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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3.05] 중국의 동음이의어
[2016.03.05] 중국의 동음이의어
한중관계연구원2021-01-22

동음이의어 중국인의 해학 느낄 수 있어

 

 

한자에는 중국인들의 정서, 사상, 역사 등이 녹아들어 있다. 한자는 글자마다 뜻을 가진 표의문자(表意文字)이다 보니, 같은 음에 다른 의미를 가진 글자, 즉 동음이의어(同音異義語)가 무척 많다. 한자의 동음이의어를 활용한 언어유희(중국어로 諧音, xieyin, 세인)는 중국인의 생활 습관, 전통 문화와도 연관이 깊어 그들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먼저 중국에서는 연인 사이에 절대로 해서는 안 되는 행위가 있다. 그것은 바로 ‘배 나눠먹기’이다. 배는 중국어로 ‘梨(배나무 리, li, 리)’이고, ‘나누다’는 ‘分(나눌 분, fen, 펀)’이다. 우리와는 반대로 서술어가 목적어의 앞에 오는 중국 문법에 따르면 ‘배를 나누다’라는 말은 ‘分梨(fenli, 펀리)’가 된다. 이 발음은 다른 중국 단어인 ‘分離(나눌분, 떼놓을 리, fenli, 펀리)’와 완전히 똑같지만, 그 뜻은 절망적이다. 바로 ‘헤어짐’을 나타내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정 때문에 중국에서는 연인끼리 배를 칼로 자르지 않고, 그냥 껍질을 벗겨서 같이 먹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다.

 

중국 친구에게 선물을 줄 때 조심해야 하는 것이 있다. 그것은 바로 ‘시계’. 시계의 중국 발음은 ‘鐘(종 종, zhong, 종)’이다. ‘시계를 주다’라는 말은 중국어로 ‘送鐘(songzhong, 송종)’인데, 시계와 같은 발음의 한자 중에 불길한 의미를 포함한 것이 있다. 그것은 바로 ‘終(끝날 종, zhong, 종)’. 중국에서 ‘送終(songzhong, 송종)’이라는 말은 임종을 지켜보거나 상을 치루는 것을 뜻한다. 중국 친구의 생일날, 시계를 선물하는 것은 태어난 날을 초상날로 바꿀 수 있으니 꼭 조심하도록.

 

설날 중국에서는 대문에 종종 ‘福(복 복, fu, 푸)’자를 거꾸로 써서 달아놓은 것을 볼 수 있다. ‘뒤집다’라는 말은 중국어로 ‘倒(넘어질 도, dao, 다오)’라고 한다. 뒤집어진 복은 ‘倒福(daofu, 다오푸)’라고 말하는데, ‘뒤집어지다’와 같은 발음의 한자로 ‘도착하다’라는 의미의 ‘到(이를 도, dao, 다오)’가 있다. 즉, ‘복이 뒤집어지다(倒福)’는 곧 ‘복이 도착하다(到福)’라는 의미가 되기 때문에 ‘福’자를 거꾸로 붙이는 것이다.

 

이렇게 한자에 동음이의어가 많다 보니 중국인들은 특이하게 통성명을 한다. 이름 한 글자를 설명할 때 자주 쓰는 단어를 말하며 그 중 하나라고 설명하거나, 간단한 글자 2, 3개가 합해진 글자라고 말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필자의 이름인 ‘林常薰’에서 ‘林(수풀 림, lin, 린)’을 설명할 때는, 보통 ‘雙木林(shuang mu lin)’, 즉 ‘나무 목(木)이 두 개인 임(林)’이라고 말한다. ‘常(항상 상, chang, 창)’과 ‘薰(향풀 훈, xun, 쉰)’은 각각 자주 쓰는 단어와 연계해서 설명한다. 예를 들어 ‘經常的常(jing chang de chang, ‘항상’할 때 상)’, ‘薰衣草的薰(xun yi cao de xun, ‘훈의초(라벤다)’의 훈)’ 이런 식으로 말이다.

 

자주 쓰는 단어를 통한 이름 설명 시 반드시 조심해야 할 것은 단어의 ‘엄선’이다. 예전에 장난기가 많은 중국 친구가 이제 막 중국에 온 한국 친구를 골탕 먹였던 일화가 있다. 그 한국인의 성은 ‘柳(버들 류, liu, 류)’씨였다. 중국어가 서툰 이 한국인은 중국 친구에게 자신의 이름 소개법을 가르쳐 달라고 하였다. 여기서 장난기가 발동한 중국 친구는 그에게 ‘花柳病的柳(hua liu bing de liu)’라고 말하면 누구라도 네 성이 ‘柳’씨인 걸 다 알 것이라고 하였다. 결국 그 한국 친구는 만나는 중국인들에게 자신을 소개할 때마다 중국 친구가 알려준 대로 얘기했는데, ‘花柳病(hua liu bing, 화류빙)’은 성병을 의미하는 ‘화류병’이었다.

 

동음이의어가 많은 한자는 또 역사적으로 피바람을 몰고 오기도 하였다. 그것은 바로 ‘문자옥(文字獄)’. 문자옥이란 문서에 적힌 한자를 보고 황제에 대한 비판이라고 견강부회(牽强附會)하여 지식인을 탄압했던 행위인데, 가장 유명한 사람으로는 명 태조 홍무제 주원장(1328-1398)을 들 수 있다. 잘 알다시피 주원장은 원나라 말기 탁발승에서 홍건적을 거쳐 황제의 보위(寶位)에 오른 이다. 하지만 황제가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스님’과 ‘도적’은 지울 수 없는 과거로 그의 가장 큰 콤플렉스였다. 당시 ‘光(빛 광)’과 ‘則(곧 즉)’은 대표적으로 금기시되는 단어였다. 왜냐하면 ‘光’은 ‘대머리’ 즉, ‘승려’를 비유하고, ‘則’은 ‘賊(도둑 적)’과 모양과 발음이 비슷했기 때문이다. 주원장은 또 조선에서 자신에게 올린 표(表)에 불경한 내용이 있다며 책임자인 정도전(鄭道傳, 1342-1398)을 끌고 오라 하기도 했다. 아쉽게도 문제가 되는 표는 현재 찾아볼 수가 없기에 대체 무슨 내용이 주원장을 화나게 했는지는 알 수가 없다.

 

동음이의어가 많은 한자는 이렇게 다양한 내용들을 품고 있으며, 여기에서 그들의 해학과 문화를 느낄 수 있다. 한자에 관심을 갖고 공부를 하다보면 중국인과 중국어, 그리고 그들의 문화에 더 쉽게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임상훈 교수(한중관계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