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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2.14] 한국 자동차, 중국에서 살아남으려면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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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관계연구원2021-01-28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이메일 프린트 |
‘사업 꽌시’가 중요한 이유 최자영 원광대 한중관계연구원 연구교수
문재인 대통령은 홍남기 경제부총리를 임명하며 “자동차 부품업체에 대한 단기적 조치는 물론 미래형 자동차 산업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중장기적 지원도 함께 모색하라”라고 주문했다. 문 대통령의 이 발언은 한국 제조업의 부흥을 요구한 것이었고, 홍 부총리는 첫 현장 방문지로 자동차 부품소재 기업을 찾기로 했다. 이는 한 때 한국의 가장 대표적인 주력 산업이었지만 현재는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는 한국 자동차 산업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문제는 한국의 자동차 산업이 현재뿐만 아니라 미래의 전망도 그다지 밝지 않다는 점이다. 현재 유류 엔진 자동차 시장뿐만 아니라 미래형 자동차 시장에서도 한국 기업의 포지션이 점차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은 중국 자동차 시장에서 한국 자동차 관련 기업들을 통해 여실히 드러난다. 중국의 자동차 시장에는 세계 유수의 완성차 기업과 부품기업들이 진출하여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는데, 그 경쟁 범위가 모든 차종 및 미래형 자동차들에 미칠 정도로 광범위하여 고려할 수 있는 다양한 환경요인이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중국의 상황을 통해 한국의 자동차 부품산업이 약화된 원인과 향후 예상되는 악재를 분석해보고 그에 따른 대처방안을 찾아보고자 한다.
한국 자동차 기업, 어떻게 중국에 진출했나
중국은 2009년 세계 최대의 자동차 생산 및 소비시장이 되었다. 이와 같은 폭발적인 시장의 성장에는 한국의 완성차 및 부품기업들도 하나의 축을 담당하고 있다.
한국의 자동차 기업들은 1994년 대우자동차와 1996년 기아자동차가 각각 반제품 형태의 부품들을 중국에서 조립하여 승합차를 생산하거나 한국에서 수출된 자동차에 대한 사후 서비스 관리를 위해 중국에 진출했다.
이후 2000년대에 이르러 외국의 자동차 기업들은 합작 형태로 중국에 진출하였는데, 2002년 한국의 현대와 기아 자동차가 각각 베이징 자동차(北京汽车)와 동펑(东风汽车), 위에다 자동차(悦达汽车)와 파트너를 형성했다. 완성차 기업들이 진출한 이후 한국의 자동차 부품기업들 역시 빠르게 자리를 잡았고, 중국 자동차 시장에서 급격한 성장을 이루었다.
한국 자동차 부품기업들이 빠르게 중국 시장에서 자리를 잡을 수 있었던 것은 완성차 기업과 관련이 깊은데 우선 시기적인 적절성이 있었다. 중국의 자동차 시장은 2002년 WTO 가입과 2004년 자동차 신산업 정책의 발표로 폭발적인 양적 성장을 이루었다. 이러한 고도의 성장기에 맞추어 한국의 완성차 기업 및 부품기업들은 2002년부터 진출하였고, 생산 네트워크를 공고히 하고 있었기 때문에 시기상의 혜택을 누린 셈이다.
둘째, 완성차 기업의 부품기업 동반진출 전략이다. 현대와 기아는 한국에서부터 함께 생산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던 부품기업들과 동반진출을 하였는데, 이러한 완성차 기업의 전략은 생산라인을 빠르게 안정시켜 예상보다 신속하게 시장에 안착하는 데 영향을 미쳤다.
셋째, 적절한 현지화이다. 중국 시장을 면밀하게 분석하여 중저가형 승용차의 출시, 차량 내부 인테리어를 ‘금’ 색의 내장재로 교체하는 등의 영역에서 현지화 전략을 추진하여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했다.
시장 변화와 한국 부품기업의 몰락
그러나 2017년부터 한국의 완성차 판매량은 급감하기 시작했다. 판매량 급감의 원인에 대해 주한미군의 사드 배치와 관련된 일련의 상황으로 인해 형성된 반한 정서를 꼽기도 하지만 근본적으로 중국 자동차 시장 구조가 시대적 흐름에 의해 새롭게 변화되었기 때문이다.
우선 중국 자동차 소비시장이 포화에 이르렀다. 이미 구매력이 있는 소비자들은 구매를 완료해 시장 전체적인 생산량이 감소하고 있다. 기존 소비자가 재구매를 시작하는 시간은 5년 이후로 예상되기 때문에 향후 더 이상의 소비 성장은 어려울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다음으로 현대와 기아의 주력 모델은 중국 시장에서 중저가의 포지셔닝을 취하고 있는데, 이 때문에 빠르게 시장에 침투할 수 있었지만 다른 경쟁사와의 가격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었다. 특히 꾸준히 소비가 이뤄지는 고급 모델 및 SUV 시장 진출에 실패하면서 시장에서 지위가 흔들리고 있다.
마지막으로 한국의 완성차 기업은 매년 납품가격 인하라는 명목으로 경쟁의 부담을 대부분 부품기업에게 전가하면서 스스로 경쟁력을 상실했다. 동반진출했던 부품기업의 경영은 점차 악화되었고, 인하된 가격에 맞춰 낮은 퀄러티의 제품을 공급했다. 그 결과 높은 퀄러티로 중국 로컬 부품기업과 차별성을 가졌던 한국 부품기업마저 경쟁력을 상실하게 되어 기존의 납품처를 잃게 되는 상황이 발생하게 되었다.
점입가경
한국의 부품기업들은 완성차 기업과 전속거래를 통해 안정적인 생산을 해왔다. 그러나 미래형 자동차 시장에서는 기존의 생산 구조와 질서로 인해 오히려 부정적 결과가 도출될 것으로 예상된다. 대부분의 기업들은 4차 산업혁명의 도입이라는 아젠다를 실현하기 위해 혁신 경쟁을 펼치고 있으며, 적군과 아군의 구분없이 합종과 연횡을 반복하고 있다. 그만큼 치열한 경쟁에 살아남기 위해 모든 기업들이 전력투구를 하고 있다는 의미이다.
그러나 중국에 진출한 한국 부품기업들은 전속거래에 기인한 폐쇄적 생산 네트워크로 인해 기술개발에 소홀했고, 글로벌 격전지인 중국에서 경쟁사들에 대한 벤치마킹도 미진했다. 또한 기술유출을 염려하여 R&D 연구소를 설치하지 않거나 현지 R&D 연구소를 설립했음에도 핵심적인 연구가 진행되지 않았다. 자사의 주력 제품과 미래형 자동차와의 적합성을 분석하여 자신의 제품이 나아갈 방향을 정하고 기술과 제품을 개발하는 가장 기본적인 임무에 소홀했던 셈이다.
이에 비해 중국은 정부가 나서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전체적인 방향을 제시했다. 완성차 기업부터 부품기업까지 강제적이지만 명시적인 형태로 산업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기존의 외상투자기업 지분 제한사항을 폐지하여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기술력을 보유한 ‘테슬라’를 유치한 것이다.
중국의 의도는 테슬라가 중국에서의 생산을 가동하면 테슬라의 생산 네트워크에 중국 자동차 부품기업이 스며들고 이를 통해 기술을 전수받겠다는 것이다. 즉, 당장의 시장을 포기하더라도 미래에 투자하겠다는 굳은 결의를 보인 것이다.
특히 테슬라 유치는 중국의 완성차 및 부품기업들이 기존의 엔진 기반의 자동차 시스템을 버리고 전기 모터 기반의 자동차 시스템 시장으로 이행하도록 전방위적인 개혁을 촉구하는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사실 이와 같은 중국 정부의 의지는 이전부터 각종 정책이나 시행령을 통해 기업들에게 꾸준히 전달되었다. 따라서 이미 중국의 글로벌 기업인 바이두나 텐센트와 같은 IT 기업들은 기존 완성차 기업 및 핵심 부품기업과의 협업을 통해 ‘자율주행’, ‘자동차의 플랫폼화’, ‘2차전지’ 등의 사업에 일찍이 참여했고, 곧 그 결실을 이룰 것으로 보인다.
그래도 희망은 있다
그렇다면 한국의 부품기업들을 둘러싼 자동차 산업 환경은 어떠한가? 산업 환경을 조성하는데 가장 큰 틀을 제공하는 정부의 역할을 볼 때, 한국의 해외 직접투자 부품기업들에 대해 정부의 지원은 전무하다고 볼 수 있다. 현지에서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는 부품기업들을 지원해서 관련 정보를 모으고 기술개발을 모색한다면 더욱 좋은 기회가 되리라는 것은 분명한데도 불구하고 스스로를 제약하는 형국이다. 결국 이러한 제약은 기업 홀로 살아남기를 강요하게 된다.
그러나 이러한 악조건에 불구하고 해외 완성차 기업이나 중국 로컬 완성차 기업을 대상으로 거래선을 개척하는 기업들도 있다. 중국 상하이(上海)에 있는 한국 자동차 부품기업 연합회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부품기업들이다.
연합회는 중국에서 오랜 기간동안 형성해온 ‘꽌시'(关系)를 기반으로 중국의 완성차 기업이나 주요 모듈기업을 한국의 부품기업들과 연결시키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 사업이 의미있는 이유는 부품 납품을 위한 구매상담회 개최와 더불어 개발을 위한 기술교류회를 같이 추진하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상하이의 부품기업들은 로컬 및 해외 완성차 기업들의 차세대 자동차 개발 및 생산에 연계가 되면서 부품 납품을 통해 현지 경영을 유지함과 동시에 자연스럽게 시장 분석, 벤치마킹, 공동개발과 같은 업무를 추진함으로써 해외 완성차 기업이 보유한 차세대 자동차에 관련된 각종 환경요소에 자연스럽게 접촉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겨 기술추격을 본격화할 수 있다.
사례로 언급한 연합회의 구매 상담회 및 기술 교류회 사업은 기업의 신규 거래선 개척의 의미를 넘어서, 새로운 산업으로 이행을 위해 기업과 정부가 취해야 할 방향을 제시한다. 특히 정부는 직접 구매상담회를 추진할 것이 아니라 민간 협회나 기관이 구매상담회를 원활하게 운영하는데 집중하도록 지원하는 것이 필요하다.
현지의 민간협회나 기관이 형성하고 있는 인적 네트워크와 그동안의 노하우를 외국에서 순환제로 근무하는 임기 1~2년의 정부 혹은 관련 기관 담당자들이 감당하긴 어렵다. 정부 기관 담당자들이 임기 이후에 귀국하면 기관이나 기업에서는 새로운 담당자들을 파견하여 중국 기업 및 기관의 담당자들과 협업 관계를 형성해야 되는데, 이 협업이 단순하게 ‘비즈니스 미팅’의 의미로 접근할 경우 일의 성사가 어려울 수 있기 때문이다.
자동차의 개발을 위해 완성차 기업과 부품기업이 협업을 한다는 것은 대단히 폭넓은 분야에서 전문성을 기반으로 이뤄져야 한다. 또 전문성보다 더 중요한 것은 오랜 시간 동안 형성되는 ‘신뢰’를 바탕으로 담당자들 간의 관계가 규정되고 이를 바탕으로 협업이 이루어진다는 점이다. 이것이 바로 ‘사업 꽌시’다.
향후 해외에 진출한 부품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정부가 움직인다면 이러한 형식을 가진 지원체계 조성에 초점을 맞추고, 기업은 자금뿐만 아니라 끊임없는 기술개발, 시간과 인내를 투자해야 한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출처: https://www.pressian.com/pages/articles/221288#0DK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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