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광대 한중관계브리핑 (프레시안)
[2021.04.16] 중국의 인구, 옛날엔 늘어서 걱정 지금은 줄어서 걱정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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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관계연구원2021-04-16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이메일 프린트 |
인구 정책, 상황에 따라 탄력적으로 움직여야 유지원 | 원광대 한중역사문화연구소 소장
얼마 전 중국 전인대(全人代)에서 새로운 인구정책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필자가 30여 년 전 유학할 때 배웠던 은사 한 분이 생각났다. 그 분은 명청(明淸) 사회경제사를 전공하신 교수님으로, 역사학으로 석사학위를 받으신 후, 미국의 하버드대학에서 경제학박사를 취득하셨다. 역사학을 전공한 후 미국에서 다시 경제학을 전공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는 알만한 사람들은 모두 알 것이다. 이 교수님은 하버드대학에서 10년 만에 박사학위를 취득하시고, 미국에서 교수임용 요청받으셨음에도 불구하고 모교에서 후학을 가르치시고자 모교로 부임하셨는데, 필자도 이 교수님으로부터 중국경제사를 배우면서 학문적으로 많이 성장할 수 있었다.
특히 이 교수님은 역사인구학(Historical Demography)에 있어서 커다란 업적을 남기신 분으로, 최초로 역사인구에 있어서 통계상 오차를 보정(補正)하기 위하여 족보(族譜) 활용의 방법을 창안하신 분이다. 우리나라에도 조선시대의 족보가 엄청나게 많이 남아있지만, 중국의 경우 우리보다 훨씬 더 많다.
그 중 대부분이 명청(明淸)시대의 것으로 모두 8만여 권(卷)이 있다고 한다. 이렇게 방대한 양의 족보는 대부분 각 가문에서 대략 30년을 주기로 계속적으로 편찬했던 관계로, 구성원의 출생과 사망연도가 분명하게 기록되어 있다. 그래서 이 족보를 활용하여 통계학적 방법으로 각 가문 구성원의 출생률과 사망률을 계산해냄으로써 당시 일정 지역의 인구 증감을 추적해 내었던 것이다. 이런 방법으로 각 지방 정부에서 작성하여 중앙 정부에 보고한 징세기록을 기초로 추정한 각 지역의 인구통계의 오차를 상당 부분 보정(補正)할 수 있었던 것이다.
전근대시대 인구의 통계는 대부분 정부의 세금 징수 기록을 바탕으로 추정한 것으로, 많은 오차를 보여준다. 특히 전쟁, 혹은 반란 등 여러 요인으로 인하여 국가권력의 통제를 벗어난 인구의 숫자가 각 시기마다 상황에 따 천차만별이기 때문에는 통계를 정확히 산출하는 것이 근본적으로 불가능했던 것이다. 20세기에 들어와서도 혁명, 전쟁과 내전 그리고 정부의 인구 조사를 증세(增稅) 목적으로 오해한 일반 서민들의 저항 등의 원인으로 제대로 된 인구 통계가 없는 실정이다.
중국에서 정확한 인구 조사가 시작된 것은 중화인민공화국이 성립된 이후인 1953년부터이다. 이후 약 8년-10년 단위로 인구센서스(人口普査)가 실시되었는데, 지난 2020년 11월에 제7차 조사가 시작되어 그 결과 발표를 앞두고 있다.
이번 7차 조사는 조사원만 700여 만 명이 동원되는 역대 최대 규모의 조사임에도 불구하고 그 정확성을 담보하기에는 여러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총인구조사에 있어서 조사 대상 인구 누락률의 국제적 표준인 2%를 초과하지 않아야 그 정확성을 담보할 수 있을 것이다.
어떤 유럽의 인구학자는 중국의 미등록인구(黑孩子)를 1억 명이상으로 추정하기도 하는데, 이것이 사실인지의 여부를 떠나, 지금까지의 중국의 인구통계가 여러 요인으로 인하여 커다란 오차를 보여주고 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어쨌든 과거나 현재나 정확한 인구통계는 국가의 정책을 결정하는데 매우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한다. 과거의 인구 통계를 정확하게 파악하기 위해 여러 가지 역사인구학 방법론이 개발되는 것도 정확한 인구 통계를 파악함으로써 그 시대의 사회와 경제상황뿐만 아니라 정권 혹은 왕조의 흥망성쇠의 흐름도 정확하게 설명할 수 있는 것이다.
역사의 전개 과정에서 왕조가 안정되면 민간사회의 안정으로 이어지게 되고, 또한 경제도 발전하여 태평성세가 전개되는데, 이는 바로 인구증가로 나타나게 된다. 결국 인구의 증가는 다시 사회 전반과 경제에도 영향을 주게 되는데, 이를 일컬어 인구압력(Population Pressure)이라고 한다.
결국 인구압력은 사회 및 경제뿐만 아니라 국가권력의 지배구조에까지도 영향을 주게 되어 정치적 혼란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허다하게 발생하곤 했다. 이러한 현상은 중국의 역대 통일왕조에서 나타났던 공통현상이기도 하다.
중국에서 최후의 봉건왕조인 청(淸)은 역대 왕조 중 가장 넓은 강역(疆域)과 가장 많은 인구 그리고 가장 강력한 황제 전제지배체제를 형성했다. 특히 청대(淸代)의 인구 변화는 역사전개에 심대한 영향을 주었는데, 역사인구학적으로 추산하면 청초(淸初)인 17세기 후반의 인구는 약 6500만 명, 아편전쟁 직후 19세기 중반의 인구는 약 4억 5000만 명 정도로, 불과 약 200년 사이에 6-7배의 인구의 폭발적 증가가 이루어졌다.
물론 이러한 인구통계는 정확성을 담보할 수는 없지만, 대략적인 변화양상만으로 보더라도 이는 당시 사회에 인구증가가 끼친 영향이 얼마 심대하였을 지는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이러한 인구의 폭발적 증가로 인하여 사회 전반에 끼친 압력이 결국 청조(淸朝)의 쇠퇴로 이어져 결국은 제국주의의 침략에 직면하게 되었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이다.
그렇지만, 중국계 미국 켄트주립대학(Kent State Univ.) 교수였던 왕예젠(王業鍵, Wang, Yeh-Chien, 1930-2014)은 일찍이 그의 초기 저서 <Land Taxation in Imperial China, 1750-1911>에서 청조(淸朝)는 외견상 드러난 경제발전의 수치나 통계는 없지만, 6배 이상으로 증가하는 인구의 압력에도 불구하고 경지면적(耕地面積)의 증가 없이도 봉건왕조체제를 유지하면서 강옹건(康雍乾) 성세(盛世)를 펼칠 수 있었던 사실 자체가 바로 성장을 이루어낸 것과 다름 아니라는 “광범성성장(廣泛性成長, Extensive Growth)”이라는 이론을 제기하여, 학계의 주목을 받았다.
이렇게 과거 전통시대의 역사에서는 인구 증가가 사회저변에 끼치는 부정적 영향에 주목하곤 하면서, 산아 제한정책 등이 제기되기도 했다. 그렇지만 최근에는 이와 반대로 인구 격감을 걱정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중국은 2020년 11월에 시작한 제7차 인구조사의 결과가 2021년 4월에 발표될 예정으로, 일부 통계자료는 이미 각 지방정부에 전달되어 이 통계 자료를 활용하여 각종 정책 입안을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현재 중국은 최근 미중관계의 악화로 인하여 자력갱생, 국내 소비 중심의 ‘쌍순환’을 통한 경제 발전 등의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데, 여기에는 내수(內需)를 떠받혀 줄 인구 문제가 매우 중요하게 작용할 것이다. 중국은 인구의 폭발적 증가를 막기 위해 1978년 ‘1가구 1자녀 정책’을 시행하다가, 2016년에 이 제도를 폐지함에 따라 현재는 2명의 자녀를 출산할 수 있다.
그렇지만 중국의 가족계획법은 여전히 세 자녀 이상 출산에 대해서 벌금 부과를 규정하고 있다. 중국의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1600만 명 정도였던 연간 출생아가 2016년 1자녀 정책 폐지 이후 잠깐 동안 1786만 명으로 증가하였다가, 2017년 1723만 명, 2018년 1523만 명, 2019년 1465만 명으로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저출산 문제와 함께 중국에서는 인구의 고령화가 급격하게 진행되고 있는데, 2019년 말 만 60세 이상 인구가 2억 5400만 명으로 전체 인구의 18%를, 만 65세 이상은 1억 7600만 명으로 12.6%를 차지하고 있다. 또한 UN의 예측에 따르면 2036년에 65세 이상의 인구 비중이 21%를 넘어서게 되어 초고령화 사회로 진입하게 된다고 한다.
이와 함께 남녀 성비(性比)의 불균형도 심각하다. 중국에서는 1자녀 정책 시행이후 남녀 성비가 100 대 120까지 늘었다가 최근에 이르러 100 대 110정도가 되었다고는 하는데, 여전히 결혼적령기 남성이 수 천만 명이나 많아서 경제력이 떨어지는 농촌 남자들의 결혼문제는 심각한 상황이다.
‘인구 대국(大國)’ 중국은 그동안 엄청난 인구 덕분에 한동안 ‘인구홍리(人口紅利, 인구 보너스)’의 혜택을 보아 왔다. 풍부한 노동력과 세계 최대 소비시장이라는 특징은 중국 경제 발전의 원동력으로 작용하였다. 그렇지만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저출산 현상과 인구고령화의 진행으로 인하여 중국의 ‘인구홍리’도 이제 점차 사라질 위기에 놓이게 되었다.
이에 중국 정부의 리커창(李克强) 총리는 지난 3월 제13기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4차 연례회의 정부 업무보고에서 “인구노령화에 적극 대응하고, 적절한 출산력(출산율) 실현 촉진하며, 은퇴연령을 점차 늦추는 국가전략의 시행”을 밝힘으로써, 두 자녀 허용 정책의 변화를 예고하였다. 이제 중국은 10년 만에 실시한 인구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새로운 인구정책이 적극 시행될 것이라 예상된다.
인구 문제에 있어서는 우리의 상황은 중국보다 훨씬 심각하다. 2021년 4월 14일 유엔인구기금(UNFPA)이 발간한 2021년 세계 인구 현황 보고서 ‘내 몸은 나의 것'(My Body Is My Own)에 의하면 한국의 합계 출산율은 지난해와 같은 1.1명으로 조사 대상국가 198개국 중 198위에 그쳤다. 이는 우리나라의 저출산, 고령화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 지를 보여준다.
시간이 흐르면 상황도 변한다. 따라서 이에 대응하는 방법도 변할 수밖에 없다. 과거에는 인구증가로 인한 부정적 영향이 걱정이었다면, 지금은 상황이 완전히 바뀌었다. 인구가 늘어야 경제도 발전할 수 있다. 결혼, 출산, 노령화 모두 걱정이 태산이다. 자녀들의 양육과 교육이 모두 어려운 환경이라 젊은이들은 결혼, 출산을 꺼려하고 있다.
이제 우리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이제 미래 사회를 전망하면서 인구 증가에 초점을 맞추어 모든 정책을 입안해야 할 것이다. 불과 몇 십 년 전에 시행했던 산아제한정책이 얼마나 어리석었던 정책이었는가를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
전통사회에서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인구를 먹여 살리는 것을 일종의 경제발전이라는 ‘광범성성장’이론으로 설명할 수 있듯이, 이제는 ‘인구압력’ 문제는 고려할 대상이 아니다. 오직 다가올 미래를 대비하여 안정적 인구 증가를 위한 전반적인 정책을 철저히 준비하고 추진해야 할 때이다. 이제 더 이상 늦추어서는 안 된다.
출처: https://www.pressian.com/pages/articles/2021041610593366686#0DKU 프레시안(http://www.pressia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