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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1.09] 중국에는 안철수가 없다?
[2015.11.09] 중국에는 안철수가 없다?
한중관계연구원2021-01-22

지도자 선출 과정 – 경험과 검증 ‘장점’, 폐쇄적 ‘단점’

 

내년에 국회의원을 뽑는 총선을 앞두고, 벌써부터 국내 정치권에서는 공천을 둘러싼 잡음과 신경전이 펼쳐지고 있다. 어떻게 해서든 국회의원이 되고 싶은 사람들이 많기 때문일 것이다. 일단 국회의원만 되면 많은 특권이 주어지고, 사회적인 위상도 급상승되기에 어쩌면 당연한 현상일지도 모른다. 국회의원이 이러할진대, 하물며 한 국가의 대통령이 되고 싶은 사람들은 얼마나 많을지 어렵지 않게 상상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해서 지난 2013년에 치러진 대통령 선거(대선)에서는 한 가지 재미있는 일이 있었다. 야권 후보 단일화를 둘러싸고 다년간 정치를 해 왔던 문재인 후보와 정치 신인이지만 강력한 인기를 얻고 있었던 안철수 후보가 박빙 승부를 겨뤘기 때문이다. 특히, 의사 출신에 컴퓨터 바이러스 백신 업체 대표를 거쳐 정치에 막 입문한 사람이 정치 거물과 박빙 승부를 펼쳤던 것은 많은 사람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었다.

 

그렇다면, 중국에서도 안철수와 같은 정치인이 탄생할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니오’다. 아마 2013년 한국의 대선을 보던 중국 사람들은 안철수 후보의 등장을 신기해했을지도 모른다. 중국에서는 불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이는 중국이 갖고 있는 독특한 정치 시스템 때문이다. 중국에서는 중앙 정계에서 영향력 있는 정치인으로 활약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중국공산당의 당원이어야 한다. 현재 중국의 인구는 13억 명 정도인데, 그 중 중국공산당 당적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8,600만 명 정도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반도의 남과 북 인구를 합친 정도의 숫자다. 그런데 공산당원은 아무나 되는 것이 아니다. 대학생의 경우 기본적으로 성적이 우수해야 하고, 일반인도 정치 성향 등 각종 심사를 거쳐야 당원이 될 수 있다. 따라서 중국에서 정치를 하기 위해서는 우선 당원이 되는 심사에 통과해야 하는데 단순히 수치로 표현하자면 전체 중국 국민 중에서 7%안에 들어야 한다는 말이 된다.

 

일단 당원이 되는데 성공하면, 그 다음에는 전국에 있는 수많은 중국공산당 당원을 대표하는 당대표가 되어야 한다. 현재 중국공산당에는 2,000여 명의 당대표가 있는데, 이들은 5년에 1차례 베이징에 모여 전국대표대회(당대회)를 개최한다. 그리고 여기서 중국공산당의 주요인선 및 노선을 결정한다. 이러한 당대표가 되기 위해서는 산술적으로 단순히 계산하면, 43,000:1의 경쟁률을 뚫어야 한다.

 

이것으로 끝이 아니다. 이렇게 당대표가 되더라도 다음 단계인 당 중앙위원회 위원의 관문이 또 기다리고 있다. 현재 중앙위원회 위원 및 후보위원은 약 370여 명 정도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은 매년 한 차례 모여 당과 국가의 중요 사안에 대해 의논하고 결정하는데, 이 회의를 중앙위원회 전체회의라고 한다. 지난 10월 26일부터 중국에서는 18기 중국공산당 중앙위원회 제5차 전체회의(5중전회)가 개최되어 세계의 이목이 집중됐는데, 이 회의가 바로 앞서 말한 중앙위원회 전체회의에 해당한다. 이 또한 단순히 산술적으로 계산하면, 당대표들 사이에서 5.4:1의 경쟁률을 뚫어야만 중앙위원회 위원 및 후보위원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중앙위원회 위원이 되었더라도 아직 갈 길이 멀다. 더 어려운 관문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370여 명의 중앙위원회 위원 및 후보위원 중에서 25명으로 구성되는 당중앙 정치국 위원에 들어가야 한다. 여기에 들어가게 되면 중국 정계에서 거물 중의 거물이 됐다고 얘기해도 과언은 아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들 25명 중에서 7명의 정치국 상무위원을 뽑고 그 중 최고 서열이 바로 중국 공산당을 대표하는 당 총서기와 중국 국가를 대표하는 국가주석이 된다. 지금의 시진핑 주석이 바로 이러한 과정을 거쳐 중국의 최고 지도자가 됐다. 중국 언론에 의하면, 시진핑 주석이 정치에 입문하여 현재의 국가 주석에 임명되기까지 40년이 넘는 시간이 걸렸고, 그가 최고 지위에 오르기까지 통치한 지역의 전체 인구가 1억 5천만 명이 넘는다고 한다. 이러니 중국의 최고 지도자가 중국 내에서 얼마나 대단한 인물로 여겨지는지 충분히 상상할 수 있다.  그리고 중국에서는 안철수와 같은 인물이 절대 나타날 수 없다는 것을 말해주기도 한다.

 

이러한 중국의 지도자 선출 과정은 장단점이 있다. 바닥부터 갖가지 경험을 두루 거쳐 검증 과정을 거쳐야만 최고지도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은 큰 장점이라고 할 수 있지만, 지도자가 될 수 있는 길이 너무 폐쇄적이라는 점에서는 단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허재철 교수(한중관계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