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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광대 한중관계브리핑 (프레시안)

[2024.01.26] 중국, 대만 선거 이후 무력 사용 선동 자제시키는 이유는?
[2024.01.26] 중국, 대만 선거 이후 무력 사용 선동 자제시키는 이유는?
한중관계연구원2024-01-30
[원광대 ‘한중관계 브리핑’] 대만선거 보도와 중국의 프로파간다 전략

 

지난 1월 13일(이하 현지시각) 대만은 총통선거에서 라이칭더(賴淸德)후보를 총통으로 선출하면서 민주진보당(이하 민진당)의 3연임을 지지했다. 민진당은 대만의 독립을 주장하여 중국 정부로부터 비난을 받고있는 반면, 중국국민당(이하 국민당)은 중국 본토와의 통일을 지지하는 전통에 기반을 두고 있어서 상대적으로 중국 정부와 우호적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이번에 새롭게 선출된 민진당의 총통 당선자인 라이칭더는 대만이 “주권독립국가”라고 지속적으로 강조해왔는데, 이는 대만의 주권이 중국에 속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이유로 중국은 국민당 후보들을 지지하였으며, 대만 선거에 대한 중국 정부의 개입설이 등장하곤 했다.

 

대만 총통 선거에서 민진당 후보가 당선이 되자, 중국의 주요 관영 매체는 선거 결과를 간략하게 또는 비판적으로 보도했다. 반면 중국의 SNS인 웨이보의 인플루언서들은 이번 선거에 대해 다양한 의견들을 나타냈다. 그러나 웨이보의 논평들도 중국 대중의 대만에 대한 무력 사용 선동을 자제시키고 있다.

중국 관영 매체의 대만 선거에 대한 접근법

 

대만 총통 선거일 이틀 뒤인 1월 15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은 중국 공산당 이론지 ‘치우스'(求是)에 당 중앙위원회 통일전선공작회의(中央統戰工作會議)에서 발표한 연설을 게재했다.

 

대만 선거 결과에 대한 시주석의 입장문이라고 몇몇 언론에 보도된 이 연설은 사실 지난 2022년 7월 29일 발표한 연설문이다. 시주석의 3연임이 확정된 2022년 10월 당대회보다 앞서 7월에 논의된 전략이다. 10월 당 대회에서 시주석은 무력을 사용한 통일을 배제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는데, 이 통일전선공작회의의 연설문에는 무력에 대한 언급이 없다는 점이 주목할 만 하다.

 

연설문에 포함된 광범위한 범위의 통일전선 전략 중에서 대만 문제와 관련하여 시주석은 “‘대만 독립’이라는 분리주의 행위에 반대”하며, “대만의 애국 통일 세력을 발전 및 강화”하는 것을 강조했다. 그는 또한 “홍콩, 마카오, 대만 및 해외에서 통일전선 활동의 역할을 전적으로 발휘하여 민심을 얻어야 한다”고 요구했다.

 

비록 이 연설문이 약 2년 전에 작성되었지만, 대만의 선거 직후 치우스에서 다시 한 번 발표한 것은 동요하는 대만인들의 민심을 얻고 본토에 경도된 대만인들의 환심을 구하고자 하는 의도를 보여주는 것이다.

 

▲ 지난 13일(현지시각) 대만 총통 선거에서 승리를 거둔 집권 민진당의 라이칭더 후보가 지지자들에게 손을 들어보이고 있다. ⓒAP=연합뉴스

 

대만 선거 보도를 자제하는 주요 매체

 

전반적으로 중국의 주요 관영 매체는 대만 선거에 대해 절제된 내용으로 보도했다. 선거 다음날인 1월 14일 <신화사>와 <인민일보>는 중국 외교부 대변인과 천빈화(陳斌華) 국무원 대만사무판공실 대변인이 ‘하나의 중국’ 원칙을 재차 강조했다고 보도했다.

 

1월 13일 신화통신은 대만 선거에서 “민진당의 라이칭더(賴淸德) 후보와 샤오메이친(蕭美琴) 후보가 대만 총통과 부총통에 각각 당선됐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동시에 “대만 입법원 113석 중 국민당이 52석, 민진당이 51석, 대만민중당이 8석, 무당파가 2석을 차지했다”고 보도하면서, 비록 민진당에서 총통이 배출됐지만, 입법부 선거에서 국민당에 패해 과반을 확보하지 못했다는 점을 강조하였다.

 

대만 선거에 대한 SNS의 다양한 논평

 

한국의 언론은 중국의 소셜 네트워크인 웨이보는 대만의 선거 당일 ‘대만 선거’ 해시태그를 차단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선거 익일부터 웨이보에서 ‘대만 선거’ 검색이 가능했으며 대만 선거와 관련된 여러 논평들과 댓글들이 다수 게시됐다.

 

대만 선거 전후 웨이보에서 ‘대만 선거’를 검색하면 “대만 선거에 대한 외교부 대변인의 질의응답”, “국무원 대만사무판공실, 대만 선거 결과에 대한 논평”, “대만이 중국의 일부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대만 선거 발표 익일 “나우루정부가 대만과의 ‘외교관계’ 단절을 선언했다” 등이 연관 검색어로 뜬다.

 

웨이보의 대만 선거 관련 글에서 주목을 끄는 점은 중국의 인플루언서들이 여론의 확산을 경계하고 있다는 점이다. 관영 매체인 <환구시보>(環球時報)의 웨이보 계정인 환치우왕도 대만의 선거 결과를 간략하게 보도했다. 그러나 전 환구시보 편집장을 지낸 후시진(胡錫進)은 웨이보에 대만 선거에 대해 여러 논평을 게시했다.

 

여기에는 1) 대만 선거 결과 분석 2) 미중관계의 관점에서 바라본 대만 문제 3) 중국의 경쟁력 강화와 통일 4) 대만과 비교하여 중국의 경제와 군사력의 우월성 과시 5) 중국 본토의 결속력 강조 등이 포함되어있다.

 

후시진은 중국 국무원 대만사무판공실 천빈화(陳斌華) 대변인의 말을 인용하며 “대만에서 치러진 두 번의 선거 결과는 민진당이 대만의 주류 여론을 대표하지 못한다는 것을 보여준다”는 점을 되풀이하였다.

 

그 근거로 올해 2024년 총통과 입법원 선거에서 민진당의 득표율이 2016년과 2020년의 선거에 비해 낮았다고 지적한다. “차이잉원(蔡英文)이 대만 총통으로 당선된 2016년과 2020년에 각각 56.12%과 57.1%의 득표”를 받은 것과 비교하면 “라이칭더 차기 총통 당선자는 40.05%의 저조한 지지에 얻는데 그쳤다”고한다.

 

또한 “대만 ‘입법원’ 선거에서 민진당은 51석을 얻은 반면 국민당은 52석을 차지해 국민당이 ‘입법원’의 제 1당이 되었다”라는 점도 강조한다. 이어 양안 문제에서 “중국 경제의 급속한 성장과 중국 군사력의 우위가 효과적인 위협을 만들어 왔고, 대만 내부의 동요에 충분한 대비를 갖추었다”고도 주장한다.

 

그러나 후시진은 이러한 분석을 발표하면서도 온라인에서 웨이보 사용자들이 대만에 대한 중국의 무력 행사를 강행하는 것을 지지하는 여론의 확장을 경계하고 있다. 그는 이러한 여론이 국가 정책 결정에서 실책을 초래할 수 있으니 자제하라고 주장한다.

 

사회 구성원들이 자신의 의견을 표출할 수는 있으나 “국익을 수호하며 큰 구조를 파악하고 대만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개척해온 전문 조직에 대한 확신을 가지고 지지해야 한다”는 견해다.

 

권위주의 국가의 프로파간다, 중국과 대만문제

 

이와 같이 중국 매체의 대만 선거 보도는 대만을 향해서는 유화 정책의 기반에서, 중국 내 누리꾼들에게는 과열된 입장 자제를 바탕으로 절제됐다.

 

권위주의 국가는 억압과 회유를 통해 자국민들을 통제한다. 여러 학자들이 검토한 바와 같이 프로파간다는 통제 기제로 활용되어 자국민에게 정권의 강함을 알리거나, 정권의 장점을 부각시키거나 단점을 은폐하는 양상으로 나타난다.

 

시 주석이 무력에 의한 통일을 빈번히 언급하는 것은 바로 정권의 강력함을 보여주는 신호(signaling)다. 대외적으로는 대만에 대한 무력 사용을 언급하는 것이 미국을 향하고 있지만, 대내적으로 인민에 대한 당 지도부의 힘을 과시하는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그러나 대만 선거 이후 중국 지도부는 이러한 신호를 보내지 않았다. 대만 선거 결과에 대한 축소 보도와 후시진 같은 영향력 있는 인사들의 논평을 통해 중국 당-정의 성과를 과시하고 당-정의 정당성을 강화하는 보도 전략을 선택했다. 오히려 무력 통일을 주장하는 일부 네티즌들의 주장을 완화하고 당-정 지도부의 대만 통일 정책의 올바름을 대중에게 확신시키고, 대만 내부의 분열을 조장하는 프레임에 주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