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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광대 한중관계브리핑 (프레시안)

[2022.07.08] 나토 회의 참여한 한국, 현명한 전략적 판단이었나
[2022.07.08] 나토 회의 참여한 한국, 현명한 전략적 판단이었나
한중관계연구원2022-07-08
[원광대 ‘한중관계 브리핑’] 나토의 2022년 신전략개념과 중국

 

2022년 6월 27일 윤석열 대통령은 나토 3박5일 일정을 위해 스페인 마드리드를 향해 떠났다. 그 후 언론에서는 연일 김건희 여사의 패션을 칭찬하는 기사가 눈길을 끌었지만, 사실 우리가 주목해야 하는 것은 한국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에 참석했다는 사실이다.

 

한국은 NATO 가입국이 아니고, 협력 파트너일 뿐이다. 게다가 유럽에 속한 국가가 아닌 동아시아의 한국이 NATO 정상회의에 참석했다는 것은 상당한 의미가 있다. 물론 NATO는 한국 이외에도, 일본, 호주, 뉴질랜드를 초청했다. 이들 국가는 모두 아시아·태평양지역의 미국의 동맹국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이렇게 미국과 이해를 같이 하는 국가들이 한 자리에 모여 6월 29일 스페인 마드리드 정상회담에서 NATO의 2022년 전략개념을 채택했다. 일명 “2022년 전략 독트린”은 앞으로 10년간 나토의 전략을 규정한 것이다.

 

▲ 지난 6월 30일(현지 시각)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가 열렸다. ⓒ로이터=연합뉴스

 

NATO의 2022년 전략개념

 

“NATO 2022년 전략개념”은 서문에서 NATO 동맹국 정상이 모여 안보, 세계평화, 안정을 위해 한 자리에 모였다고 밝히고, 그런 목적을 위해 새로운 전략개념을 부여하고자 한다는 말로 시작된다.

 

NATO 2022년 전략개념에서 밝히고 있는 목적과 원칙은 5가지이다.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다. 첫째, 나토는 동맹국의 자유와 안보를 보호하고자 하는 방어 동맹이다. 둘째, 개인의 자유, 인권, 민주주의, 법의 지배라는 공동의 가치로 묶인 연대이며, UN헌장과 북서대양조약의 목적과 원칙을 견지한다.

 

셋째, 북대서양조약 5조에 따라 개별적 또는 집단적 안보와 관련된 모든 문제에 있어서 서로를 방어할 것이다. 넷째, NATO는 억제와 방어, 위기 예방과 관리, 그리고 협력적 안보라는 세 가지 핵심 임무를 계속해서 수행할 것이다.

 

다섯째, 개별적 또는 집단적 회복력과 기술적 우위를 강화할 것이며, 좋은 거버넌스, 기후 변화, 인간 안보, 여성, 평화, 안보 의제를 모든 과제와 통합시킬 것이다.

 

이와 같은 전략개념을 설정하게 된 배경으로 러시아, 권위주의, 테러리즘, 아프리카와 중동의 갈등과 불안정, 초국가적 인도주의적 도전, 중국, 사이버공간과 기술 안보, 무기경쟁, 기후변화 등 다양한 요인들이 거론되었다. 이것이 앞으로 NATO가 지양해야하는 대상들인 셈이다.

 

그 중에서 주목할 만한 대상은 러시아와 중국이다. 특히 러시아는 동맹국의 안보와 유럽과 대서양 지역의 평화 안정을 해치는 “가장 중요하고 직접적인 위협”이라고 규정됐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책임을 고려한다면, 그것은 예상된 일이다.

 

중국에 대해서는 그런 직접적인 표현을 쓰지는 않았지만, 중국의 “야망과 강압적인 정책은 우리(NATO)의 이해, 안보, 가치에 도전한다.”고 밝히고 있다. 러시아가 현재의 “직접적인 위협”이라면, 중국은 미래의 “잠재적인 위협”이라고 한 셈이다.

 

중국이 위협적인 존재로 인식된 이유는 핵심 기술과 산업 부문, 주요 인프라, 전략적 물자, 공급 사슬을 통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그들 분야에서 중국이 경제적 힘을 이용하여 세계적으로 전략적 의존성과 중국의 영향력을 강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의 공세는 물리적 공간, 사이버 공간, 해상 공간 모두에 집중되고 있으며, 그 공세가 “악의적(malign)”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이에 따라 NATO는 핵심 과제를 구체화했다. 국가는 물론 비정부 행위자들에 의한 정치, 경제, 에너지, 정보, 그리고 그 밖의 하이브리드 전술에 있어서의 모든 위협을 예방, 억제, 방어하기 위해서이다.

 

NATO의 신전략이 중국에 대해 갖는 의미는

 

NATO는 중국의 도전을 “체제적 도전(systemic challenge)”이라고 규정하고, 그것이 유럽과 대서양의 안보는 물론이고, NATO 동맹국들의 방어와 안보에 대해서도 위협이 된다고 표명했다. 그리고 중국에 대항하여 지키고자 하는 것이 “공유된 가치, 규범에 기초한 국제질서”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중국 외교부 대변인 자오리젠은 29일 기자회견을 열어 NATO가 이데올로기로 편을 가르고, 정치적 대립을 조장하며, “신냉전”을 일으키려 한다고 비난하였으며, 그것을 그만 두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미국을 비롯한 NATO가 제시한 신전략개념이야말로 냉전적 사유, 제로섬게임이라고 하며, 그것이 오히려 유럽, 아시아, 나아가 세계적 혼란을 야기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NATO가 “신전략개념”을 발표한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NATO는 1991년 이후 계속해서 “신전략개념”을 발표해왔는데, 그때마다 주적을 달리 지정해왔다. 그런데 이제 그 주적이 중국 자신이 된 것이다.

 

이것은 중국에게 냉전의 악몽을 되살리고 있다. 미중 간에 무역 갈등이 심화된 이후, 줄곧 중국은 신냉전이 도래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해왔다. 그런데 이번 NATO의 신전략개념은 중국에게는 신냉전의 신호탄으로 여겨지고 있는 셈이다.

 

선전포고와도 같은 NATO의 신전략에 대해 중국이 할 수 있는 대응은 무엇일까? 중국은 NATO의 2022년 신전략개념에서 인도·태평양 지역이 NATO에게 있어서 중요한 의미가 있다는 선언에 주목한다. 그것은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NATO의 영향력과 범위를 확대할 것이라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한국, 일본, 호주, 뉴질랜드를 참여시킨 것이라는 분석이다.

 

중국은 이번 NATO 정상회의가 열리기 오래 전부터 이미 미국의 인도·태평양전략을 “인도·태평양 버전의 NATO”라고 보았다. 그리고 미국의 의도가 세계를 두 진영으로 나누어 미국의 패권적 지위를 수호하려는 것이 아닌가 의심했다.

 

그러므로 중국은 인도·태평양전략에 대해 그것이 중국을 겨냥한 것이라고 분노했었는데, 이번 NATO의 신전략개념도 마찬가지라고 본 것이다. 과거 2015년 시진핑 주석이 미국의 시애틀에서 “투키디데스의 함정”을 언급한 적이 있는데, 그 말이 현실화된 것이다.

 

시진핑 주석은 “대국 간에 전략적 오판이 발생한다면, 스스로가 스스로에게 ‘투키디데스의 함정’을 만들 수 있다.”며, “세 사람이 모여 없는 호랑이를 만들거나, 이웃이 도끼를 훔쳤다고 의심하는 등, 색안경을 끼고 상대를 보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지만, 이미 오늘을 예상한 발언이었다고 할 수 있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한국은

 

한국은 두 강대국인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선택을 강요당해왔다. 지금까지 많은 이들은 둘 중의 하나를 선택하기보다는 자주노선을 선택하는 것이 현명한 것이라고 보았다. 한국에게는 중국과 일본 사이에서 줄다리기를 했다 실패한 역사적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어느 때보다 지금 한국의 선택은 중요하다. 그리고 그렇기 때문에 한국의 역할이 더 중요하다. 미국과 중국의 관계가 악화되고 있는 지금, 그로 인해 한반도의 긴장과 불안정도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에 의존했던 이중적 상황에 빠져 있는 한국에게 바이든 대통령은 5월 방한했을 당시 경제안보를 강조하면서 경제와 안보와 서로 연계되어 있다는 점을 통해 한국을 밀어붙였다. 그리고 한국과 미국은 “글로벌 포괄적 전략동맹”에 합의했다.

 

이것은 확실히 한국이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미국 쪽으로 기울었음을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에 대해 중국은 한미관계가 단계적으로 더 발전했다는 점을 의미한다고 보는 동시에, 한국 외교정책의 방향성이 크게 변화했다는 것으로 해석한다. 미국은 한국에게 미국이 주도하는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에 가입할 것을 권하고 있는데, 한국 또한 가입에 적극적이라는 점은 중국에게 좋지 않은 것이 분명하다.

 

중국은 IPEF의 목적이 바로 중국을 겨냥한 것이라고 보는데, 한국의 가입은 곧 한국이 과거와 달리 안보뿐만 아니라 경제도 미국에 의존할 것을 선택한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의 정치적 선택에 대해 중국이 관여할 수는 없지만, 적의 편에 섰다는 점에서 기분이 좋을 리 만무하다. 한국은 과연 현명한 전략적 판단을 내리고 있는가? 한반도의 명운이 달린 만큼 조금 더 신중한 자세를 통한 전략적 선택이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