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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광대 한중관계브리핑 (프레시안)

[2024.02.16] 러시아와 ‘레드라인’ 넘지 않는 위기 관리 필요하다
[2024.02.16] 러시아와 ‘레드라인’ 넘지 않는 위기 관리 필요하다
한중관계연구원2024-02-19
[원광대 ‘한중관계 브리핑’] 러시아 대선이 한반도와 국제관계에 미칠 영향

오는 24일이면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한지 만 2년이 된다. 전쟁이 발생했을 당시 신속한 승리를 자신했던 러시아도, 민주주의 국가들이 단결하여 러시아를 격퇴하겠다던 서방도 그 뜻을 이루지 못했고 무고한 인명이 희생되면서 초토화된 우크라이나가 신음하고 있다.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유럽은 에너지와 식량 공급망 변화에 따른 인플레이션과 전쟁에 대한 피로감이 증가했고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국의 무기 지원도 지연되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의 승리를 자신하면서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지원하지 않는다는 전제 하에 우크라이나와 전쟁을 대화로 해결하길 원한다고 했지만, 동부 영토를 잃은 우크라이나는 현 상황에서 전쟁 종결을 논의하기 어렵다.

 

이런 가운데 3월 17일 예정된 러시아 대선에 우크라이나 동부 점령지가 선거구에 포함되면서 러시아가 전쟁 종결에 더 유리한 고지를 점령할 것으로 보인다.

 

점진적인 나토의 동진에 강력하게 항의해왔던 푸틴 대통령은 2021년 취임한 젤렌스키 대통령이 미국의 무기 지원과 지지에 힘입어 나토 가입을 본격화하자 이듬해 2월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다.

 

지난 2월 1일 선거운동 과정에서 그는 “러시아는 군사적 수단을 동원해서라도 국익을 수호했어야만 했다. 우리는 국가발전과 독립, 주권을 강화하는 데 있어 매우 어렵고 중요한 시기를 지나고 있으며 평화로운 도시를 포격하기 위해 서방이 공급하는 우크라이나의 장거리포로부터 안전할 수 있도록 우리 영토와 거리를 벌려야 한다”라고 말했다.

 

자신의 장기 집권에 정당성을 확보하는데 주력해온 푸틴 대통령은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서도 2020년 7월 1일 3연임을 위한 국민투표를 실시하여 압도적인 지지(투표율 67.97%, 지지율 77.92%)로 개헌을 단행했다.

 

이번 대선에 2014년 병합된 크름반도는 물론,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러시아가 점령한 도네츠크, 루한스크, 헤르손, 자포리자주도 선거구에 포함돼 그의 입지를 더욱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푸틴 대통령은 이번 대선을 통해 점령지에 대한 지지를 입증하면서 장기 집권과 자국 안보를 위한 ‘특별군사작전’의 정당성을 더욱 공고히 할 것이다. 그는 5선 연임을 통해 자국민과 점령지의 지지가 확고함을 세계에 알리고 매우 유리한 입장에서 우크라이나와 협상 테이블에 앉을 것이다.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4일(현지시각)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에 위치한 크렘린궁에서 대사들로부터 신임장을 받은 뒤 연설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러시아는 중국과도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갈 것이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중국이 표면적으로 러시아와 거리를 두는 모습이지만 양국은 오랫동안 다자협력체 내에서 국제적 이슈에 대한 회원국의 의견을 주도하고 양국의 공동 이익과 목표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외교적 영향력을 확대해 왔다.

 

중국과 러시아는 유라시아 범위 내에서 상호 영향력 확대에 대한 견제와 갈등에도 불구하고 대외적으로 유례없는 전략적 협력관계를 유지함으로써 역외 공격에 공동 대응해왔다.

 

러시아와 중국은 에너지·경제·군사 협력, 탈달러화(De-dollarisation), 브릭스 중심의 새로운 경제권 형성, 대만 통일 지지와 한반도 정세 공동 대응에 이르기까지 상호보완적 협력관계가 상당히 공고하다. 중러 긴밀화의 이점은 여전히 그 한계성을 압도하면서 권위주의 국가 결집의 구심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진영 및 첨단기술 경쟁, 공급망 재편이 더해지면서 미중 경쟁의 셈법을 복잡하게 하고 기존 국제질서가 다극화로 이행하는 변화를 초래했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점은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가 북러의 밀착을 초래하면서 한반도의 안보 위협을 증가시켰다는 점이다.

 

한미일 군사 협력에 대응하여 강도 높은 도발을 하며 핵 고도화에 총력을 기울이는 북한이 러시아와의 관계를 돈독히 하고 있다. 지난해 9월 북러 정상회담 이후 양국 관계는 급속히 가까워졌다. 북한이 러시아에 무기를 공급, 러시아의 무기고를 채웠고 러시아는 북한이 절실히 원하는 군사 기술 협력을 확대하는 듯하다.

 

북한이 핵 개발을 할 수 있었던 것이 소련과 체결한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에 관한 협정’에 의한 핵 기술 이전에 기인한 것이라면 북러의 군사 기술 협력은 향후 한국의 안보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러시아는 최근 북한 단체 관광을 허용했고 대선 이후 푸틴 대통령의 방북도 예상된다. 모스크바와 평양은 더 가까워지고 있다.

 

북러 관계의 긴밀화는 한국의 안보에 위협이 될 수밖에 없다. 중·러의 반대로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에 대한 유엔안보리 차원의 추가 대북 제재가 어려워진 데 이어 러시아가 군사 기술 협력을 하게 된다면 핵 선제 사용을 시사한 북한을 견제하기 더 어려워진다.

 

최근 주북한 러시아 대사가 미국의 도발이 계속되어 북한이 더 위험해진다면 북한 지도부가 국가 방어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7차 핵실험을 결정할 수밖에 없으며 이는 미국과 그 동맹국들의 책임이라고 북한을 공개적으로 두둔했다.

 

국산 무기가 미국을 거쳐 우크라이나에 공급되고 북한산 무기가 러시아를 통해 우크라이나에 공급되는 상황이 벌어졌다. 미러의 대리전이라 불리는 우크라이나 전쟁에 남북의 무기가 대치된 상황이다.

 

한국이 우회적으로 무기를 수출하는 것에 대해 지난해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이 러시아가 북한에 군사 기술을 지원할 수 있다며 불편한 심기를 여과 없이 드러냈다.

 

한러 관계 약화는 북러 관계 개선, 한국의 안보 위협으로 이어진다. 한국은 비우호적인 전략환경에서도 중국·러시아와 양자 관계가 악화하지 않도록, 강대국의 부정적인 압력이 상승하지 않도록 관리해야 한다. 러시아의 부정적인 압력이 한반도에 투사되면 북한이 더 힘을 얻어 대담한 계획을 실행에 옮길 수 있다.

 

최근 안드레이 루덴코 러시아 아시아태평양 담당 외무부 차관의 방한과 같이 고위급 만남을 이어가고 외교 채널을 통해 한국 정부가 러시아와 소통하고 있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지만 관계 유지를 위한 노력이 더 필요한 것이 사실이다.

 

한미일 안보 협력이 한국 안보 강화를 위해 불가피하다면 직접적인 안보 위협이 될 수 있는 러시아와의 관계 유지도 역시 중요하다. 양국의 핵심이익을 상호 침해하지 않으면서 레드라인을 지키는 위기관리로 양자 관계를 유지해야 북한을 견제하고 한반도의 안보적 긴장을 완화할 수 있다.

 

푸틴 대통령이 대선 이후 5연임에 성공하면 자신과 러시아의 건재함을 나타내기 위해 더 크게 영향력을 과시할 가능성이 크다. 한국과 러시아 사이에 비우호적인 관계가 형성되면 북한을 견제하기 어려워진다. 한국은 한반도에 냉전적 구도가 고착화되지 않게 강대국과의 유연한 양자 관계를 유지해나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