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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광대 한중관계브리핑 (프레시안)

[2023.04.17] 중국, 기초학문인 수학 인재 양성에 힘쓰는 이유는?
[2023.04.17] 중국, 기초학문인 수학 인재 양성에 힘쓰는 이유는?
한중관계연구원2023-04-18
[원광대 ‘한중관계 브리핑’] 치우청퉁 칭화대 교수 주도로 이뤄지는 수학 엘리트 양성

5G 인터넷과 인공지능 (Artificial Inteligence, 이하 AI) 분야의 발전으로 인해 수학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국내외에서 수학 전문가와 수학을 응용하여 5G 인터넷과 AI 분야에서 일할 수 있는 인재의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중국도 중앙정부와 주요 대학들이 5G 인터넷과 AI 등의 신산업 진흥, 수학과 수학을 활용해야 하는 기초과학 분야의 지속적 발전을 위해 수학 인재의 양성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이 글에서는 중국의 세계적 수학자인 치우청퉁(丘成桐) 칭화대 교수의 역량과 업적에 대하여 소개하고 그가 시진핑 국가주석의 지지 하에 칭화대에서 중국의 수학 인재 양성 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게 된 배경과 치우청퉁 교수가 본 중국의 수학 인재 양성의 어려움에 대하여 설명하고자 한다. 이와 함께 치우청퉁 교수의 수학 인재 양성 사업이 한국과 중국 간의 학술 및 교육 분야에서의 협력, 한국 교육에 제공하는 시사점에 대하여 논의하겠다.

 

1949년 4월 중국 광둥(廣東)성 산터우(山頭)에서 태어난 치우청퉁은 1966년 홍콩중문대학 수학과에 입학해 학사학위를 취득한 후 1969년에 미분기하학의 대가인 천싱선 교수의 지도 하에 미국 버클리캠퍼스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치우청퉁은 박사학위를 받은 후에 훌륭한 연구업적들을 발표하였고 33세에 수학 분야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필즈상을 수상했다.

 

치우청퉁이 미분기하학과 대수기하학을 활용하여 입증해 낸 칼라비-야우 다양체(Calabi–Yau manifold)는 고에너지 물리에서 우주의 주요 모델로 사용되고 있다. 치우청퉁은 미국 하버드대의 물리학과, 수학과 교수로 근무하면서 수십 편의 논문을 발표하면서 수학과 제어론, 그래프 이론, 데이터 분석, 인공지능, 3차원 이미지 처리 등 공학의 다양한 분야의 발전에 기여하였다.

 

칭화대학은 치우청퉁 교수의 탁월한 연구 성과와 교육 역량을 활용하기 위해 그를 2009년 수학과학센터 주임으로 초빙했다. 그 이후 치우청퉁은 칭화대의 수학 연구와 수학 관련 인재 양성에 참여하게 되었고 2018년 2월부터는 칭화대에 치우청퉁 수학 영재반을 운영하면서 국제적으로 학술 연구 역량을 인정받고 필즈상을 받을 수 있는 수학 엘리트 양성에 관심을 갖게 됐다.

 

그는 세계 수준의 수학 엘리트 양성을 보다 적극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2020년 10월에 시진핑 국가주석에게 자신이 중국의 수학 인재 양성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싶다고 제안했다. 시진핑 국가주석은 그의 제안을 받아들이고 2020년 말에 치우청퉁 교수의 주도 하에 칭화대가 ‘치우청퉁 수학과학엘리트인재 양성계획(丘成桐数学科学领军人才培养计划, 이하 치우청퉁 수학엘리트 양성계획)’을 추진할 수 있게 했다.

 

▲ 치우청퉁 교수가 지난해 4월 20일 칭화대학 석좌교수로 임명된 이후 중국 공영방송 CCTV 와 인터뷰를 가졌다. ⓒCCTV 방송 갈무리

 

치우청퉁 교수는 자신의 주도 하에 2018년 2월부터 운영하고 있는 치우청퉁 수학 영재반과 2020년 말부터 시작한 치우청퉁 수학엘리트 양성계획을 함께 효과적으로 진행하기 위해 2021년 초에 칭화대학의 수학 특화 교육 기관인 치우전서원(求真书院)을 설립했다. 칭화대학 치우전서원은 수학에 재능이 있는 인재들을 선발하여 학부 과정부터 세계적 수준의 수학, 이론물리학 등 기초과학 전문가의 양성을 목표로 운영하고 있다.

 

치우청퉁 교수가 칭화대에서 수학 교육과 연구에 특화된 치우전서원을 운영하게 된 데는 중국 대학생들과 대학의 인재 영입의 문제점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중국 <디이차이징>의 2023년 4월 6일 자 보도에 따르면 치우청퉁 교수는 중국의 대학생들 중에 창업이나 금융 분야에 진출하여 돈을 많이 벌고자 하는 학생들은 많지만 수학을 비롯한 기초과학 연구에 매진하려는 학생들이 많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리고 중국 대학 교수의 급여가 알리바바, 텐센트 등의 대기업의 급여의 1/3에서 1/4 정도의 수준에 머물고 있어서 더 많은 인재들이 중국에서 대학 교수를 선택하기가 쉽지 않다면서, 중국의 기초과학의 역량이 강화되어야 인공지능 분야에서의 비약적 발전을 기대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치우청퉁 교수가 인터뷰에서 언급한 내용들을 살펴보면 그가 직접 운영하는 칭화대학 치우전서원의 설립 배경을 이해할 수 있다. 치우청퉁 교수는 치우전서원을 통해 수학을 깊이 있게 공부하고 수학 관련 학술 연구에 매진하고자 하는 인재들을 학부 때부터 확보하여 대학원 과정까지 집중 교육함으로써 엘리트 수학자들을 양성하고 그들의 연구 역량과 연구 성과를 활용하여 기초과학과 인공지능을 비롯한 공학 분야의 지속적인 발전을 유도하려 하고 있다.

 

치우전서원과 같이 대학의 학부 과정에서부터 수학 교육과 연구에 특화된 교육기관이 없으면 학부생들의 다수가 단기적으로 재산과 부의 축적에 유리하다고 판단되는 분야들을 공부해서 국내외 유명 대기업, 유명 금융기관으로의 취업이나 창업을 선택하는 경향이 지속되어 현재의 기초과학 연구인력 확충과 대학의 우수 인재 영입의 어려움을 완화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중국은 수학 분야에서 화뤄겅, 천싱선. 치우청퉁 등의 걸출한 학자들을 배출했고 그동안 훌륭한 연구성과들을 축적하여 국제수학연맹(International Mathematical Union; 이하 IMU)에서 최고 수준의 그룹인 그룹 5에 들어가 있다.

 

치우청퉁 교수의 칭화대에서의 수학 엘리트 양성 사업은 중국의 중앙정부와 중국의 명문대학인 칭화대학이 현재의 중국 수학의 국제적 위상과 성과에 만족하지 않고 세계적 수준의 수학자를 초빙하여 중국 수학 교육과 연구의 수준을 제고하고자 하는 모습을 보여 주고 있다.

 

한국도 2022년에 국제수학연맹의 그룹 5에 진입하였고 역량 있는 수학자들과 수학 인재들을 지속적으로 배출하고 있다. 한국과 중국의 수학자들이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주목받는 연구 성과들을 발표하면서 향후 양국 간의 수학 관련 학술교류도 점차 늘어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치우청퉁 교수의 칭화대학 치우전서원에서의 수학 엘리트 양성 사업은 기초과학 엘리트 양성을 위한 교육 시스템의 개선, 기초과학 엘리트의 지속적인 양성과 배출이 가능하려면 국가의 관심과 역할이 중요하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칭화대학을 비롯한 중국의 주요 대학들은 국립대학이어서 중국 중앙정부의 교육 관련 부처인 교육부의 허가와 지원이 있어야 교육과 연구에 필요한 사업들을 안정적으로 추진할 수 있다.

 

중국 교육부는 1978년 개혁개방 이후부터 현재까지 서방 선진국에서 활동하는 중국 학자들의 중국 대학으로의 영입과 그들의 중국 대학에서의 연구와 교육 활동의 지원을 지속적으로 진행하고 있고 그로 인해 중국의 기초과학과 공학 분야의 연구성과들은 양적, 질적 성장을 계속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중앙정부 차원의 연구개발 예산을 미래 산업의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기초과학과 공학 분야 전문가들이 보다 안정적으로 연구에 전념할 수 있게 효과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정부는 지난해 7월 허준이 교수의 필즈상 수상 이후 청년 수학자들의 안정적인 장기 연구 지원을 위한 ‘허준이 펠로십’ 운영과 고등과학원 산하에 ‘허준이 연구소’ 설립 계획을 공개한 바 있다. 수학을 비롯한 기초과학 분야의 젊은 학자들이 1년 단위의 연구성과 발표의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5년에서 10년은 자신이 해보고 싶은 연구에 전념할 수 있는 연구 지원 체계가 완성된다면 향후 한국의 기초과학 연구와 기초과학의 연구 성과를 응용하는 공학과 산업의 발전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