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광대 한중관계브리핑 (프레시안)
[2022.02.24] 중국의 정치체제, 철학을 떼놓고 얘기할 수 없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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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관계연구원2023-02-24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이메일 프린트 |
[원광대 ‘한중관계 브리핑’] 당대중국과 철학, 중국특색사회주의김현주 | 원광대 동북아시아인문사회연구소 교수1940년대 중국 철학자 펑여우란은 “철학이 어떤 구체적 기능을 갖고 있지는 않지만, 그래도 우리를 새로운 숭고한 경지로 이끌어준다.”고 말했다. 그러나 오늘날 많은 사람들은 철학이 필요 없다고 말한다. 철학이 얘기하는 것들이 모두 현실에 아무 도움도 되지 못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것은 한국이나 중국은 물론 세계 어디나 마찬가지이다. 지금 우리가 사는 세상이 자본과 기술이 지배하는 세상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철학이 항상 주제로 삼고 있는 “인간”, 그리고 “인간의 꿈”, “인간들의 세상”에는 관심을 가질 시간이 없다.
빠르게 변하는 세상에 적응하기 위해 그런 생각을 할 시간이 없다. 그저 자본과 기술에 이끌려가는 삶을 살아가고 있고, 생존을 위해서라고 변명하면서 말이다. 그런데 정말 철학은 아무런 도움도 되지 못하는 것일까? 그것은 틀렸다. 그것은 특히 이웃나라 중국을 보면 더 확실하다.
철학이 지배하는 중국
중국을 보다 잘 이해하기위해서는 철학을 잘 알아야 한다. 동양철학은 물론 서양철학도 알아야 한다. 지금 중국이 내세우는 “중국특색사회주의”는 마르크스·레닌주의, 마오쩌둥사상, 덩샤오핑이론, 장쩌민의 “3개 대표”사상, 과학발전관, 그리고 신시대 시진핑 사상 등을 포함한 이론체계이다.
그 안에는 동서양철학이 모두 섞여있기 때문에 중국의 사회주의가 무엇인지 알기 위해서는 그와 관련한 철학적인 토대가 있어야 한다. 역으로 중국을 제대로 비판하기 위해서도 그와 관련한 철학적 토대를 갖추고 있어야 가능하다는 말이다.
당대 중국은 중국특색사회주의의 길, 중국특색사회주의의 이론체계, 중국특색사회주의 제도를 주장한다. 다시 말하자면, 실천, 이론, 제도가 모두 중국의 사회주의 현대화를 위한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중국공산당과 중국 인민의 꿈을 실현하기 위한 것이라고 선전된다.
중국특색사회주의는 기본적으로 마르크스주의철학을 원칙으로 하지만, 중국의 현실과 시대적 상황을 반영하여 역대 지도자인 마오쩌둥, 덩샤오핑, 장쩌민, 후진타오, 그리고 시진핑 등의 사상을 두루 반영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중국은 “중국특색”에 대해 중국의 전통문화를 비판적으로 계승하면서도 외국의 우수한 문화를 수용한 것이라 말한다.
그러나 사실 알고 보면 유물사관을 중시하는 마르크스주의철학의 비판적 계승자라고 말하는 중국보다 한국이 더 ‘유물론적’인 것을 알 수 있다. 중국은 근대 이후 서양사상을 받아들이면서도 중국의 전통적 정신문화를 포기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시장경제와 기술혁명을 경험하고 있는 지금에 와서도 마찬가지이다. 중국의 어떤 학자는 중국특색사회주의철학이 세계와 인생에 대한 오늘날 중국인들의 생각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공동부유”의 철학
개혁개방 이후 심각한 빈부격차에 시달린 중국은 “공동부유”, 즉 다 함께 잘 먹고 잘 사는 세상을 모토로 삼았다. 그것이 바로 개혁개방의 기수, 덩샤오핑이 내세운 중국특색사회주의의 중요한 내용 중 하나가 되었다.
물론 덩샤오핑은 한꺼번에 동시에 부유해지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므로, 먼저 일부의 사람부터, 그리고 일부 지역부터 부유해지고 나서 다른 지역으로 부를 확대함으로써 공동부유를 실현하고자 했다. 그것이 바로 “선부론”이다.
덩샤오핑이 내세운 공동부유는 “적은 것을 걱정하는 것이 아니라, 고르지 못한 것을 걱정한다”는 공자의 사상에 대한 반성을 토대로 제기된 것이다. “고르지 못한 것을 걱정”하는 것은 “평균주의”이지만, 공동부유는 그런 평균주의는 아니라고 말한다. 함께 잘 사는 것은 맞지만 사는 수준이 모두가 똑같을 수 없다.
공동부유의 한 단계로 시진핑 주석이 내세운 목표는 전면적 소강사회의 건설이다. 과거 덩샤오핑이 소강사회의 건설을 부르짖으며 “배부르고 등 따듯한 삶”을 추구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면, 시진핑 시대에는 균형 있고 조화로우며 지속가능한 발전을 주장한 것으로, 물질문명, 정치문명, 정신문명, 사회문명, 생태문명이 조화롭게 발전하는 소강사회의 건설을 목표로 하였다. 그것을 “오위일체”라고 부른다.
중국은 전면적 소강사회가 2020년 이미 달성되었다고 선언했다. 이제 그것을 기초로 2035년까지 사회주의현대화를 실현하는 것을 다음 목표로 설정했다. 그리고 또 2050년까지 부강하고 민주적이며 문명적이고 조화롭고 아름다운 사회주의 현대화 강국을 건설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 때 중국은 종합국력과 국제적 영향력이 세계 1위를 차지하는 국가가 될 것이라고 말이다.
소강사회와 대동사회
소강사회의 “소강”이란 말은 공자가 저술한 <시경>과 <예기>에 나오는 말이다. 소강은 비교적 안정적인 삶을 의미한다. <시경·대아편>에서는 “백성의 고생이 멈추면 소강에 가깝다”라는 구절이 있다. <예기·예운편>에는 다음과 같이 대도가 사라진 세상을 소강이라 표현했는데, 권력과 재산이 사유화된 세상을 가리킨다.
“지금 대도가 숨자, 천하는 가문으로 나뉘어져, 각자 자기 부모만을 부모로 여기고, 자기 자식만을 자식으로 여기며, 재산과 힘을 자신을 위해서 사용한다. 대인이 그것을 세습하여 예로 삼았고, 높은 성과 깊은 해자로 그것을 공고히 하였고, 예의로써 기강을 삼아, 그것으로 군신을 바로잡고, 부자관계를 돈독히 하며, 형제를 사이좋게 하고, 부부를 화합하게 하여, 그것으로 제도를 세우고, 밭과 마을의 경계를 만들고, 용기와 지혜를 중시하며, 공으로 삼아 자신의 것으로 한다”
이와 달리 대동사회는 권력과 재화를 모두가 공유하던 세상을 말한다.
“대도가 행해지니, 천하위공이다. 현명하고 능력 있는 사람을 뽑고, 신용과 화목에 힘쓰므로, 자기 부모만 부모로 여기지 않고, 자기 자식만 자식으로 여기지 않으며, 늙으면 편히 생을 마칠 수 있고, 어리면 길러줄 곳이 있다. 과부, 고아, 홀아비, 장애인, 병자 모두 돌봐줄 곳이 있다”
소강사회나 대동사회는 모두 유가의 이상사회를 가리킨다. 현재 중국정부가 전체 인민의 공동부유를 주장하면서 실현하고자 하는 세상이 바로 대동사회라고 얘기하고 있다. 중국특색사회주의와 중국전통의 민본사상이 결합되는 지점이 바로 여기이다.
물론 공자가 생각했던 대동사회와 지금 중국공산당이 생각하고 있는 대동사회가 같다고 할 수 없지만, “소강”, “대동”, “천하위공”, “천하일가” 등 전통적 이상들은 여전히 중국인의 이상이라고 말해진다.
이렇듯 중국의 정치체제를 말하고자 할 때 철학을 떼놓고 얘기할 수 없다. 물론 모두가 철학에 매달릴 필요는 없다. 그러나 앞으로의 중국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 것인지 조금의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그 철학에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철학이 어렵다고 포기한다면, 누군가 이끌어주는 대로 갈 수밖에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