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원광대 한중관계브리핑 (프레시안)

[2017.02.17] ‘짝퉁’ 판치는 중국, 그 뒤에 상표브로커 있다
[2017.02.17] ‘짝퉁’ 판치는 중국, 그 뒤에 상표브로커 있다
한중관계연구원2021-01-25

중국정부의 미래, ‘지식재산권’ 전략의 모순
윤성혜 원광대 한중관계연구원 연구교수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 결정 이후 한국 드라마의 중국 진출이 전면 중단됐다. 얼마 전 인기리에 방영되었던 <도깨비>도 표면적으로는 중국의 금한령(禁韩令)을 넘지 못했다.

 

하지만 중국 시청자들에겐 금한령은 없었다. 이전과 비교해 조금 늦춰지긴 했지만, 한국에서 도깨비가 방영되고 하루 정도 후에 완벽한 중국 자막과 함께 도깨비의 인터넷 스트리밍 서비스가 진행됐다.

 

사드로 인해 한국 프로그램의 정식 수입과 방영이 불가능해지자 불법 다운로드, 불법 스트리밍 서비스가 더 활개를 치고 있다. 문제는 이런 불법적 행위가 공공연하게 만연되어 있는데도 불구하고 정부는 단속조차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중국은 ‘짝퉁’의 천국이라는 오명을 벗고 지식재산권 강국을 만들겠다고 공언했다. 지난 2011년 ‘국가지식재산권전략강요(国家的财产权战略纲要)’를 발표하고 이를 근거를 지식재산권 강화를 위한 각종 법률을 제·개정했다.

 

통계상으로 보면 지난 5년 간 가히 지식재산권 강국에 걸맞은 결과를 냈다. 지식재산권의 대표적 형태인 상표권을 예를 들어보면, 2015년 국제상표권 출원 건수 1위를 달성했다. 2016년 10말 기준으로 중국 출원인에 의한 마드리드 시스템 국제출원은 총 2만 1622건을 기록했다. 하지만 이러한 중국의 성과는 내면을 들여다보면 한국 기업 피해의 산물도 적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상표브로커 판치는 중국

 

산업통상자원부 무역위원회와 특허청의 통계에 따르면, 전체 한국 지식재산권 침해의 24%를 중국이 차지하고 있다. 그 중 42.5%가 상표권에 대한 침해로 나타났다. 중국의 한국 상표권 침해는 중국에 진출한 유명 프랜차이즈 기업에 의해 이미 아는 사람은 다 아는 사실이다.

 

한국의 유명 프랜차이즈 상표와 로고에 익숙하지 않은 중국 사람들은, 중국 기업이 만든 유사상표를 한국의 것으로 인지하고 이를 이용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보통 현지화 전략에 따라서 한국 상표가 낯선 중국어로 변형되어 들어오기 때문에 한국 사람조차도 그것이 도용된 짝퉁 상표인지 아닌지를 구분하지 못한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한국에서 자리 잡은 유명상표로 중국에 진출하고자 할 때, 이미 그 상표가 중국에 등록되어 있어 상표등록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때문에 상표를 뺏으려는 자와 찾으려는 자 사이의 분쟁이 끊이질 않는다. 한두 건도 아니고 중국에 진출하는 우리 기업들마다 상표 문제로 분쟁에 휘말리거나 골머리를 앓는 데에는 중국의 이른바 ‘상표브로커’의 역할이 매우 지대하다.

 

중국은 상표권등록에 있어 ‘선출원주의'(먼저 출원한 자에게 상표권을 부여), ‘속지주의’를 따른다. 상표브로커들은 선출원주의를 악용하여 중국에 진출할 것 같은 기업들을 사전 조사해서 중국에서 다량의 상표를 등록해 버린다.

 

예를 들어 한국 기업을 대상으로 상표브로커 역할을 하고 있는 중국인 김 모 씨는 이미 신원이 밝혀진 상태로, 여러 차례 한국기업과의 법적 다툼도 있었지만 단 한 차례도 법적 처벌을 받은 적이 없다.

 

하지만 중국이 김 씨와 같은 악의적 상표출원을 막으려는 의지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중국 ‘상표법(商标法)’에 이에 대한 등록을 취소할 수 있는 관련 근거 법률을 마련해 놓고 있다.

 

다만 “악의적 출원”을 증명하기가 사실상 어렵다는 것이 문제다. 이를 증명하기 위해서는 상표브로커가 상표출원 전에 한국의 피해업체와 서로 업무적 관계가 있었다는 것을 증명해야한다. 또는 상표브로커가 피해기업의 상표를 사전에 인지하고 상표를 출현했다는 것을 피해기업이 증명해야하는데 이는 거의 불가능하다.

 

중국 상표브로커 표적, 한국기업

 

중국에서 상표권 분쟁은 비단 한국 기업들의 문제만은 아니다. 얼마 전 몇 년간의 소송 끝에 승소판정을 받은 BMW나 마이클 조던 등 외국의 유명상표들도 예외가 아니다. 하지만 유독 한국 기업, 특히 중소기업의 피해사례가 집중적으로 나타나는 것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한국 기업의 중국 내 상표출원이 매우 저조하다는 것이다. 수출액 1달러당 중국 내 상표 출원 건수를 보면, 미국은 20.2건, 일본은 10.2건인데 반해 한국은 4.4건에 불과하다. 신속한 상표출원이 중요함에도 불구하고 상표출원 신청이 저조하다보니 상표브로커의 표적이 되고 있는 것이다.

 

다음으로 중국시장 진출에 대한 준비 부족이 이러한 피해를 낳고 있다. 한국 중소기업이 중국 시장 진출을 꿈꾸고 ‘수출 박람회’에 참석해 중국 시장의 반응을 살피고는 한다. 상표등록 등 사전 준비 없이 박람회에 참석했다가 상표브로커에게 상표를 뺏기게 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마드리드 시스템을 이용한 국제출원이 활성화 되고 있지 않다. 상표를 등록하는 방법은 해당 국가에 직접 상표출원 신청을 하거나 마드리드 시스템을 통해 국제출원을 하여 해당 국가를 지정하는 것이 있다.

 

마드리드 시스템은 상표등록 시 여러 국가를 한꺼번에 지정할 수 있다. 따라서 한 번의 등록으로 모든 지정 국가로부터 상표권의 보호를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이다. 많은 전문가들이 상표권 침해를 예방하기 위하여 이 마드리드 시스템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를 활용한 국내 기업들의 국제출원 성적은 매우 저조한 편이다.

 

중국 상표브로커들은 이러한 맹점을 십분 활용하여 한국기업의 상표를 선점하고 이를 되파는 식으로 이익을 창출하고 있다. 중국의 국제 상표 출원은 물론이고 한국에 직접 상표를 출원하는 경우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시점에서 보다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해 보인다.

 

한국 기업의 상표권 보호, 정부 차원의 대응 필요 

 

중국은 국가 차원에서 소위 글로벌 기업을 만들 목적으로 상표전략을 이용하고 있다. 중국기업의 해외 상표등록을 독려하기 위해 보조금 정책도 실시하고 있다. 해외 상표출원 증서를 받고 1년 내에 국가에 보조금을 신청하면 신청 국가나 지역에 따라 정해진 보조금이 지급된다.

 

또 마드리드 시스템을 활용하여 상표를 출원한 경우 지정한 국가의 수량대로 보조금이 지급된다. 이에 힘입어 중국의 해외 상표출원 건수는 파죽지세로 매년 1위를 차지하고 있다.

 

한국기업도 상표권 보호를 위해 보다 적극적으로 움직일 필요가 있다. 적어도 내 것을 남에게 빼앗기는 일은 없어야 한다. 한국기업은 비용도 절약할 수 있고 국제적으로 상표를 보호받을 수 있는 마드리드 시스템을 활용하도록 권고받고 있다. 하지만 인터넷을 통해 국제 상표를 등록하는 것이 클릭 한 번으로 되는 간단한 문제는 아니다.

 

중국 정부가 보조금을 지급하면서까지 기업을 독려하는 것에는 이유가 있다. 한국기업에게 마드리드 시스템을 활용하라고만 할 것이 아니라 기업들이 활용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도 중요하다. 단순 영어회화 수준의 영어 실력으로는 마드리드 시스템이 요구하는 사항들을 기입하는 것조차 쉽지 않다. 또한 마드리드 시스템 상에서는 국내 상표출원이 거부되면 다른 지정 국가의 상표출원도 모두 거부되는 효과가 있다. 때문에 인력과 자본이 부족한 한국 중소기업이 이런 비용과 위험을 부담하면서까지 국제 상표출원을 할 여력이 미쳐 없는 것이다.

 

지식재산권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시되는 지금, 한국 기업의 지식재산권 보호를 위해 정부의 보다 조직적이고 적극적 지원이 필요한 이유다.

 

출처: https://www.pressian.com/pages/articles/15096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