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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광대 한중관계브리핑 (프레시안)

[2024.03.01] 400년 전 서유기에 열광하는 중국인들, 대체 왜?
[2024.03.01] 400년 전 서유기에 열광하는 중국인들, 대체 왜?
한중관계연구원2024-03-05
[원광대 ‘한중관계 브리핑’] 한국도 부패지수 D학점 ‘낙제’ 수준

 

 

<서유기>는 중국 고대의 판타지 소설이다. <서유기> 최초의 판본이 명대라는 것을 생각하면, 이미 400년이나 묵은 작품이다. <서유기>는 <삼국지연의>, <수호전>, <홍루몽>과 함께 중국의 대표적 4대 고전 중 하나로 꼽힌다. 그런데도 중국인들은 21세기인 오늘에도 <서유기>를 사랑한다.

 

2015년 텐샤오펑 감독의 <신서유기: 몽키킹의 부활>은 2024년 2월까지 9.5억 위안(한화 약 1755억 원) 이상의 흥행수익을 얻었다. 서유기의 캐릭터인 손오공을 연상시키는 나타를 주인공으로 하는 “나타지마동강세”는 2019년 개봉한 이후 2023년 12월까지 46.57억 위안(한화 약 8606억 원) 이상의 흥행수익을 얻었다.

 

서유기가 사랑받는 이유 중 하나는 물론 서유기에 등장하는 여러 인물들 때문이다. 손오공, 저팔계, 사오정, 그리고 삼장법사는 물론이고, 주로 악역을 맡는 다양한 서브 캐릭터가 등장한다. 힘이 센 손오공, 욕심이 많은 저팔계, 고집이 센 사오정, 그리고 이들을 통제할 수 있는 삼장법사는 불교의 가르침을 상징하는 캐릭터들이다. 그리고 이들의 모험은 욕구나 충동을 다스리고 깨달음을 얻는 과정이기도 하다.

 

창춘대학의 진하이펑(金海峰)교수는 중국인들이 <서유기>를 좋아하는 이유를 사대명저인 <삼국지연의>, <수호지>, <홍루몽>과 달리 해피엔딩이기 때문이라고 본다. 비극보다는 희극이 중국인의 정서에 잘 맞는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 2017년 한국에서 개봉한 <신서유기 : 몽키킹의 부활> 포스터. ⓒ예지림 엔터테인먼트

그도 그럴 것이 서유기는 정의가 언제나 승리하고, 선이 악을 이긴다는 권선징악 스토리이다. 손오공을 비롯한 서유기의 캐릭터들은 현실에는 존재할 것 같지 않은 기이한 외모를 가지고 있지만, 그들이 맞서 싸우는 악은 현실에 존재하는 부정의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이렇게 서유기의 스토리 속에는 현실과 비현실이 공존한다. 손오공과 친구들이 올바름을 상징하는 삼장법사의 가르침을 받아 악을 물리치고 정의를 실현할 때마다 그것을 보는 사람들은 현실에서 정의가 실현되는 간접적 쾌감을 느끼게 된다. 중국인들이 사회가 가장 부정의하다고 느끼는 이유에는 부패가 있다.

 

부패를 가장 큰 문제로 인식하는 중국인들

 

중국공산당 19대(2017-2022) 5년 동안 처벌한 중앙간부만 해도 산서성 정협위원회 당서기 리쟈, 상하이시 인민검찰원 감찰장 장본차이, 베이징시 정협 부주석 위루밍 등을 비롯해 92명에 이른다. 이에 시진핑 주석은 당 중앙의 부패를 엄중하게 처벌하게 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중국 중앙기율위원회가 발표한 통계에 의하면, 2023년 감찰대상인 일반 간부는 8.5만 명, 향 간부가 8.2만 명, 현 간부가 2.4만 명에 이르고, 농촌이나 기업 등 기타도 41.7만 명에 이른다. 이렇듯 중국정부가 공산당 및 정부에서 일하는 간부를 중심으로 부패척결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지만, 국제투명성기구가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2023년 부패지수(CPI)로 본 중국의 순위는 세계 180개국 중 76위이다.

 

개혁개방 이후 중국의 놀라운 경제성장의 이면에는 사회의 양극화 심화가 있다. 가난한 자와 부자, 도시와 농촌, 한족과 소수민족 사이에 점점 더 큰 격차가 생겨났다. 2021년 절대 빈곤이 사라진 사회의 실현을 선포했지만, 행복하기는커녕 중국인들은 상대적 빈곤감에 괴로워한다. 그런데 부를 이룬 원인이 부패에 의한 것이라면 화를 참을 수 없는 것이다. 이에 중국정부는 부패척결을 ‘정의전쟁’이라 부른다.

 

특히 당이나 정부의 고위직 간부의 부패는 공산당과 시스템을 공격하는 빌미가 될 수 있어 당이나 정부 입장에서는 엄중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 그것이 중앙기율검찰위원회(약칭 중앙기위)를 만든 이유이기도 하다.

 

중앙기위는 정부의 어떤 부서에도 소속되지 않으며, 오직 중공중앙위원회의 지도만을 받는다. 장·차관급 인사에 대한 반부패 수사를 위해 1995년 설립된 최고인민검찰원 ‘반탐오수뢰총국'(약칭 반탐국)을 2014년 개혁하여 새로운 체제로 발족시키고, 2018년 국가감찰위원회로 통합시켜 최고인민검찰원에서 독립시켰다.

 

이런 반탐국에 관련된 일화를 소재로 한 드라마 <인민의 이름으로>가 2017년 상영되었는데, 상당한 인기를 얻었다. 중국의 소셜 커뮤니티 더우반에서 9.2의 평점을 얻었다. 극중에서 인민검찰관이었다가 반탐국 처장을 하게 된 허량핑을 연기했던 배우 루이도 선풍적 인기를 얻었다.

 

이 드라마는 저우메이썬이라는 소설가의 작품인데, 뉴스에서 보도된 부패사건에 영감을 얻었다. 극중 대중에게 인기를 인기가 많은 한 고위 간부가 입버릇처럼 ‘인민의 이름’을 외치는 장면에는 현실 정치가에 대한 풍자가 담겨 있다. 그리고 허량핑이 고위직 부패범을 잡는 과정에서 목숨의 위협을 받는 장면은 현실에서 부패사건을 해결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를 보여준다.

 

드라마의 일화들은 실제 부패사건을 떠올리게 하지만, 아무리 권력이 대단한 자라도 부패를 저질렀다면 반드시 잡고 만다는 드라마의 메시지는 중국 시청자들에게 현실의 부패를 청산할 때의 느낌처럼 사이다 같은 통쾌함을 선사했고, 그 점이 인기의 비결이었을 것이다.

 

뿌리 깊은 부패문제, 어떻게 없앨 수 있을까?

 

개혁개방 이후 중국의 경제성장과 더불어 부패도 초고속 성장을 이뤘다. 그래서 어떤 이는 중국의 부패가 시장경제의 도입이 원인이라고 본다. 그러나 부패는 개혁개방 이전에도 존재했고, 그보다 더 먼 과거에도 나라를 멸망에 이르게 할 만큼 심각한 문제였다. 어떤 이는 중국의 인맥을 의미하는 ‘꽌시(關係)’문화가 문제라고도 하고, 다른 이는 인간성의 문제라고도 얘기한다.

 

샤먼대학 중문학과 교수로 중국 CCTV ‘백가강단’에서 ‘품삼국(品三國)’을 강의해 유명세를 얻은 이중텐(易中天)은 중국이 어떤 정치시스템을 채택하든지 부패문제는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한다.

 

그는 중국 역사상 청렴하고 유능한 관리로 유명한 포청천이나 해서가 다시 태어난다고 해도, 중국의 부패는 잡기 어려울 것이라고 과감하게 얘기한다. 그는 사람이 문제가 아니라 제도가 문제이며, 권력이 집중되지 않고 집행이 공개되는 것만이 부패를 바로잡는 길이라고 말한다.

 

국제투명성기구의 부패인식지수에 의하면, 2023년 아시아 국가 중 부패가 가장 적은 국가인 싱가포르에도 부패는 존재한다. 2023년 싱가포르 교통부 장관이 뇌물 수수 혐의로 체포되어 세간을 놀라게 했다.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세계 어디에나 부패가 존재한다. 그리고 부패는 언제나 권한과 이익의 교환 과정에서 발생한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사회적 평등과 공정을 침해하게 되고, 그것이 체제에 대한 불신을 낳을 수 있다.

 

이에 시진핑 주석은 21차 중앙기율위원회 3차 전회에서 반부패법규를 더 보완할 것이라고 밝혔다. 법망을 좀 더 촘촘하게 하여 “감히 부패하지 못하고, 부패할 수도 없고, 부패하고 싶지도 않게” 하겠다고 말이다. 이렇듯 강력한 정부의 반부패 의지의 표명은 역으로 중국인들이 얼마나 부패를 증오하는지를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2023년 세계부패지수 순위로 보면 한국은 중국보다 상위인 32위이지만, 세계부패인식지수로는 100점 만점에 63점에 불과하다. 학교성적으로 말하자면, 63점은 D학점에 해당한다. 즉 부패에 관해서 한국의 성적은 D인 셈이다. 게다가 2000년대 들어 공직부패범죄가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다는 점에서 왜 한국의 젊은이들이 공정, 공평을 외치는지를 짐작할 수 있다.

 

우리 정부도 부패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보여줘야 할 때가 아닌가 한다. <서유기>의 손오공이 여의봉으로 악당을 혼내준 것처럼 법과 제도로 부패범과 사기범을 혼내주고 모두가 바라는 깨끗하고 공정한 사회가 실현되기를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