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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6.16] 파나마 너 마저…고립되는 타이완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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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관계연구원2021-01-25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이메일 프린트 |
타이완, 중국 공세에 살아남기 위해서는
지난 13일(현지 시각) 중국 외교부장 왕이(王毅)는 베이징에서 파나마 부통령 겸 외교부 장관인 이사벨 생 말로 데 알바라도(Isabel Saint Malo de Alvarado)와 회담을 가지고, 뒤를 이은 기자회견에서 중국이 파나마와 ‘중화인민공화국과 파나마공화국의 외교관계 수립에 관한 공동성명(中华人民共和国和巴拿马共和国关于建立外交关系的联合公报)’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상술한 공동 성명 안에는 파나마 공화국은 전 세계에 하나의 중국만 존재하고, 중화인민공화국 정부가 전 중국을 대표하는 유일한 합법 정부이며, 타이완(台湾)은 중국 영토에서 불가분의 일부임을 인정하는 내용이 들어있다. 그리고 동시에 파나마는 즉시 타이완과 일체 ‘외교관계’를 단절하고, 향후 어떠한 정부 측의 공식 관계나 교류도 진행하지 않을 것이라 덧붙인다.
이에 대해 타이완 총통부는 성명을 발표하고 “파나마와 타이완은 한 세기가 넘는 기간을 교류하며 우의를 다져왔다. (중략) 타이완 정부와 국민은 그간 여러 영역에서 최선을 다하여 우방의 발전에 협력했지만, 그들은 경제적 이익을 위해서 베이징 당국에 굴복하였다. (중략) 중화민국 정부는 베이징 당국과 금전외교(金錢外交) 경쟁을 벌일 수는 없다”며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반면 중국에서는 타이완에 다시 한번 본때를 보였다며 성과를 자축하는 분위기다. 나아가 지난 14일 중국 국무원의 타이완 사무 판공실 대변인은 타이완에서 나오는 ‘금전외교’ 내지는 ’30억 달러 무이자 차관설’에 대해 중국과 파나마 양국은 어떠한 상업적 이익의 교환도 없다고, 오히려 타이완이 객관적 대세를 파악하고 현명한 선택을 내리기 바란다며 반격했다.
▲ 중국 왕이(오른쪽) 외교부장과 파나마 부통령 겸 외교부 장관인 이사벨 생 말로 데 알바라도가 회담 이후 기자회견에서 악수하고 있다. ⓒ중국 외교부
타이완 외교와 생존의 어려움
사실 이는 예상 밖의 일은 아니다.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이 취임할 당시에 타이완 정부와 공식 외교 관계를 유지한 나라는 22개국에 불과했고, 2016년 12월 26일 아프리카 서부의 작은 섬나라 상투메프린시페가 중국 대륙과 외교 관계를 복원하며 타이완과 국교를 단절했다. 2017년 6월 13일 파나마가 빠지면서, 이제 타이완의 공식 수교국은 전 세계 불과 20개국만 남게 되었다.
1949년 중국에서 내전이 종료되고 대륙을 차지한 중화인민공화국과 패전하여 타이완으로 옮겨간 중화민국은 그간 중국을 대표하는 정부라는 정통성을 두고서 국제 사회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여왔다. 1971년 중화인민공화국이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 지위를 회복하고 치열했던 냉전이 끝나면서 양자 간에 힘의 균형추가 기울었고 타이완의 국제 지위는 위협받기 시작한다.
또한 개혁개방 이후 중국의 경제력이 타이완 수교국에 강력한 유인으로 작용하며 양자 간의 격차는 물론 타이완의 국제적 고립 역시 한층 심해졌다. 중국이 하나의 중국 원칙에 근거하여 수교의 전제로 타이완과 단교하길 요구했기 때문이다. 그 결과 현재 북한을 제외하면 타이완만큼 외교적으로 고립된 존재를 찾아보기 힘든 실정이며, 상황이 나아질 가능성도 희박하다.
차이잉원 총통에 대한 중국의 공세
사실 파나마가 중국과 외교 관계를 수립하기 원한 것은 최근의 일이 아니다. 그 시작은 2000년대 초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파나마 정부는 중국과 외교관계 수립을 희망, 베이징에 그 의사를 타진했으나 당시는 양안 관계를 고려한 중국 정부의 거절로 실패했다고 전해진다. 그 이후 몇 차례의 우여곡절 끝에 양측이 이제 적절한 시기가 되었다고 판단한 것이다.
물론 중국은 세계적 물류 거점인 파나마 운하에 투자, 자국 권익의 확대를 도모할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중국은 파나마 운하의 발착별 통과 물량이 미국에 이은 2위 국가다. 그리고 중국의 국유 기업이 파나마 운하 주변의 광대한 토지 사용권 확보를 노리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이러한 시도가 성공할 경우 중남미 지역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은 더욱 증가할 것이다.
그러나 중국 정부나 주요 매체가 더욱 주목하고 있는 것은 파나마가 타이완의 주요 수교국 중의 하나라는, 그리고 파나마의 단교 선언으로 타이완의 수교국이 20개국으로 줄었다는 사실이다. 일부 매체는 타이완의 수교국이 머지않아 하나도 남지 않을 수 있다고 경고하며, 이는 차이잉원 정권이 양안 평화의 기초를 훼손했기 때문이라 주장한다.
중국과 파나마 정부의 결정은 지난해 5월 ‘하나의 중국’ 내지는 이와 관련한 ’92 공식(九二共识)’을 인정하지 않는다고 알려진 차이잉원 총통이 취임한 이후 중국이 타이완과 각종 교류를 중단하고 국제 사회에서 타이완을 고립시키는 가운데 내려진 것이다. 차이잉원 총통은 타이완 독립이나 현상유지 지향의 민주진보당 소속으로 지금까지 중국의 압박을 받고 있다.
타이완의 활로는 어디인가
타이완 당국은 상당히 당황한 모양이다. 파나마는 타이완 수교국 중에서도 바티칸과 함께 특별한 의미와 존재감을 자랑했던 국가로서, 이번 단교가 다른 국가에 도미노 현상처럼 번지지는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상술한 것처럼 금전외교 혹은 타이완 국민의 감정을 언급하며 양국에 강력히 항의하고 있지만, 어떠한 대응도 그들의 결정을 되돌릴 수는 없을 것이다.
국제 사회는 냉정하고 국가 간 관계를 결정하는 것은 현실적인 힘과 이익이다. 때문에 타이완이 눈에 보이는 객관적인 조건을 바탕으로 글로벌 파워로 부상하는 중국과 경쟁하여 승리를 거두거나 다른 나라의 선택을 받기는 어려울 것이 분명하다. 타이완 당국도 베이징과 금전외교 경쟁을 할 수는 없다는 발언으로 사실상 그 어려움을 인정하고 있다는 사실을 드러냈다.
타이완의 활로는 눈에 보이지 않는 자산일 것임이 분명하다. 타이완의 지리적, 지정학적 중요성은 한국이나 일본 같은 아시아 국가는 물론 글로벌 강대국의 이익과 밀접하게 연계되어 있다는 것이 중론이다. 나아가 타이완 당국이 중국적 자산에 독특한 타이완 문화와 체제적 장점을 적절히 더해 그 험난한 과정에 생존 가능성을 조금이나마 더 높일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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