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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광대 한중관계브리핑 (프레시안)

[2022.07.15] 시진핑의 ‘교과서 개혁’ 의도는?
[2022.07.15] 시진핑의 ‘교과서 개혁’ 의도는?
한중관계연구원2022-07-15
[원광대 ‘한중관계 브리핑’] 교과서 제도 개혁이 소수민족지역 민족어 교육에 미치는 영향

최근 중국은 사회 전 방면에서 국가 통합을 위한 민족대단합을 전면 강화하고 있다. 시진핑 정부의 국정 장기 목표인 ‘중국몽’의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실현이 56개의 민족을 영토를 중심으로 하는 하나의 국족 즉, ‘중화민족’으로 단결시키는데 달려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정치, 문화, 사회 전 분야에서’중화민족 공동체의식’ 공고화를 위한’사회주의 핵심가치관’ 사상학습이 강화되었고, 교육 정책에서도 이념 학습과 애국심 고양이 강조되고 있다.

 

그런데 교육 정책 측면에서 또 한 가지 주목되는 것은 소수민족지역의 민족어로 된 자체 교과서 관리와 국가통용문자인 ‘푸퉁화’ 교재 사용 확대, ‘삼과통편교재’의 점진적 사용을 골자로 하는 교과서 제도 개혁이다.

 

다민족 국가인 중국에서는 민족어 교육이 실시되어왔다. 민족자치와 함께 중국 소수민족 정책의 주요 성공 요인으로 평가되는 민족어 교육은 민족어 보존은 물론 소수민족의 민족 정체성을 발양하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국가차원에서는 다양한 언어로 출판되는 교과서들을 일률적이고 효과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어려울 뿐 아니라, 국가통용문자인 ‘푸퉁화’ 보급에도 걸림돌이 될 수밖에 없었다.

 

교과서 체계 개혁의 필요성은 시진핑 집권을 알리는 당 18대 이후 중대 사안으로 떠올랐고 2017년 교육부 교재국(敎材局)과 교재위원회가 발족되면서 본격적인 궤도에 올랐다.

 

이후 2019년에는 교육부에서 <초중등 교재관리방법(中小學教材管理辦法)>을 내놓았고, 같은 해 국가교재위원회는 소수민족지역 내 국가통용어 교재사용의 점진적 추진과 ‘삼과통편교재’ 사용 시기를 규정한 내용이 담긴 <전국 대중소 교재건설계획(2019-2022)>(이하, 계획)을 발표하여 주목을 끌었다. 소수민족지역 내 교과서 사용과 관련한 구체적인 내용은 크게 2가지다.

 

첫째, 초중등 소수민족언어 교과서 관리가 강화됐다. 2021년 교육부가 반포한 <초중등 소수민족문자교재관리방법(中小學少數民族文字教材管理辦法)>에 따르면, 민족언어 교재 편찬의 총괄, 지도, 관리, 감독을 교육 행정부가 주관하여 통일적으로 기획하고, 소수민족 어문교재 및 기타 과목의 번역(편역)판 교재 심사 또한 통일적으로 조직한다.

 

특히 개정판 편찬과 번역(편역)에서는 “중화민족공동체의식을 교과서에 융합하고, 중화민족의 공통역사를 구현한 전형적 인물과 생생한 이야기를 발굴, 각 민족의 선생님과 학생들이 올바른 국가관·역사관·민족관·문화관·종교관을 확고히 확립하도록 교육하며, 위대한 조국, 중화민족, 중화문화, 중국공산당, 중국특색사회주의에 대한 공감대를 끊임없이 증진해야”하고(3장 9조), “소수민족의 어문교재는 중앙의 교육 공작과 민족공작에 관한 최신 정책 결정과 통편어문교재(統編語文教材) 개정 주기에 따라 즉각 수정되어야 한다”(12조)고 적시하고 있다.

 

둘째 ‘삼과통편교재(三科統編教材)’ 편찬과 소수민족지역으로의 확대 적용이다. 이번 교과서 개혁의 핵심은 소수민족 지역에서의 ‘푸퉁화’ 교재 보급과 특히 ‘삼과통편교재’ 사용에 있다. ‘삼과통편교재’란, 도덕‧법치(고교는 사상‧정치), 어문, 역사, 이 세 과목의 교과서를 국가가 통일적으로 편찬한 국정 교과서를 일컫는다.

 

교육부는 2012년부터 통일적으로 조직하고 편찬한 도덕‧법치, 어문, 역사 교과서를 2017년부터, 일반 고교에서는 2019년부터 사용해왔다. 소수민족지역에서도 2019년 발표된 <계획>에 따라, 국가통용언어 교재의 단계적 사용이 권고되었을 뿐 아니라’삼과통편교재’ 사용 시기 또한 확정됐다.

 

기존 소수민족지역에서는 교육부가 2013년 발표한 <민족중소학한어과정표준(의무교육)>에 따라 민족어를’어문’ 즉, 모어로 배우고 푸퉁화는’한어’ 즉, 제2언어로 학습해왔다. 그러나 <계획> 실행에 따라, 현재 전국 11개 민족성(자치구)에서 통편교재 사용를 점차적으로 사용하고 있으며, 조선족이 집거한 헤이룽장, 지린성은 2020년 가을학기부터 채택하고 있다.

 

소수민족지역 내 통편교재 사용 시행 이후, 지역 내 반응과 개선책을 제시하는 기사와 연구들이 나오고 있다. 한 예로, 중국교육신문에 실린 <국가통편교재가 민족지역 교육의 질적 향상에 기여한다: 관련 민족성(자치구)에 기초한 조사연구>는 민족어로 된 교재와 통편 교재를 비교하며, 민족어 교재의 집필 수준이 낮고 시대정신의 변화와 새로운 교육 이념을 적시에 반영하지 못해 오히려 민족교육의 질적 향상을 저해하고 있다는 결론을 내린다.

 

그러나 필자가 근거로 든 교재의 작품 선택에서 경전성이 부족하고 그 민족의 민간 고사와 전설이 시대성이 강하지 않다는 점은 그 평가 기준이 모호해 설득력이 떨어진다. 또한 ‘삼과통편교재’의 경우, 국가 이데올로기적 특징이 강한 사상, 역사, 어문 세 과목에 한정된다는 점에서, 지역 간 교육 격차를 줄이는 것 외에 ‘중화민족공동체의식’을 내재한 국민 만들기의 사상 강화 목적이 깔려있음을 배제할 수 없다.

 

이처럼 시진핑 집권기 전격 추진된 교과서 제도 개혁은 민족어 교과서 입지를 축소시켜 소수민족 정체성의 유지와 보존 측면에서는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조선족의 경우에도 어문교과서 교육은 지속되고 있지만, 신판, 구판 교과서의 제재, 내용 변화가 보여주는 바와 같이, 민족 ‘어’ 교육의 명맥을 이어갈 뿐 민족 고유의 정체성 표상은 희미해져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