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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광대 한중관계브리핑 (프레시안)

[2021.06.18] ‘글로벌 거버넌스’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한판대결
[2021.06.18] ‘글로벌 거버넌스’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한판대결
한중관계연구원2021-06-18

미중 대결, 어제오늘 일 아냐

김현주 | 원광대 동북아시아인문사회연구소 HK+교수

 

2016년 시진핑(習近平) 총서기는 중국공산당 중앙정치국 집체학습에서 글로벌 거버넌스를 강조했다. 글로벌 거버넌스란 세계정부가 없는 상황에서 세계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국가들끼리 체계적으로 협력하는 것을 의미한다.

글로벌 안보, 생태환경, 국제경제, 국제범죄 등 한 국가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들에 대한 협력이 그 대상이다. 그것은 또한 전쟁이나 충돌과 같은 무력적 방식이 아닌 협상과 협력을 통해 실현하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

 

그밖에 글로벌 거버넌스가 국가들끼리의 협력과 다른 점은 기구화된 협력이라는 점이다. 대표적인 예로는 G20, BRICS(브릭스), AIIB(Asian Infrastructure Investment Bank, 아시아 인프라 투자은행) 등이 있다. 이러한 기구를 통해 국가들은 지역별, 지구별 협력을 도모한다.

 

중국, 미국의 글로벌 리더십에 도전하다

 

냉전이후 글로벌 거버넌스는 헤게모니 국가인 미국을 중심으로 이뤄졌다. 그러나 금융 위기 이후 미국의 헤게모니가 약화되기 시작하면서 글로벌 거버넌스 체계에 새로운 변화가 생겨나기 시작했다.

 

중국 상하이 국제문제연구원 원장 천동샤오(陳東曉)에 의하면, 글로벌 거버넌스체계의 새로운 변화는 4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 리더십의 분화다. 오늘날 글로벌 리더십이 크게 전통적 리더십과 신흥 리더십으로 나뉘어졌고, 그들 간의 갈등 및 협력이 이루어지고 있다.

 

둘째, 거버넌스 이념과 가치를 둘러싸고 글로벌 거버넌스 담론권 경쟁이 일어나고 있다. 2008년 국제 금융위기 이래 신흥 경제체를 중심으로 하는 다원적 발전모델이 주목받고 있다.

 

셋째, 거버넌스 체계의 파편화이다. 중국을 일부 국가들이 현행 거버넌스 체계의 대표성, 유효성에 대해 의구심과 단점을 제기하고 있어 세계적 차원에서 분열이 일어나고 있다.

 

넷째, 국내 거버넌스의 국제화이다. 상호 의존적 글로벌 경제에서 각 국가들의 국내 정책의 파급효과(spillover effect)와 반향효과(echo effect)가 두드러지고 있다.

 

이러한 새로운 변화를 한 마디로 정리하자면, 미국의 글로벌 리더십에 대한 도전세력이 등장했다는 것이다. 특히 중국은 현행 글로벌 시스템이 오늘날의 시대에 부적합하다는 점을 계속하여 지적하고 있으며, 그것이 세계 평화와 발전추세에 저해가 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중국의 논리는 이렇다. 지금의 글로벌 거버넌스는 미국이 만들어 놓은 것이므로, 당연히 미국의 헤게모니를 유지하기 위한 질서로서, 많은 나라들에게 정의롭지 못하다. 그러므로 ‘보다 평등하고, 보다 포용적인’ 정책결정기제를 수립해야 하며, 양자적·다자적 안보동맹을 통해 글로벌 안보 위기를 해결해야 한다.

 

중국은 이런 입장을 가장 잘 표현한 것이 바로 신안보관이라고 주장한다. 이것은 명백히 미국의 헤게모니에 대한 도전이며, 현행 글로벌 거버넌스에 대한 도전이다. 그리고 최종적인 목표는 글로벌 질서에 대한 개혁이다. 이를 위해 중국은 일대일로, 신형대국관계, 인류운명공동체 등의 개념을 줄줄이 계발하였다.

 

중국은 왜 세계질서를 바꾸려고 하는가?

 

개혁개방 이후 중국의 경제가 무서운 속도로 살아나기 시작했다. 경제적 자신감이 커짐에 따라 중국은 슬슬 글로벌 거버넌스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중국은 칼날의 날카로움을 숨기던 시절(韜光養晦)에서 벗어나서 세계에 우뚝 서서 자신을 드러내길 원하게 됐다. 그리고 서구의 룰에 따라 움직이는 세계를 중국에 유리한 방향으로 바꾸고자 했다.

 

경제와 함께 정치·군사적 자신감도 더불어 커지면서, 워싱턴에서 베이징으로 세계의 중심을 옮기고자 했다. 2010년대 이후에는 글로벌 거버넌스에 대해 소극적인 자세에서 벗어나 적극적 자세로 전환했다.

 

그와 함께 중국 규범, 중국 표준, 중국 가치를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나아가 제3세계의 권위주의국가들과 함께 표준을 창출하고자 했다. 그것은 서방세계에는 중국의 지도자들이 과거 진나라 때 누렸던 세계적 영향력을 다시 되찾는 꿈을 꾸고 있는 것으로 비쳐졌다.

 

중국의 핵심이익과 글로벌 거버넌스의 추구

 

물론 중국의 글로벌 거버넌스를 향한 노력이 폭력적이거나 강압적이라고 할 수는 없다. 중국이 세계 권위주의 국가들의 협력을 마다하지 않는 것은 사실이나, 그들 국가가 경제적 또는 정치적으로 열세하기 때문에 중국과의 협력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미국을 중심으로 한 진영을 소위 민주진영이라고 부를 수 있는데, 그들 국가 내부의 의사결정이 권위주의 국가들과 같이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이루어질 수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이 다른 권위주의 국가들과의 협력을 통해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중국의 이익을 반영한 세계 규범을 확립하고자 하는 것 또한 인지상정이다.

 

그러나 미국 입장에서는 미국 소외, 미국 고립, 미국과의 선긋기 등으로 느껴질 수 있다. 국제인권감시기구의 소피 리처드슨을 비롯한 선진국들은 또한 중국의 그러한 시도가 세계 인권에 이득이 되지 않는다고 본다.

 

1953년 저우언라이(周恩來) 총리의 “평화공존의 다섯 가지 원칙”은 전통적인 중국의 외교원칙이다. 즉 주권과 영토의 완전성, 상호 불침략, 서로의 내정에 대한 간섭, 평등과 상호 이익, 평화로운 공존에 대한 상호 존중을 침해하지 않는 한 중국은 다른 나라와 평화로운 공존을 추구한다는 것이다.

 

저우언라이의 5원칙에서 출발하여 후진타오(胡錦濤) 전 주석은 “화해세계”라는 개념을 주장하기도 했다. 시진핑 주석도 5원칙을 계승하여 주변국가와 전략적 동반자관계를 맺고 있다.

 

“평화”와 “공존”을 내세운 5원칙을 풀이하자면, 중국의 주권은 건드리지 마라, 중국의 영토를 침범하지 마라, 중국의 내정은 간섭하지 마라, 중국의 이익을 침해하지 마라, 그러면 서로 존중하고 평화롭게 공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다시 2011년 국무원에 의해 6가지 핵심이익으로 정리되었다. 즉 국가주권, 국가안전, 영토의 완전성, 국가통일, 중국의 정치제도와 사회안정, 경제의 지속가능한 발전이다. 그런데 미국을 비롯한 서구국가들이 문제 삼고 있는 중국의 인권, 민주주의 등은 모두 이 6개 핵심이익에 해당된다고 중국은 생각한다.

 

이에 대해 중국은 그것을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구중심주의와 보편주의라고 비판한다. 그와 동시에 미국의 글로벌 거버넌스 능력의 부족, 국제 협력의 저해, 국제 관계의 악화를 지적한다.

 

중국은 미국의 이기주의 비판하면서 미국을 국제 다자주의를 해치는 주범이라고 비난하고, 중국 스스로를 다자주의 수호자, 글로벌 시장의 수호자로 자처한다.

 

이렇듯 미국의 헤게모니에 도전하고 있는 중국은 특히 미국에게 국제규범과 규칙에 대한 도전자로 인식되고, 현행 국제규범과 질서에 대한 수정주의자, 심하게는 파괴자로 비쳐진다. 그러므로 글로벌 거버넌스에 있어서 미국과 중국의 한판대결은 당연한 귀결이다.

 

출처: https://www.pressian.com/pages/articles/2021061800525856645#0DKU 프레시안(http://www.pressi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