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광대 한중관계브리핑 (프레시안)
[2015.10.08] 박근혜, 오바마와 北에 손가락질만 할건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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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관계연구원2021-01-22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이메일 프린트 |
‘북핵 프레임’ 벗어나야
지난 여름, 비무장지대에서의 목함지뢰 폭발 사고로 남북관계는 일촉즉발의 위기 상황을 맞았었다. 남북 고위급 접촉에서 ‘8.25 합의’가 이뤄져 간신히 위기 상황이 수습됐다. 하지만 북한이 지난달 14일, 오는 10월 10일 노동당 창건 70주년을 맞아 ‘우주공간의 평화적 이용’을 명목으로 장거리 로켓 발사를 시사한 후 분위기는 급반전 됐다. 미국은 북한이 장거리 로켓을 발사할 경우 추가 제재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고, 이에 북한은 다시 핵실험 가능성까지 언급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주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북한의 로켓 발사 시도를 “추가 도발”이라고 비판하자 사태는 더욱 악화되는 모양새다. 북한은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대변인 담화를 통해 “북남관계 개선 분위기를 망쳐놓는 대결 망동”이라며 “이산가족 상봉도 살얼음장 같은 위태로운 상태”라고 경고했다. 목함지뢰 폭발 사고가 남북 간 대화 재개 및 이산가족 상봉으로 이어지는 ‘전화위복'(轉禍爲福)이 되는가 싶었는데, ‘장거리 로켓’과 ‘북핵’이 또 다시 발목을 잡는 형국이다.
북한이 장거리 로켓을 쏘려는 이유
여기서 잠깐 북한이 왜 장거리 로켓 발사를 하려고 하는지 그 배경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먼저, 조선노동당 창건 70주년이 되는 중요한 시점에 인민들에게 눈에 보이는 성과를 보여줄 필요가 있었을 것이다. 인공위성을 쏘아 올리기 위해서는 장거리 로켓 발사 기술이 필요한데, 이러한 기술을 갖고 있는 나라는 현재 미국, 러시아, 영국, 프랑스, 일본, 중국, 인도, 이스라엘, 이란, 북한, 한국 등 11개 국가뿐이다. 인공위성 발사를 성공시킴으로써 ‘공화국'(북한) 및 김정은 정권에 대한 자긍심을 불러일으키려는 목적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음으로, 북한이 공개적으로 밝힌 경제건설과 국방건설이라는 ‘병진 노선’을 추진하기 위해서 우주공간 이용은 필수적이라고 판단했을 것이다. 특히 경제건설과 관련하여 인공위성은 투자비용의 8배에 달하는 경제적 파급효과를 가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예를 들어, 요즘 북한에서도 널리 사용되고 있는 스마트폰 분야나 기상예보, 자원탐사 등 다양한 분야에 널리 사용할 수 있다. 따라서 북한으로서는 경제건설이라는 국가적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인공위성 발사 성공에 목말라 하고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정치·군사적 필요성이다. 장거리 로켓 발사체의 머리 부분에 무엇을 넣느냐에 따라 인공위성 발사가 될 수도 있고, 핵무기를 장착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 될 수도 있다. 이 때문에 미국은 북한이 아무리 인공위성 발사라고 주장하더라도, 이것이 결국 미국 대륙을 공격할 수 있는 ICBM 기술로 전용될 수 있기에 적극적으로 반대하고 있는 것이다.
이를 고려해 보면, 북한이 9월 15일이라는 시점에 장거리 로켓 발사를 시사한 것은 9월 25일 워싱턴에서 열린 미-중 정상회담을 의식한 측면이 강하다. 한반도의 긴장 조성을 통해 미국의 관심을 끌어들이고, 중국에도 미국과 만나 적극적으로 북-미관계 개선을 논의하라는 의미였을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미-중 정상회담에서는 북핵 문제 및 한반도 안정 문제가 주요 이슈로 논의되기도 했다.
이처럼, 북핵 문제나 장거리 로켓 발사 문제의 본질은 적대적인 북-미관계에 있다. 체제 보장을 무엇보다 중시하는 북한 정권에게 있어 최대의 위협은 미국이다. 따라서 북한은 미국으로부터 자신들의 체제를 지켜내기 위해, 다시 말해 미국과 맺고 있는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바꾸기 위한 방안으로 핵 카드를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 북한 리수용 외무상이 지난 1일(현지시각) 유엔총회 연설에서 평화협정 체결을 주장했다. ⓒAP=연합뉴스
북한은 미국이 평화협정을 맺고 확실히 체제보장을 약속해 준다면 과감히 핵을 포기하겠다고 공공연히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미국은 북한의 핵 개발을 절대 용인하지 않고 있고, 북한이 먼저 핵을 포기해야 대화가 가능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어 이것이 북-미 관계 개선을 가로막는 최대의 장해물이 되고 있다.
한국과 중국의 대북정책, 이것이 다르다
그런데 문제는 ‘8.25합의’가 북핵 이슈로 인해 또다시 기로에 서 있는 것과 같이, 남북관계가 항상 ‘북핵 프레임’에 좌지우지되고 있다는 것이다. 즉, 남북관계가 북-미 관계에 휘둘리는 구조가 고착화되어 있다는 것이다. 이 점에서 중국의 대북정책은 우리 정부의 대북정책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중국과 한국은 모두 북한의 핵 개발에 대해 반대하고 있다. 우리 정부는 말할 필요도 없고, 중국도 이번 미-중 정상회담에서 “한반도에 긴장을 조성하거나 유엔 안보리 결의에 위배되는 어떤 행동도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 및 핵실험을 염두에 둔 발언임이 분명하다. 지난 3차 핵실험 때에는 중국과 한국 모두 대북 제재를 골자로 한 유엔안보리 대북결의안에 찬성했고, 중국은 실제 대북제재에도 동참했다. 이러한 영향을 받아 북-중 관계가 소원해 졌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근거 있는 이야기다.
그런데 중국의 대북정책과 한국의 대북정책에는 중요한 차이점이 있다. 바로 대북정책이 ‘북핵 프레임’에 완전히 갇혀 있느냐 그렇지 않느냐의 여부다. 중국의 대북정책에 있어 북핵은 중요한 고려사항임에는 틀림없지만, 모든 것을 좌우하는 결정적 사항은 아니다. 유엔안보리 제재에 위배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중국은 북한과 적극적인 경제 교역을 실시하고 있다.
북한의 상점에 널려있는 중국 상품들이 이를 대변해 주지 않는가? 이번 10월 10일 북한 노동당 창건 70주년 행사에 류윈산(劉雲山) 상무위원을 파견하는 것에서도 볼 수 있듯, 과거에 비해 약화된 측면은 있지만 양국 사이의 대화 채널은 여전히 작동하고 있다.
반면, 우리 정부의 대북정책은 ‘북핵 프레임’에 완전히 갇혀 있다. 남북 사이에 대화 모드, 협력 분위기가 조성되다가도 핵실험이나 로켓 발사가 이슈로 떠오르면 순식간에 모든 남북관계가 이 블랙홀에 빨려 들어가고 만다.
중국 열병식 참석에서 보여준 가능성
중국의 대북정책과 한국의 대북정책이 이렇게 다르게 나타나는 가장 핵심적인 원인은 대외정책이 얼마나 미국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느냐에 있다. 중국 역시 전략적 판단에 따라 미국과 가능한 대립은 회피하고 협력을 모색하려고 하지만, 자국의 이익을 중심으로 독자적인 대외정책을 펼치고 있다. 대북정책도 그 가운데 하나다.
하지만 우리 정부는 대북정책에 있어 미국과 거의 일심동체에 가깝다. 자율적인 대북정책을 펼치지 못한다. 물론 우리가 처해 있는 여러 가지 특수한 상황을 고려했을 때 어려움이 많겠지만, 미국이 설정한 ‘북핵 프레임’에서 벗어나 독자적인 대북정책을 펼칠 필요가 있고, 이것이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지난달 박근혜 대통령의 중국 열병식 참석은 그 가능성을 보여준 사례라는데 의의가 있다. 우리 정부는 미국의 견제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국익을 중심으로 미국을 달래가며 결국 열병식에 참석했다. 이런 노력을 대북정책에도 쏟아야 한다.
다음 주면 박근혜 대통령과 오바마 대통령이 정상회담을 가진다. 미국과 손 꼭 잡고 북한에 손가락질하기 보다는 남북 이산가족 상봉 계속 추진할 테니 지지해달라고 미국을 설득하는 모습을 보여주길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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