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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광대 한중관계브리핑 (프레시안)

[2023.06.02] 한반도, 우크라와 다른 길 가려면 ‘실리외교’ 필요하다
[2023.06.02] 한반도, 우크라와 다른 길 가려면 ‘실리외교’ 필요하다
한중관계연구원2023-06-02
[원광대 ‘한중관계 브리핑’] 지정학과 한국의 외교전략

 

2022년 2월 발생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한국전쟁 이후 약 70년 간 남북 대치상황에 있는 우리에게 많은 교훈을 주고 있다. 중국 시진핑 정부는 핵심이익 지역을 대만, 홍콩, 신장 위구르 지구로 정해 어떤 타협도 하지 않는 반면 러시아는 핵심이익을 우크라이나·벨라루스, 체첸과 카프카스 그리고 중앙아시아 국가들로 인식하고 있고 이번 우크라이나 전쟁의 원인을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과 서구로의 편입시도라고 생각하고 있다.

 

현재 러시아 푸틴 정부는 우크라이나를 중요한 유럽에 대한 교두보라고 인식하고 있다. 제2차 세계대전(대조국전쟁) 이후 우크라이나는 소련 공업과 농업 핵심지역으로 성장했고 군수산업과 우주항공산업에 이르기까지 중요한 산업기지의 중심역할을 해왔다. 

 

현대 우크라이나의 탄생은 1991년 8월 공산당 쿠데타 실패 이후 우크라이나 최고 소비에트가 독립을 선언하면서 비롯되었다. 소련연방에서 가장 큰 공화국 중 하나인 우크라이나의 독립선언은 고르바초프에게 큰 타격을 주었고 이후 소련 각지에서 독립과 반공 시위가 빠르게 전개되면서 소련제국 붕괴의 시발점이라고 역사는 평가하고 있다.

 

1990년대 동서 냉전이 붕괴하고 세계화가 진행되면서 이념논쟁은 사라지고 유럽의 질서가 재편되면서 지정학적으로 유럽의 동진은 매우 자연스럽게 진행되었다.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는 동유럽 특유의 빈곤 경제와 정치적 부패를 타파하기 시작했고 독일 통일과 더불어 도미노 현상처럼 경제적으로는 EU에, 안보 면에서는 나토(NATO)에 가입했다. 우크라이나와 조지아의 나토와 EU 가입시도는 이러한 추세에 기인한 것으로 판단된다. 

 

그러나 러시아와 벨라루스 그리고 중앙아시아 국가들은 이러한 동유럽의 유럽 사회로의 편입을 지정학적 측면에서 이해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로서는 1990년대 냉전붕괴 이후 나토와 EU로 대변되는 서유럽 세력의 동유럽 진출은 반갑지 않은 현실이며 2008년 조지아 전쟁을 기점으로 러시아의 대유럽 외교정책은 ‘수세적 현상유지정책’에서 ‘적극적 방어정책’으로 변했다고 하겠다. 

 

지정학적으로 안마당으로 생각했던 ‘슬라브 3국’ 즉 우크라이나와 벨라루스 그리고 러시아는 하나의 국가라는 인식이 강했고 러시아의 핵심이익 지역이라고 할 수 있다.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원인을 학계에서는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동유럽 확산으로 보았고 일면 타당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지정학적 측면에서 본다면 유럽과 러시아의 두 문명권의 충돌, 즉 자유주의와 슬라브주의의 필연적 대립으로 볼 수 있고 이들의 세력다툼에서 나타난 현상이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라는 시각도 있다.

 

두 문명권에는 각각의 세력이 존재하고 그 세력이 균형을 이룬다는 이론이 세력균형이론으로 한반도에 사는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세계는 군사력보다는 경제이익을 추구하며 상호교류와 협력을 위해 노력해왔고 1990년대 세계화 시대가 진행됨에 따라 이러한 경향이 심화되고 있다. 따라서 한 문명권이 다른 문명권을 멸망시키는 것은 가능하지 않고, 핵 시대에 들어서면서 이러한 현상은 뚜렷이 나타났다. 

 

결론적으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결말은 우크라이나 동부지역에 판문점과 같은 유럽과 러시아의 새로운 힘의 균형이 나타나는 것으로 결론지어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한편 지정학적으로 한반도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일본이라는 해양세력과 중국·러시아 대륙세력의 교차점으로 38선을 중심으로 남북이 분단되는 아픔을 겪었고, 1950년 한국전쟁을 기점으로 영구분단 되었다. 분단 이후 한국 정부는 할슈타인원칙(Hallstein Doctrine)을 통해 북한과의 수교국과의 단교를 진행했고 그 결과 제3세계 국가들과의 외교적 고립을 면하지 못했다. 

 

그러나 86아시안게임과 88올림픽은 한국외교의 대전환점이 되었다. 1983년 중국 민항기 사건을 시작으로 제3세계와 공산권과의 관계개선을 적극 모색했고 86아시안게임에는 중공이, 88올림픽에는 소련이 참가하면서 북방외교는 성공적으로 진행되었다.  

 

스포츠외교를 중심으로 제3세계와의 관계회복과 동유럽 공산권 국가들과의 수교는 결과적으로 한국외교의 지평을 넓혀주었고 1990년대 시작된 세계화의 물결을 통해 한국은 글로벌 중추국가로 성장하는 계기가 되었다.

 

대한민국이 선진국으로 도약한 계기가 된 것은 남북 정전상태와 미·일 & 중·러 라는 지정학적인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주변국들과의 적극적이고 상호협력적인 외교를 기반으로 진행된 실리외교의 결과물이라고 하겠다.

 

비록 노태우 정부의 북방정책 최종목표인 북한과의 화해와 상호협력적 관계구축에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고 그 결과도 미흡했지만 언젠가는 북한과의 수교와 정상국가 관계로 진행을 통해 종국에는 동북아평화체제의 구축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미국과 안보협력을 포함해 중국과 경제협력, 러시아와 에너지협력, 일본과 금융 및 역내무역은 대한민국의 선진화와 발전에 필수요소임에 틀림없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처럼 지나친 지정학에 기반한 갈등관계의 지속은 전쟁 당사자뿐만 아니라 주변국들에게도 큰 손실과 피해를 야기한다. 신냉전시대 대한민국의 외교는 노태우 정부의 북방정책과 같은 안보에 기반한 실리외교가 중요하며 주변국과의 갈등을 보다 지혜롭게 조정하는 외교목표 설정을 통해 동북아 선진국으로서 리더십을 발휘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글로벌 중추국가로서 존경과 함께 영향력을 국제사회에서 발휘할 수 있다.

 

한국전쟁의 폐허 속에서 대한민국은 산업화에 성공했고, 민주화세대에 의해 자유민주주의가 뿌리를 내렸으며, 2020년 선진국으로 도약하는 쾌거를 이루었다. 자유와 평화를 전쟁으로부터 지키기 위해서는 지정학적 대립구도가 아니라 적극적인 북방외교가 필요하고 갈등과 대립보다는 협력과 실리라는 지혜로운 외교정책이 필요하다.

 

▲우크라이나 젤렌스키 대통령(왼쪽)과 러시아 푸틴 대통령 ⓒAP=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