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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광대 한중관계브리핑 (프레시안)

[2022.08.12] 대만문제, 한중관계 걸림돌이 되지 말아야
[2022.08.12] 대만문제, 한중관계 걸림돌이 되지 말아야
한중관계연구원2022-08-12
[원광대 ‘한중관계 브리핑’] 가치 외교와 국익 우선 실용외교의 양립 방안 모색할 때

우크라이나 전쟁에 이어 대만해협 긴장 고조로 유라시아 대륙에 안보 불안이 가중되고 있다. 유라시아 대륙의 서쪽에서는 미국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충돌했고, 동쪽에서는 미국과 중국이 패권경쟁을 벌이고 있다.

 

유라시아 대륙의 양쪽 끝 위치한 지정학적 위험 지역은 2차 세계 대전 이후 유라시아 대륙에 대한 미국의 전략과 냉전 종식 이후 구축했던 자유주의 국제질서의 산물이다. 러시아의 팽창을 억제하기 위한 나토의 동진과 민주화될 중국을 기대하며 적극적으로 국제질서에 편입시킨 중국의 패권 도전은 유라시아의 동쪽과 서쪽에 지정학적 위험 지역을 형성했다.

 

대만해협, 동중국해, 남중국해와 함께 유라시아 동쪽 지정학적 위험 지역에 속하는 한국은 민주진영과 공산진영의 최접점이고, 미·중·일·러의 힘의 균형점이며, 미일 동맹과 중러 연대 사이에서 안보와 경제를 위해 한미동맹을 강화하고 호혜적인 한중관계를 유지해야 하는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특히 대만해협에서의 군사적 긴장은 한중관계에 어려움을 가중시킨다.

 

이번 대만해협의 군사적 긴장에 트리거로 작용한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의 숨은 의도는 무엇일까? 표면적으로는 미국이 외교적 부담을 감수하고서라도 대만의 민주주의를 지지하는 모습을 민주주의 동맹국들에게 보여주려는 상징적 의미가 있다.

 

▲ 낸시 펠로시(왼쪽) 미국 하원의장이 3일(현지시간) 대만 타이베이 총통부에서 차이잉원 대만 총통과 만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그러나 그 이면에는 공격적인 중국의 모습을 세계에 보여줌으로써 민주주의 동맹국들이 중국의 위협에 공동 대응해야 한다는 경각심을 갖게 하려는 의도가 크다. 미국의 이러한 의도는 나토의 새로운 전략개념과도 일맥상통한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나토는 2012년 이후 10년 만에 ‘2022 전략개념’을 새로 채택하면서, 중국을 나토의 이익·안보·가치에 대한 도전하며 우주·사이버·해양에서 국제질서를 전복시키려는 국가로 규정했다.

 

또한, 새 전략개념에 ‘인도·태평양의 역내 상황 전개는 유로·태평양 안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나토에 매우 중요하다고도 명시했는데, 이는 나토를 매개로 인도·태평양 전략과 대서양 동맹을 강하게 결속시키려 미국의 전략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대만해협의 긴장을 고조시켜 중국 해군의 태평양 진출을 저지하고, 돌파구를 찾지 못하는 우크라이나 전쟁의 시선을 중국의 무력 대응으로 인한 동아시아의 안보 불안으로 돌리려는 미국의 의도도 있다.

 

중국은 펠로시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에 대해 강도 높은 군사적 대응으로 응수하면서 시진핑 주석 3연임을 앞두고 중국의 힘을 과시하고 대만 통일의 결의를 다지는 계기로 삼으려고 한다. 일부 중국 매체에서 중국 해군이 대만을 포위하고 사상 최대 규모의 무력시위를 한 것을 두고 ‘대만 무력 통일 리허설’이라고 칭하기도 했다.

 

이번 사태로 중국의 대만 침공이 임박했다고 볼 순 없지만, 중국이 대만에 대해 공세적인 압박 수위를 강화하는 계기가 된 것은 분명하다. 중국은 ‘하나의 중국 원칙’을 침해하는 것에 타협 없이 무력으로 대응한다는 강한 경고를 보낸 것이다. 또 대만은 중국 영토의 일부로 중국은 대만을 통제할 수 있고 무력으로 제압할 능력이 있다는 것을 대만인들을 포함한 전 세계에 과시했다.

 

대만해협의 군사적 긴장 및 미중 갈등 고조는 한중관계를 어렵게 만든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미중패권경쟁은 한반도의 지정학적 위험을 높이고 안보 불안을 가중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한국은 이에 대응하기 위해 한미동맹을 강화하고 민주주의 국가들과 연대하며 기술안보와 경제안보 측면에서 미국과 협력을 추구해야 한다. 그러나 미국과의 협력을 확대하되 중국의 핵심이익은 절대 침해해서는 안 된다. 한국은 지정학적 특수성을 고려하여 중국과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 발전시켜나가야 한다.

 

▲ 9일 오후(현지 시각) 중국 칭다오에서 박진(왼쪽) 외교부 장관과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한중 외교장관회담을 가졌다. ⓒ외교부

 

대만 문제는 시기에 따라 강도는 달라지겠지만 앞으로도 지속될 문제이다. 대만 문제가 한중관계의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한국이 대만 문제에 연루된다면 한중관계는 사드 사태 때보다 더 큰 어려움에 직면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세계는 하나’라고 외치던 시기가 무색하리만큼 강대국들 사이에 적대적 관계가 형성되고 있다. 식량, 에너지, 반도체부터 수자원까지 국가 안보와 직결되면서 경제와 기술 분야까지 안보의 개념이 확장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미중패권경쟁이 촉발한 이념적 대결과 에너지·식량 안보 위기, 글로벌 공급망 교란과 지정학적 리스크의 상승은 국제질서의 불확실성을 높이고, 강대국 사이에서 외교적 선택을 해야 하는 중간국들에게 어느 편에 설 것인지 선택을 강요한다.

 

한국은 이번 대만해협의 긴장을 계기로 가치 외교와 국익 우선 실용외교를 어떻게 양립해 나갈지 깊이 고민해야 한다. 한미동맹 강화와 가치 외교 추구는 한국의 국익과 안보를 위한 것이어야 한다.

 

한미동맹 강화가 중국의 핵심이익 침해로 이어져 한국의 안보가 위태로워져서는 안 된다. 20년 동안 지속되었던 나토의 동진과 우크라이나의 무리한 나토 가입 시도는 결국 전쟁으로 귀결됐다. 펠로시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이 남긴 경제적, 안보적 위기는 대만의 몫이다.

 

주한미군의 사드 배치에 대한 중국의 경제보복은 한국이 감내해야 하는 것이었고 지금도 한중관계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한국의 외교적 선택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한국은 강대국들의 전략 이면의 숨은 의도를 파악하고 한국 외교의 명확한 목적성과 방향성을 가져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