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광대 한중관계브리핑 (프레시안)
[2022.06.10] 우크라이나 전쟁을 기회로 활용하는 중국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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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관계연구원2022-06-10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이메일 프린트 |
[원광대 ‘한중관계 브리핑’] 한반도, 안보 위기 닥쳐올 수 있어최재덕 | 원광대 한중정치외교연구소장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국제질서가 대혼란기, 대격변기에 접어들었다. 세계화는 끝났다는 인식이 팽배한 가운데, 하나의 글로벌 공급망을 미중이 억지로 나누려는 시도에 세계 경제는 몸살을 앓고 있으며, 화해와 공영을 추구하던 국제질서는 이념과 안보를 이유로 대치하는 쪽과 국익을 우선하여 중립적 위치에 머무는 국가들로 나뉘고 있다.
미국의 대표적인 전략가 즈비그뉴 브레진스키(Zbigniew Brazinski)는 그의 저서 <거대한 체스판>(The Grand Chessbord,1997)에서 소련의 해체를 조직화된 심장지대가 사라진 것으로 보았다. 그는 소련 해체 이후 모스크바는 구소련 영토 회복 시도를 멈추지 않을 것이며, 우크라이나 지역은 러시아와 서방의 충돌 요인이 될 것으로 예측했다.
소련을 견제하기 위해 닉슨 전 미국 대통령의 방중(訪中) 길을 열었던 외교 전략가 헨리 키신저는 그때와 반대로 미국이 러시아와 손잡고 중국의 부상을 막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2016년 12월 트럼프 당선인에게 러시아가 점령한 크림반도 양보를 통해 미국과 러시아 간 화해를 도모하고 국제질서 안정을 추구하라고 자문했다.
이 구상에는 러시아의 크림반도 병합 인정, 러시아 군대의 우크라이나 동부지방 철수와 반군 지원 중단, 서방의 러시아 제재 중단을 포함하고 있었으며 이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전략이었다. 그러나 취임 후 러시아의 미 대선 개입 의혹이 제기되면서 이 제안은 시도되지 못했다.
바이든 대통령 취임 이후 미국의 지지 하에 우크라이나가 나토 가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러시아가 미국에 제시한 안보 협상안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중국과 러시아의 긴밀화를 한층 더 강화시키는 계기가 되었고, 이는 미국의 대러 전략이 변하지 않는 한 지속될 것이다. 이는 미국이 의도하지 않았지만, 미국의 선택에 따른 결과로 중국을 중심으로 더 커진 반패권주의 연대와 대치하게 되었다.
러시아를 고립시키고 중국의 부상을 막으려는 미국의 전략이 강력한 중러 연대를 형성하게 하였다. 러시아와 중국은 에너지, 경제 발전, 군사안보에서 탈달러화에 이르기까지 양국의 상호보완적 전략적 협력 파트너 관계는 공고하다.
존 미어샤이머(John J. Mearsheimer) 시카고대 교수는 그의 저서 <강대국 국제정치의 비극>(The Tragedy of Great Power Politics)에서 ‘중국은 평화롭게 부상할 수 없다’고 주장해 왔다. 그는 미국의 최대 적은 러시아가 아니라 중국이며, 중국을 억제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근본적 책임이 나토의 동진으로 오랫동안 러시아를 자극한 미국과 서방에 있으며 푸틴이 이에 대한 대응으로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수 있다고 경고해왔다. 그는 심각한 위협이 되는 국가는 러시아가 아니라 중국이며, 중국을 억제하기 위해서 러시아를 협력자로 두고 인도, 러시아, 미국이 협력하여 중국을 봉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서는 미국, 러시아, 나토, 우크라이나 어느 쪽도 전쟁에 지는 것을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에 전쟁이 낮은 강도로 장기화될 가능성이 있으며 우크라이나의 중립국 선언으로 이 상황이 정리될 것으로 내다봤다.
중국은 오히려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전략적 이익을 취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한발 물러나 평화의 중재자를 자처하면서 러시아와의 에너지 협력을 늘려 러시아의 대중 경제의존도를 높이고 에너지를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계기로 삼았다.
또한, 미국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집중하는 사이 지난 3월 말 중국 정부는 솔로몬 제도와 중국군을 파견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안보협정안에 합의했으며, 항구·해저광케이블·조선소·해양 운송망 건설과 석유·가스 등 해양광물자원 탐사가 포함된 ‘해양경제협력 양해각서(MOU)’ 체결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의 인도·태평양전략이 제대로 기능하지 못 하는 사이에 중국은 태평양 깊숙이 진출하여 미국의 강력한 우방인 호주 인근에서 미국과 호주가 안보 위협으로 상정한 해상활동들을 자유롭게 하게 되었다. 중국은 미국이 러시아와 유럽에 집중하는 사이 쌍순환 전략, 반도체 굴기, 시진핑 주석 3연임 등을 추진하면서 에너지를 결집할 시간을 벌었다.
중국은 미중패권경쟁을 하면서 중국의 꿈을 이루어가기 위해 에너지를 공급해주고 미국에 함께 대항할 러시아가 필요하다. 러시아는 안보적 완충지를 확보하고 구소련지역에서의 영향력을 공고히 하기 위해, 서방의 경제 제재를 무력화하기 위해 중국과 전략적 협력을 이어가야 한다.
양국은 미국의 간섭 없는 자국 중심의 세계 질서를 형성하고자 하며 유라시아 국가들이 지키는 유라시아 안보를 지향한다는 점에서 항미적 성격의 중러 연대를 확대 강화해 나갈 것이다.
국익을 우선하며 중립적 위치에 있는 국가들은 중국, 러시아와도 협력의 가능성을 충분히 열어놓을 것이고, 이에 국제 사회에서 중국과 러시아의 완전 봉쇄나 고립은 실현되지 않을 것이다.
미국 경제학자 마이클 허드슨(Michael Hudson)은 ‘유라시아가 하나의 세력으로 단결하면 세계를 지배할 수 있다는 것은 지정학적 상식’이라고 언급하면서 ‘미국/유럽의 금융자본주의’ 대 ‘중국/러시아의 산업자본주의’의 경제 전쟁이 시작됐으며, 식량, 에너지 등 핵심 자원의 자급자족 능력에서 중국/러시아가 훨씬 경쟁 우위에 있기 때문에 중국과 러시아 연대가 승리할 가능성이 높다고 언급했다.
미국의 세계 전략 변화가 수반되지 않는 한 중러 연대의 강화는 상당 기간 지속될 것이다. 현재 중국과 러시아는 분리되기 어려운 한 몸처럼 작동하고 있고, 양국의 리더십은 오랜 친분과 신뢰를 바탕으로 국제적 이슈뿐만 아니라 국내적 통치 체제에도 상당 부분 동일한 지향점을 추구하고 있으며 미국과의 대결을 위해 상대국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을 상호 인식하고 있다.
조직화된 유라시아의 심장 지역이 다시 뛴다는 것은 한반도에 유리한 상황이 아니다. 약소국 우크라이나의 선택이 지금의 전쟁을 자초한 측면이 있다. 우크라이나는 우크라이나로 집중된 강대국의 힘을 분산시키려는 노력을 하지 않았다. 러시아와의 완전한 단절, 서방으로의 편입이 우크라이나 안보를 위한 최선의 선택이라고 착각했다.
한국은 강대국과의 적대적 관계 형성이나 협력 단절은 해당 국가의 부정적 영향력이 안보를 위태롭게 하는 압력으로 작용한다는 사실을 인지해야 한다. 한국은 여러 강대국과 협력적 관계를 유지함으로써 강대국의 힘이 한반도에서 충돌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한국은 미러의 대리전 양상으로 진행되는 우크라이나 전쟁과 강대국들의 대응 양상을 예의주시하면서 한반도에서 강대국의 힘이 충돌하지 않도록 지정학적 리스크를 분산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국제질서의 대격변기에 한반도가 중러 대 미일의 격전지가 되어서는 안 된다. 한국의 선택은 매우 중요하다. 한반도에도 어려움이 닥칠 수 있다. 지금의 변화를 직시하여 국익 우선의 실용외교와 자강의 길을 선택하고 첨단기술강국, 외교강국, 문화강국의 길을 추구해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