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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광대 한중관계브리핑 (프레시안)

[2017.06.09] 한중관계 위기? 관계 재설정하는 기회!
[2017.06.09] 한중관계 위기? 관계 재설정하는 기회!
한중관계연구원2021-01-25

문재인 정부, 중국을 제대로 아는 것부터 시작해야
김준영 원광대 한중관계연구원 연구교수

 

 

2015년 9월 3일, 항일전쟁 승리 70주년 기념행사와 열병식에서 박근혜 당시 대통령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나란히 톈안먼(天安門) 사열대에 올라 1992년 한중수교 이래 한중관계가 최상의 상태에 있음을 보여주었다. 이러한 모습은 중국이 전통적 혈맹인 북한을 버리고 대한민국을 진정한 동반자로 받아들임으로써 미국을 뛰어넘는 우방으로 자리매김 할 수 있다는 기대를 갖게 했다.

 

이어지는 양국의 밀월관계는 2015년 12월 20일 한중 FTA 발효와 중국이 주도하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출범에 한국이 적극적으로 참여함으로써 정점에 이르렀다. 명동이 ‘요우커(遊客)’로 채워지고 제주도에 중국인 부동산 투자가 폭증하는 등 양국의 관계는 더없이 좋은 관계를 이어갈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한국의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로 촉발된 갈등은 한중관계가 ‘사상누각(沙上樓閣)’이었음을 확인시켜 주었다. 2016년 북한의 4차 핵실험과 이에 대한 대응으로 결정된 사드 배치로 양국관계는 순식간에 경색되었다. 나아가 2016년 후반기 최순실 국정농단으로 촉발된 국정공백으로 인해 한국은 사드 배치의 불가피성을 설명할 기회도 잃어버렸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중국의 경제 보복으로 인하여 한국은 8조 5000억 원, 중국은 1조 1000억 원의 경제적 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추산하였다. 한중 수교 이후 장기간 쌓아온 신뢰와 우호적 이미지와 같은 무형적 가치는 더욱 심각한 상처와 손실을 입었다.

 

문재인 대통령 당선과 시진핑의 선택

 

한국은 장기간 대통령 부재를 초래한 탄핵정국이 막을 내리고 지난 5월 10일 문재인 정부가 출범했다. 새 정부의 외교안보분야 최우선 과제가 북핵문제 해결이라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 이를 위해서는 미국과 협력을 강화하는 한편 중국과 러시아를 설득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나아가 동아시아의 완전한 평화를 달성하고 잠재적인 불안 요소를 제거한다는 측면에서 한반도 평화통일의 당위성을 이들 강대국에 인식시키는 과제도 함께 안고 있다.

 

중국은 한국과 긴장 관계를 지속할 생각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 시 주석은 문재인 대통령 당선일인 10일, 주요국 정상 중 가장 먼저 축전을 보냈고 중국 국가주석 자격으로는 처음 당선 축하전화를 한 바 있다. 또 14일 중국 ‘일대일로(一帶一路, 21세기 육·해상 실크로드) 국제협력 정상포럼’에서 한국 대표단을 직접 접견함으로써 변화의 가능성이 감지됐다.

 

또한 19일 이해찬 전 총리를 대표로 하는 특사단 접견 시 한중관계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양국관계 정상화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특히 문재인 정부의 집권기(2017~2021년)와 시진핑 2기 정부(2018~2022년)의 시기가 겹친다는 점에서 중국은 문재인 정부와의 적극적인 소통과 협상 가능성을 탐색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한중관계는 단순히 양국의 의지만으로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구한말 러시아, 일본 등 열강이 한반도에서 첨예하게 대립하였던 것과 마찬가지로 현재도 한반도에서는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등 강대국들의 힘이 충돌하고 있다.

 

또 구한말과 달리 우리는 한국과 북한으로 분단되어 여러 당사자들의 이해관계는 더욱 복잡하게 얽혀있다. 문재인 정부가 집요한 설득과 협상을 이어간다고 해도 이해 당사국들의 지지를 이끌어 내는 것은 매우 어려운 과정이 될 것이다.

 

상호 이해와 신뢰를 바탕으로 한 한중관계의 재설정

 

한국의 대통령 선거 과정을 통해 중국은 문재인 대통령의 대중, 대미 정책은 물론, 북핵 문제, 사드 문제, 개성공단 및 금강산 관광계획을 포함한 대북정책까지도 충분히 분석하고 이해하고 있을 것이다. 또 한중관계 경색의 직접적인 원인이 되었던 사드 배치 문제의 해결은 결국 북핵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어떻게 찾느냐에 있다는 점도 분명하게 인식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선거 과정에서 애매한 입장으로 선회하기는 하였으나 사드 배치의 철회를 공약으로 제시한 만큼 중국은 문재인 정부와 사드 배치 철회에 대하여 협상의 여지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미 대표단과 특사 접견을 통하여 입장 차이를 드러낸 양측은, 이어질 한중 정상회담에서 이를 주요 의제로 설정하고 협상과 타협을 시도할 것으로 판단된다. 이러한 분위기에 힘입어 새 정부 출범 후 불과 보름도 되지 않아 양국의 관계 회복에 대해서는 여러 장밋빛 전망이 제시되고 있다.

 

그러나 한중관계는 냉혹한 국제질서의 틀 안에서 결정되는 것이며, 북한이라는 예측 불가능의 장애물이 있다는 것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한중관계 개선에 대해서는 거시적인 목표는 물론 미시적인 방법론까지도 매우 세심한 검토와 신중한 접근이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나아가 장기적인 관점에서 한중관계가 냉탕과 열탕을 오가는 현재 시점이 바로 한중관계의 새로운 모델을 고민할 시점이다. 동아시아 평화와 번영을 공통의 목표로 하는 동반자라는 점에서 양국은 양호한 관계를 이어가야 하는 대상인 한편 경제적인 측면에서는 치열하게 경쟁하는 상대이며 안보적인 측면에서는 서로 대립하는 대상이기도 하다.

 

양국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드러난 지금이 바로 양국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새로운 한중관계의 모델이 무엇인지 탐색할 때이다. 이를 위해서는 서로를 이해하려는 노력이 선행되어야만 한다. ‘공산주의 독재의 중국’, ‘수준 낮은 중국인’이라는 편견에 사로잡힌 파편화된 이해는 양국의 관계 발전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으며, 막연한 장밋빛 기대감이나 근거 없는 희망 역시 지양할 필요가 있다.

 

한중관계의 발전은 일희일비 하기보다는 서로 간 이해를 전제로 장기적인 관점에서 지속적인 교류와 협력을 통한 신뢰관계의 구축이라는 관점에서 접근되어야 한다. 백 년 전 중국이 그곳에 있었듯 백 년 후에도 중국은 그곳에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중국을 보다 더 알고 이해해야 하지 않을까.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다.

 

출처: https://www.pressian.com/pages/articles/1605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