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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광대 한중관계브리핑 (프레시안)

[2013.11.14] 김정은, 다음 달 비행기 타고 공식 중국 방문
[2013.11.14] 김정은, 다음 달 비행기 타고 공식 중국 방문
한중관계연구원2021-01-20

북한의 긍정적 변화 가져오는 신호탄 될까
김승재 YTN 기자, 원광대학교 한중관계연구원 초빙교수

 

 

“북한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다음 달 중국을 방문할 예정이다.”

 

이는 필자가 최근 복수의 중국 내 취재원으로부터 취재한 것이다. 취재원 가운데 한 명은 중국의 유력 인사이다. 구체적인 내용은 다음과 같다.

 

북한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는 12월에 중국을 공식 방문한다. 김정은 제1비서는 평양에서 비행기를 타고 베이징에 도착할 예정이다. 그리고 베이징 인민대회당 밖에서 의장대를 사열할 계획이다. 김정은 제1비서의 방중 일정과 관련해 북한과 중국은 베이징과 평양에서 각각 협의를 했다. 북한 김형준 외무성 부상을 단장으로 하는 대표단이 지난 10월 29일부터 11월 2일까지 베이징을 방문해 중국 측과 1차적인 논의를 했다. 이후 중국 측 6자회담 수석대표인 우다웨이(武大偉) 한반도사무특별대표가 지난 11월 4일부터 8일까지 평양을 방문했을 때 북·중 양측은 김정은 제1비서의 구체적인 방중 일정에 합의했다. 중국은 11월 9일 개막해 12일 폐막한 ‘중국 공산당 18기 중앙위원회 3차 전체 회의’ 즉 ‘3중 전회’에서 대외 관계를 논의하면서 김정은 제1비서의 방중 문제를 다뤘다.

 

▲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김정은 제1비서가 방중한다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에서 양측은 어떤 대화를 나눌 것인가? 북한의 6자회담 복귀와 중국식 모델의 경제 개선 선언 등이 포함될 것으로 필자의 취재원은 전망했다.

 

“김정은, 레드 카펫 밟으며 의장대 사열”

 

김정은 제1비서의 중국 방문이 성사된다면 어떤 의미가 있을까? 무엇보다 최고 지도자에 등극한 이후 김정은 제1비서의 첫 외국 방문이자 첫 정상회담이라는 점에서 전 세계의 관심을 끌 것이다.

 

이달 초 미국의 외교 전문 매체인 <포린폴리시>는 “김정은 제1비서가 전 세계에서 정상회담 경험이 없는 유일한 현직 정상의 기록을 지키고 있다”고 보도했다. 최근 차히야 엘벡도르지 몽골 대통령은 김정은 집권 2년 가까이 되는 시점에 외국 정상으로는 처음으로 북한을 방문했지만 끝내 정상회담은 성사되지 않았다. 김정은 제1비서는 세계의 이목을 사로잡을 수 있는 거물급 정상과 첫 회담을 하기를 원했던 것이다.

 

만일 필자가 취재한 방식대로 방중이 성사된다면 이는 고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방중과는 판이하게 다르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된다. (필자는 ytn의 베이징 특파원 기간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중국 방문을 4차례 경험했다. 이는 김정일 위원장의 생애 8차례 방중 가운데 절반에 해당하는 것이다.) 차이점의 핵심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방중과 달리 김정은 제1비서의 방중은 공식적이고 공개적인 방문이란 점이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8차례 중국 방문은 모두 비공식 방문으로 비밀리에 진행됐다. 그래서 그의 중국 방문이 있을 때마다 외신 기자들은 김 위원장과 한바탕 숨바꼭질을 벌여야 했다. 북한과 중국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방중이 마무리되는 시점에서야 비로소 방중 일정을 공개했다.

 

이동 교통 편에서도 차이가 뚜렷하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방중 일정은 중국 도착과 출발 모두 전용 열차로 진행됐지만, 김정은 제1비서는 평양과 베이징으로의 이동 수단으로 모두 비행기를 이용할 예정이다. 취재 기자 입장에서 보자면 과거 김정일 위원장 전용 열차의 동선을 추적해야 하는 고통(?)은 겪지 않아도 될 듯하다. 전 세계의 주목을 가장 많이 받을 부분은 김정은 제1비서의 의장대 사열 장면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구 상에서 가장 폐쇄적인 사회, 유례를 찾을 수 없는 3대 권력 세습 사회의 최고 지도자가 역사상 처음으로 외국에서 레드 카펫을 밟으며 의장대 사열을 하는 장면. 이는 비록 김정은 제1비서의 모든 방중 일정이 북한이 꾀한 고도의 홍보 전술의 일환이라 할지라도 북한의 변화를 명확하게 보여주는 상징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본 취재를 하면서 필자는 <연합뉴스>가 인용 보도한 지난 11월 7일 자 홍콩의 한 언론 보도를 주목했다. 친 중국 성향의 홍콩 신문 <대공보>는 인터넷 판에서 “만약 김정은이 연내 중국을 방문한다면 중국이 어떻게 맞을 것인가”라는 제목의 글을 실었다. <대공보>는 김정은 제1비서의 연내 중국 방문이 성사된다면 방문 형식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대공보>는 김정은 제1비서가 중국을 공식 방문하고 이에 따라 관영 매체들이 방중 시간과 세부 일정을 밝힌다면, 이는 김정일 위원장 시대와는 다른 방향으로 북·중 관계가 변화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만약 김정은 제1비서의 방중이 연내 이뤄지고, 정상적인 국제적 방문 순서에 따라 진행된다면 이는 북한과 중국의 관계가 김일성·김정일 시대에 세웠던 ‘당 대 당 관계’ ‘특수 관계’, ‘친척 관계’에 종지부를 찍는 것으로 <대공보>는 해석했다. 그래서 북-중 관계가 점차 정상적인 ‘국가 대 국가’ 관계로 변화·발전하는 것으로 전망했다.

 

최근 우다웨이 중국 측 6자회담 수석대표의 미국과 북한 방문, 우리 측 6자회담 수석대표인 조태용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의 중국 방문, 그리고 이달 하순 예정된 글린 데이비스 미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의 한-중-일 연쇄 방문 등이 있는 가운데 한국과 러시아 정상은 북한과 러시아의 경협 사업인 나진-하산 프로젝트에 우리 기업들의 우회 참여를 허용하기로 합의했다. 거쳐야 할 관문이 많긴 하지만 한반도엔 다시 대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이런 와중에 김정은 제1비서의 파격적인 첫 공식 방중이 성사된다면 이는 북한의 긍정적 변화를 향한 의미 있는 행보라고 판단할 수 있지 않을까?

 

출처: https://www.pressian.com/pages/articles/1097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