년 12월 초 매매가가 815만 위안이던 것이 2021년 1월 19일 935만 위안에 거래가 되면서 50일도 안 되는 사이에 집값의 15%에 달하는 120만 위안이 훌쩍 올라 혀를 내두르게 했다.

 

학부모들의 ‘교육 조바심’이 만들어낸 한 사태였고 역으로 이는 더 많은 학부모들의 조바심에 기름을 붓는 격이 되었다. 그런데 ‘나이 조바심’이라는 것이 ‘교육 조바심’ 못지않게 중국 사회의 또 하나의 현상으로 대두하고 있다는 것이 알려지고 있다. 생소한 이 말은 도대체 어떤 현상을 일컫는 것일까?

 

’35세의 위기

 

중국의 대부분 기업들은 채용 공고에 나이를 ‘만 35세 미만’으로 명시하고 있다. 나이 제한은 신입은 물론 이직자나 재취업자에게도 똑같이 적용된다. 공무원 시험도 응시자의 나이를 만 35세 미만으로 제한하고 있고, 이 기준은 교사나 교수 임용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대졸 신입의 경우 만 35세라는 나이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이직을 하거나 재취업에 나선 사람들에게 있어서는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다. 채용의 기타 조건은 모두 충족하지만 나이가 많아서 재취업이나 이직에 실패하는 사람들이 실제로 적지 않다.

 

박사학위 소지자의 교수 임용 자격도 만 35세 미만으로 한정하고 있다. 석·박사과정을 수료하고 논문을 제출하여 학위를 취득하기까지 적어도 6년의 시간이 필요하다. 중국의 경우는 보통 석사 3년, 박사 3년으로 정해져있다. 그나마 이공계열의 경우는 졸업이 가능한 연한이지만 인문계열의 경우 석·박사를 6년에 마친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졸업을 서두르지 않다가는 자칫하면 지원서 한번 넣어보지 못하고 고학력 백수가 될 판이다.

 

직장에서 35세는 고령자 취급을 받는다. 이런 현상은 IT업계에서 유독 심각한데, 오죽하면 ’35세 정년’이라는 말이 나돌겠는가. 지금처럼 급속하게 발전하는 IT업계에서 10년이면 노인 축에 든다고 취급받는 이유는, 지식은 낡았고 이제 더 이상 효율적이지도, 도전적이지도 않은 사람들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체력적으로 현저한 차이를 보이기 시작하는 것이 30세부터라고 한다. 고용주들은 나이 든 세대를 해고하고 젊은 피를 수혈한다. 그런데 이런 인식이 IT업계를 넘어 모든 분야로 번져나가면서 젊은 층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진 것이 ’35세 위기’의 시초였다.

 

상황이 이러하다 보니 어찌 조바심이 생기지 않겠는가? 나이를 먹는 다는 것이 누군가에게는 말 그대로 공포에 가까운 스트레스가 되는 것이다. 어떻게 해서든 35세 전에 일가를 이루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 오늘날 중국 젊은 직장인들의 현실인 것이다.

 

또 다른 ’35세의 위기

 

공무원들의 경우는 어떨까? 예상외로 ‘철밥통’ 공무원들에게도 ’35세의 위기’는 여전히 존재했다. 다만 그 기준이 조금 다를 뿐이다.

 

보통의 직장인들에게 있어서 35세는 자의든 타의든 어쩔 수 없이 직장을 떠나거나 언제든지 떠나야 할 준비를 해야 하는 나이라면 공무원들에게 있어서 35세는 출세의 마지막 기회다. 여기서 출세라는 것은 고위 공무원 승진을 말하는 것으로, 앞으로 고위급 간부의 길을 갈 수 있을지 없을지를 판가름하는 마지막 기회가 35세인 것이다.

 

35세 이전에 간부 승진에 성공하면 안정권에 드는 것이고 그렇지 못할 경우에는 해고될 일은 없지만 언제든지 그만두어야 하는 각오를 해야 하는 나이였다.

 

중국식 표현을 빌리면 공무원들은 “체제 내의 사람(體制內的人)”들로 불린다. 말 그대로 체제의 보장을 받는 사람들이라는 말이다. 그러니 자연 보통의 샐러리맨들보다는 사정이 좋은 편이다.

 

보통의 샐러리맨들에게 있어서 ’35세의 위기’는 자이든 타의든 당면해야 하는 생존의 위기라면 공무원들에게 있어서 ’35세의 위기’는 모든 공무원들에게 해당하는 상황은 아니라는 것이 중요한 차이다. 굳이 고위직 공무원에 욕심을 내지 않는 사람들에게 있어서 35세는 여의치 않으면 스스로 그만둬야 하는 상황을 대비해 제2의 인생을 준비해야 하는 시기인 것이다.

 

반면 어떻게 해서든 승진을 하고자 애썼던 사람들에게 있어서 35세는 분명 위기의 나이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그럼에도 대부분 공무원들은 어떻게 해서든 정년까지 버티는 것을 목표로 한다.

 

한 공무원의 발언에 따르면 체제 내에서 30만 위안이라는 연봉은 체제 밖에서의 60만 위안에 맞먹는 수준이라고 한다. 게다가 60만 위안의 연봉을 받는 사람들보다 훨씬 수월하고 더 많은 개인시간을 가질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한다. 그만큼 보장이 많다는 말이다. 그러니 부득이한 경우가 아닌 한 누가 스스로 공무원에서 물러나고자 하겠는가? 하지만 그들 역시 분명하게 공감하고 있는 부분은 35세면 이제는 나이가 많다는 인식이다.

 

’35세 현상‘, 과연 발전적인 현상일까

 

중국에서 이제 35세는 직장에서 언제 해고되어도 이상하지 않은 나이이고, 공무원들에게 있어서는 승진의 기회가 없는 나이이며 더 많은 사람들에게 있어서는 이직도 어려운 나이다. 문제는 이것이 하나의 암묵적인 상식이 되어서 직장 내 분위기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나아가 사회적인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에도 일조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런 현상을 일명 ’35세 현상’이라고 하는데, 2019년 12월 20일 <인민일보>는 ‘발전적인 시각으로 ’35세 현상’을 바라보자!’라는 제목의 칼럼을 게재한다.

 

칼럼의 요지는 분명하다. ’35세 현상’은 나쁜 것만은 아니라는 주장이다. 물론 나이 제한은 분명한 차별이고 부당한 조처이며 공정성에 어긋나는 부분이 있지만 그럼에도 ’35세 현상’은 긍정적인 효과를 이끌어내고 있다는 시각이다.

 

그 근거로 칼럼은 ’35세 현상’은 현재에 안존하지 않고 도전하게 한다는 것을 꼽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도전이 직업의 발전을 추동한다고 보았다. 또한 이러한 ’35세 현상’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평생 학습의 마인드로 끊임없이 배우는 자세를 유지해야 한다는 해결책도 함께 제시했다.

 

그런데 이것이 과연 긍정적으로만 바라보아야 하는 문제일까? 물론 중국에서 해마다 1000만 명에 가까운 대학 졸업생들이 취업시장에 쏟아져 나오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35세 현상’이 아주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일각에서는 심각한 인재 낭비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이를 그대로 방치하는 것은 위험할 수도 있다는 주장이다.

 

공급과 수요의 불균형에서 공급이 수요를 초과할 때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며 생존은 더욱 어려워지는 법이다. 지나친 경쟁 환경은 인간의 삶을 피폐하게 하며 대다수 사람들의 삶의 질을 떨어뜨린다. 100세 시대의 건강한 삶을 표방하고 나서는 현 시대에서 안정적이고 건강한 사회 발전을 위해서는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제도적인 대책이 시급하지 않을까?

 

출처: https://www.pressian.com/pages/articles/2021040208403516923#0DK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