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갑다 아시아 (원대신문)
[2015.12.05] 세계 화폐 신뢰도 악영향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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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관계연구원2021-01-22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이메일 프린트 |
위조화폐, 기념으로 소지하다 큰 코 다쳐
중국에서 물건을 사고 현금을 지불하면 돈을 받은 주인은 손으로 화폐 여기저기를 만져본다. 그것도 모자라 햇빛이나 형광 불빛에 요리조리 비춰본다. 이러한 현상은 전통 재래시장이나 백화점을 막론하고 중국 어디서나 쉽게 볼 수 있다. 바로 위조지폐를 감별하기 위한 것이다. 최근에는 구멍가게조차도 위폐 감식기를 마련해 놓을 정도로 중국에서 위폐의 유통은 심각한 상태다.
중국의 화폐는 중국어로 런민비(人民幣, RMB)라고 한다. 중국의 법정통화로 우리나라 한국은행에 해당하는 중앙은행인 중국인민은행에서 발행한다. 런민비는 한자의 독음을 따 한국에서는 인민폐라고도 부른다. 인민폐의 단위는 위안(元)이다. 우리나라의 화폐단위가 ‘원’이기 때문에 ‘원화’라고 부르는 것과 같이 인민폐도 위안화라고 부르기도 한다. 결국 인민폐, 런민비, 그리고 위안화 모두 중국의 화폐를 일컫는 용어이다.
중국인들은 위안화의 위폐 가능성에 대해 생활 속에서 항상 경계 태세를 늦추지 않고 있다. 따라서 위폐 위안화로 인한 피해는 주로 중국 현지에 거주하는 외국인 또는 관광객에게 전가되고 있다. 심지어는 ATM에서 돈을 인출할 때조차도 위조지폐가 포함되는 황당한 경우가 있다. 이는 기술의 발달로 은행 ATM에서조차 위폐와 진폐를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로 위폐가 정밀하게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또한 중국의 위조지폐 감별 기술이 그만큼 낙후되었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따라서 중국 현지에서는 입출금이 가능하여 위폐가 들어 있을 가능성이 있는 ATM보다 출금만 가능한 CD를 이용하는 것이 그나마 현금인출기에서 위폐를 만날 가능성을 낮출 수 있다.
위조지폐는 내 손에 들어오지 않도록 미리 예방하는 것이 최선이지만, 어쩌다 나도 모르게 화폐를 교환하는 도중에, 또는 은행 ATM기를 통해 인출된 현금 속에 포함되어 내 지갑 속으로 들어오는 경우가 있다. 이런 경우, 경찰이나 은행에 하소연을 해도 법적으로 보상을 받을 길이 없다. 그에 대한 손해는 오롯이 위폐를 가진 사람이 부담해야 한다.
중국은 2013년 ATM기에서 현금을 인출할 때 포함된 위폐에 대한 보상방안을 마련하였다. 이전에는 ATM기에 위조지폐가 포함되어 있어도 위폐가 ATM기에서 인출되었다는 것을 증명할 방법이 없었다. ATM기 근처에 감시 카메라가 있어도 이를 명확히 구분할 정도로 카메라의 성능이 정밀하지 못하여 이를 증명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하지만 몇몇 은행의 ATM기에 현금 인출 시 영수증에 인출 화폐의 일련번호가 찍히도록 하면서 이를 증명하기가 보다 쉬워졌다. 현재는 베이징, 상하이, 난징, 광저우 등 중국 대도시를 중심으로 실시하고 있다. 베이징의 경우 건설은행, 농업은행, 짜오샹은행 등에서 이러한 서비스가 제한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화폐의 위조는 국민경제의 근간을 훼손하는 행위로 대부분의 국가에서 범죄로써 매우 엄격하게 처벌하고 있다. 그렇다면 중국은 위조지폐에 대한 처벌이 미미해서 이렇게 위조지폐가 판을 치는 것인가? 그렇지는 않다. 중국 형법은 화폐위조를 금융관리질서파괴죄로 분류하고 이를 엄격히 다루고 있다. 중국 형법 제170조는 위조화폐에 대해 3년 이상 10년 이하의 유기징역과 5만 위엔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화폐 위조 금액이 매우 큰 경우 등 죄질이 나쁜 경우 10년 이상의 유기징역, 무기징역 또는 사형을 선고할 수 있고, 50만 위안 이하의 벌금 또는 재산몰수를 명령할 수 있다. 하지만 2011년 형법 개정안을 통해 화폐 위조죄는 사형선고 대상 죄목에서는 제외되었다.
한편, 중국에서 생활하는 유학생이나 교민들 중에 위조 위안화를 취득한 후 이를 기념품으로 소장하는 경우가 있다. 또는 위폐로 인한 손실이 아까워 기회를 봐서 위폐 감식이 허술한 곳에서 사용할 목적으로 이를 보관하는 경우도 있다. 중국 형법은 위조지폐인지 알면서도 이를 신고하지 않고 보관 또는 사용한 경우에 대해서도 형사적 책임을 추궁한다. 기념으로 간직하려다 철창신세에 벌금까지 내야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는 것이다. 때문에 위조 위안화를 취득하게 되면 우리나라 경찰 격인 공안(公安)에 신고해야 한다.
위조화폐의 유통을 막기 위해 중국정부도 단속을 강화하고 있지만, 그 양이 워낙 많고, 위조지폐가 나날이 정밀해지고 있어 감별해내는 것조차 쉽지 않아 단속의 효과를 보고 있지 못하는 듯하다. 이와 더불어 화폐를 험하게 쓰는 중국인들의 습관이 육안으로 화폐의 진위를 구분하기 더욱 어렵게 한다.
최근 중국 인민은행은 11월 위안화의 위조 방지를 위한 여러 가지 기능이 내재된 100위안 신권 지폐를 발행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신권 지폐 발행에 대한 공시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여기저기서 신권을 오히려 위조지폐로 인식하는 해프닝이 발생하는 등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과연 여러 가지 기능이 내재된 신권 지폐가 화폐 위조 유통을 줄일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며칠 전 국제통화기금(IMF)이 중국 위안화를 달러, 유로에 이어 세계 3대 주요 화폐로 인정한 바 있다. 위안화는 형식적으로는 세계 주요 화폐가 되었지만, 위조지폐가 판을 치는 상황에서 화폐에 대한 국제적 신뢰도를 끌어올리는 것은 중국의 또 다른 큰 과제로 남아 있다.
윤성혜(한중관계연구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