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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광대 한중관계브리핑 (프레시안)

[2022.07.22] 중국 감싸는 WTO, 분쟁해결 시스템 바꾸려는 미국, 우리 대응은 어떻게?
[2022.07.22] 중국 감싸는 WTO, 분쟁해결 시스템 바꾸려는 미국, 우리 대응은 어떻게?
한중관계연구원2022-07-22
[원광대 ‘한중관계 브리핑’] 일본 후쿠시마 수산물, 미국 세탁기 분쟁 등 WTO 통해 국익 확보한 한국

 

미국은 지난 5월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를 출범시키고, 이어 7월 WTO 상소기구의 정상화 추진을 밝히면서 미국 중심의 국제통상질서 재편을 본격화하고 있다. 이에 국제통상분야에서 미국과 경쟁구도에 있는 중국은 새로운 시련을 맞이하고 있는 형세다.

 

트럼프 행정부에서 관세폭탄이라는 수단을 이용해 중국과의 갈등을 구체적으로 가시화했다면, 바이든 행정부의 접근은 확실히 그때와는 차이가 난다. 동맹국을 순방하며 이전 정부 때 흩어졌던 동맹국의 힘을 하나로 모으는 행위 자체로 관세폭탄보다 더 강한 위협을 중국에 가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공격이 시작되었으니, 과연 중국이 어떤 형태로 이를 방어하면서 역공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더욱이 통상이 국가 경제의 근간인 한국은 중국과 미국의 힘겨루기가 언제나 반갑지는 않지만 반드시 대응해야하는 숙명이 있다. 글로벌 및 개별 국가의 국내 경제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앞으로 국제통상질서가 두 나라에 의해 어떻게 재편될지 예측하고 대응을 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

 

▲ WTO 본부. ⓒWTO

 

WTO 변화에 앞장서는 미국

 

2차 세계대전 이후 국제통상질서의 중심축이었던 세계무역기구(WTO)는 핵심기능들(협상 및 규범제정, 이행 및 모니터링, 분쟁해결)이 마비되면서 그 운명이 오리무중이었다. 하지만 코로나 19로 인해 개최되지 못했던 각료회의가 지난 6월 5년 만에 개최되면서 WTO의 향방이 다시 조명되고 있다.

 

특히 관심이 집중되었던 것이 지난 트럼프 행정부 때 마비된 WTO 분쟁해결기구가 다시 부활할 수 있는지 여부였다. 이번 각료회의에서 미국을 비롯한 각 회원 통상 각료들은 2024년까지 WTO 분쟁해결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할 수 있도록 노력하자는데 합의했다.

 

하지만 WTO 분쟁해결기구가 이전처럼 작동할지에 대해서는 의문이다. 우선, 분쟁해결 시스템 정상화에 대한 합의 내용이 “모든 회원이 접근할 수 있는 완벽하고, 완전하게 작동하는 분쟁해결 시스템”이라는 것이 정확히 어떤 것인지 명확하지 않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미국의 구상이 현재 WTO 분쟁해결 시스템을 단순히 이전과 같은 상태로 돌려놓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2022년 1월 WTO 중재인단은 10년간 진행된 미국과 중국 간 태양광 패널 사안에 대해 중국의 손을 들어 준 바 있다. 이처럼 가뜩이나 미국은 WTO 분쟁해결 시스템이 더 이상 미국편에 서지 않는 것에 불만을 품고 있는데 이를 이전과 같은 상태로 돌려놓기는 만무하다.

 

이 때문에 분쟁해결 시스템 정상화 이야기가 나왔을 때, 다른 회원들의 상소위원 인선 요구를 미국이 반대한 것이다. 대신에 2년이라는 시간동안 어느 정도의 다른 형태 또는 성질의 기구로 재탄생될 가능성이 높다.

 

WTO 분쟁해결 시스템, 법적구속력 잃고 중재기구로 전락 가능성

 

분쟁해결 시스템이 어떻게 재편될지는 얼마 전 캐서린 타이(Katherine Chi Tai)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한 발언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다. 타이 대표는 ‘아시아 소사이어티'(Asia Society) 행사에서 WTO 분쟁해결 시스템이 “값비싼 소송 수단”이 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발언의 어조는 WTO 분쟁해결 시스템은 그 본연의 목적이 이미 변질되었기 때문에 이를 정상화한다는 것은 그 태초의 목적으로 돌아가 그에 맞는 역할을 수행하도록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WTO 분쟁해결 기구 본연의 목적은 통상분쟁 당사국 간의 분쟁을 해결하는 것인데, 이를 위해서 WTO가 제소국과 피소국 간 협의를 제안하여 일정 기간 내 분쟁을 해결하는 것이다. 협의를 통해서 분쟁이 해결되지 않는 경우에는 일종의 국가간 소송이라 볼 수 있는 패널 설치(1심)가 진행되고, 패널 판정에 이의가 있는 경우 상소(2심) 절차를 진행하게 된다.

 

분쟁해결 시스템이 가동된 이래 상소절차를 활용하는 비율은 계속 증가하여, 1996년부터 2020년까지 총 306건 중 203건이 상소절차를 진행했다. 일단 사안이 분쟁해결 시스템에 회부되면 협의보다는 소송으로 발전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의 WTO 분쟁해결 시스템 개혁에 대한 구상은 총 3단계의 분쟁해결 절차 중 첫 번째 단계에 방점을 둘 가능성이 높다. 이는 최근 통상 분쟁이 패소로 이어지는 미국에게 분쟁에 대한 결과로서의 ‘판결’에 대한 부담을 어느 정도 완화시키는 효과를 줄 수 있다. 이와 동시에 미국에 의해 마비된 시스템을 다시 회복한다는 명분을 내세울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WTO 분쟁해결 시스템은 판정에 대한 법적구속력을 가지 못하기 때문에 ‘중재절차’와 큰 차이가 없어지게 된다. 명분상 분쟁해결 시스템의 정상화이지 지금까지의 구속력 있는 분쟁해결 기구로써의 역할은 기대하기 힘들게 된다는 뜻이다.

 

WTO의 사실상 무력화가 장기간 계속될 가능성이 농후한 가운데 미국은 통상을 국가안보와 연결하여 중국 그리고 중국의 특정 기업에 대해 파죽지세로 공격을 이어가고 있다. 지금까지 WTO 체제에서 안보를 위시한 무역 및 투자 제한조치는 논의의 대상이 되지 않았다. 결국 안보 문제를 앞세워 자국의 통상 이익을 확보하기 위해 국내 법률을 통해 통상분쟁 상대국을 제재하겠다는 생각이다.

 

WTO 분쟁해결 시스템이 정상적으로 작동할 때도 미국이 자의적으로 국내 법률을 활용하여 무역상대국을 제재하는 행위는 계속 문제가 되어 왔었다. 이제는 이의를 제기할 수단마저 무력화 되고, 더욱이 예외 조항을 활용하고 있으니 앞으로 더 높은 강도로 적극적으로 이를 활용하려 할 것이다.

 

Post-WTO 대응을 위한 국내 법률 정비 필요

 

우리나라는 일본과의 후쿠시마 수산물 분쟁, 미국과의 세탁기 분쟁 등 WTO 분쟁해결 시스템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통상 선진국과 통상 분쟁에서 국익을 확보해 왔다. 이에 WTO 분쟁해결 시스템의 중재기구화, 회원들 간의 자의적 국내법률 적용을 통한 통상 제재 등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방안을 서둘러 마련할 필요가 있다.

 

우선은 EU, 중국 등이 포함된 ‘다자임시상소중재합의'(WTO multi-pary interim appeal arrangement)에 동참하여 통상분쟁해결 시스템의 공백상태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

 

다지임시상소중재합의는 상소기구 기능이 중단된 동안 임시적으로 이를 대체하는 절차이며, 결과 이행에 대한 법적 구속력은 가지지 못한다. EU는 이러한 흠결을 메우기 위해 중재판정에 근거하여 보복조치를 취할 수 있는 국내법을 제정하기도 했다.

 

임시적이긴 하지만 그 공백 상황이 얼마나 오래 갈지 모르기 때문에 현재의 시스템이 최대한 효과를 발휘할 수 있도록 대안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와 더불어 미국, 중국과 같이 통상 제재를 안보예외로 하는 경우에 대비해 이와 관련된 국내 법률을 재정비 할 필요가 있다. 중국과 미국이 안보와 연결시키는 통상분야는 디지털기술과 자산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따라서 산업기술보호, 대외무역, 외국인 투자 관련된 법제를 검토하고 디지털 경제, 기술과 관련된 부분의 내용을 개선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아직 가시화 되고 있지 않지만, 디지털 통상분야의 분쟁에 더 적극적으로 대비할 필요가 있다. 국내 관련 법률 및 법규를 현대화하는 것은 물론, 양자 및 다자간 디지털 통상 협정의 다양한 시나리오와 모델을 구상하여 우리의 이익을 극대화 할 수 있는 방안을 계속적으로 마련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