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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6.23] 중국도 부동산 투기에 몸살을 앓고 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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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관계연구원2021-01-25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이메일 프린트 |
상하이, 오피스텔에서 거주 금지?
중국 경제일보사 중국경제추세연구원(经济日报社 中国经济趋势研究院)이 발표한 ‘중국가계자산보고<2017>(中国家庭财富调查报告<2017>)’에 따르면 2016년도 중국 가구 1인당 순 자산 증가의 68.24%가 부동산 가치 상승으로 인한 것이라고 한다.
한국 못지않게 중국도 자산증식을 위한 일등공신이 부동산이니, 한국이나 중국이나 자산증식을 위한 수단으로 부동산에 투기하는 이들은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민감할 것이다.
권익을 보장하라!
최근 중국 상하이(上海)시에서 시 당국의 부동산 규제 정책에 항의하는 시위가 있었다고 한다. 중국에서 농촌 토지 보상과 관련하여 농민들의 시위가 있곤 하였으나 도시에서 실시한 부동산 관련 정책으로 시위가 발생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시위의 발생 이유는 미디어를 엄격히 통제하고 있는 중국인지라 찾아보기가 어려웠다. 대신 한국 언론의 보도 내용과 동영상 사이트인 ‘유튜브’에 실린 시위 영상을 참고해 시위의 내막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상하이 시 정부는 오피스텔 규제를 강화하고자 지난 5월 17일 ‘오피스텔 정돈 의견(关于开展商业办公项目清理整顿工作的意见)’을 발표했다. 의견은 “미분양 오피스텔에 대한 판매를 중단하고 주거 기능을 전면 철거하며, 이미 분양된 오피스텔은 주거 기능을 철거해야만 양도 및 판매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오피스텔은 주 용도가 업무시설이지만 주거 공간이 함께 있어 중국에서도 주거를 목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구입하였다. 하지만 갑자기 주거 기능을 철거해야 한다는 정책이 발표되다 보니, 이에 항의하기 위해 입주민과 구매자들이 자신들의 권익을 보장하라며 거리로 나온 것이다.
권익을 보호하기 위함이다!
모순되게도 상하이 시 당국은 이번 오피스텔 규제 강화정책은 입주민과 구매자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시 당국이 이렇게 설명하는 이유는 중국의 토지제도와 관련이 있다.
중국은 토지 사유제가 인정되지 않는다. 따라서 토지의 소유권이 아닌 토지를 사용할 수 있는 토지사용권이 시장에서 거래되며 토지사용권은 토지의 용도에 따라 사용기한이 다르다. ‘중화인민공화국 도시국유토지사용권 양도와 재양도 잠행조례(中华人民共和国城镇国有土地使用权出让和转让暂行条例)’ 제20조는 주거용지 70년, 공업용지 50년, 교육·과학기술·문화·보건·체육용지 50년, 상업·관광·오락용지 40년, 종합 또는 기타용지는 50년으로 규정하고 있다. 동 규정에 따라 상업과 주거 성질을 가진 오피스텔 용지는 주거용지도, 상업용지도 아닌 종합용지로 분류되며 토지사용권의 기한은 50년이다.
물권법 제149조에 의해 70년이 지나도 그 사용기한이 자동으로 연장되는 주거용지를 제외한 모든 토지는 정부로 귀속되거나 정부의 심의를 거쳐 연장이 가능하다. 주거용지를 제외한 모든 토지는 불완전한 자산인 것이다.
이에 따라 시 당국은 “오피스텔은 종합용지 위에 지어진 건축물로, 사용기한인 50년이 지나면 정부로 귀속되거나 심의를 거쳐 50년이 연장되는 불완전한 자산이므로 거주권과 재산권을 완전히 보호받을 수 없다. 이로부터 당신들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이 정책을 실시하는 것이다”라고 설명하고 있다.
풍선효과 잠재우기
그런데 중국 내에서는 오피스텔이 주거용으로 이용된 지 오래됐다. 그동안 별 문제 삼지 않았던 주거용 오피스텔에 대해 중국 당국은 왜 이제야 그들의 권익 보호를 위함이라는 명목으로 규제를 강화하는 것일까? 사실 이 정책의 주요 목적은 권익 보호라기보다는 오피스텔의 투기수요를 잡기 위함이다.
시간을 2011년으로 거슬러 올라가 보자. 중국의 급격한 경제 성장으로 축적된 자본이 부동산 시장으로 흘러들어오면서 중국의 부동산 가격이 급격히 오르기 시작했다. 여기에 투기 자본이 합세하면서 부동산 투기 광풍이 불었고 부동산 가격은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부동산 투기를 잡고 부동산 시장의 안정화를 위해 중국 당국은 부동산 대출 요건 강화, 부동산 거래세 강화, 부동산 공급 확대 등 다양한 정책을 실시하였으나 별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이에 초강력 수단으로 주택 구매 자체를 제한하는 주택구매제한정책(限购令)이 2010년 베이징(北京)을 시작으로 각 지방에서 실시됐고 상하이는 이를 2011년 도입했다.
중국은 부동산 투기의 원인이 외지인 때문이라고 판단, 주택구매제한정책의 주요 목적은 외지인의 투기를 막기 위함으로 호구에 따라 적용 규정을 달리 했다. 즉 상하이 호적이 아닌 주민의 주택 구매를 엄격히 제한했다.
2016년 개정된 내용에 따르면 상하이 호적이 아닌 가정이 연속 5년 이상 상하이에 사회보험 또는 개인소득세를 납부한 경우 주택을 1채 구매할 수 있다. 그러나 상하이시 호적이 아닌 싱글의 경우 사회보험 또는 개인소득세를 5년 이상 납부했다고 하더라도 주택을 구매할 수 없다.
하지만 오피스텔은 주택이 아니므로 주택구매제한정책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 이에 동 정책으로 주택을 구입할 수 없는 실수요자들이 오피스텔로 모여들기 시작했다. 더욱이 오피스텔은 종합용지로 토지사용권이 50년으로 토지사용권에 대한 대가로 지불하는 토지출양금이 주거용지인 70년에 비해 저렴했기 때문에 주거용지에 지어진 주택보다 저렴하게 판매됐다. 수요는 늘어날 수밖에 없었다.
수요와 공급의 법칙에 따라 오피스텔 가격이 자연스레 상승하자 여기에 부동산 투기꾼들이 몰려들면서 주택에 이어 오피스텔 까지도 투기의 대상이 되어 버렸다. 일명 ‘풍선효과(어떤 부분의 문제를 해결하면 또 다른 부분에서 새로운 문제가 발생하는 현상)’가 나타난 것이다. 여기에 부동산 건설업자들이 더욱 많은 수요를 끌어들이기 위해 오피스텔을 지어야 하는 종합용지에 주거용 아파트를 건축하여 분양하자 주택구매제한정책으로 인한 풍선효과를 잠재우고 부동산 건설업자의 불법 분양을 막고자 오피스텔 규제 강화 정책이 실시됐다.
주택은 인간 생활의 기본 요소인 ‘주(住)’에 해당하는 만큼 투기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 인간 생활의 기본을 위협하는 부동산 투기는 반드시 근절되어야 한다. 하지만 앞서 보았듯이 한국과 중국에서 자산증식의 일등공신이 부동산이니만큼 부동산 투기가 근절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한국 정부 역시 부동산 시장 안정화와 서민 주거 복지를 위해 6.19 부동산 대책을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이번 대책이 투기를 억제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이다. 부동산 정책은 전방위적으로 실시되어야 하는 만큼 이번 대책만으로 부동산 정책을 평가하기엔 이르다. 곧 부동산 보유세를 강화하는 방안도 내놓는다고 하니 현 정부의 정책이 중국 부동산 시장에도 귀감이 되는 정책을 실행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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