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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광대 한중관계브리핑 (프레시안)

[2019.06.14] 아트바젤 홍콩의 미래
[2019.06.14] 아트바젤 홍콩의 미래
한중관계연구원2021-01-28

홍콩 미술시장의 향방은?

강인혜 원광대 한중관계연구원 연구교수

 

 

2019년 3월 말에 열린 아트바젤 홍콩 전시장 입구에는 한국 작가 이불의 은색 비행선 <취약할 의향>(Willing to be Vulnerable)이 설치됐다. 1937년 폭발한 비행선 힌덴부르크를 모티브로 삼았다고 알려진 이 작품은 10m에 육박하는 거대한 비행선 모양의 벌룬을 천장에 띄운 것으로 바닥에는 금속재질의 거울을 깔아 비춰줌으로써 무한한 자기만의 세계와 욕망 그리고 실패를 상징적으로 나타냈다.

 

 

테크놀로지와 젠더, 인종과 계급의 문제를 특유의 섬세함으로 다뤄왔던 이불 작가의 최근작이면서, 테크놀로지를 기반으로 한 유토피아에 대한 욕망과 좌절을 나타낸다는 이 작품이 어쩌면 홍콩 미술시장에 대한 거울일지도 모른다고 상상해본다면 너무 지나친 해석일까.

 

2008년 시작된 이래 고공행진을 지속해온 홍콩 국제미술시장은 몇 년 전부터 그 성장속도가 조금 주춤해지면서 많은 우려와 기대를 낳아왔다. 올해 초 열린 아트바젤 홍콩에서는 다시 회복세를 보임으로써 여러 가지 엇갈린 전망들을 내놓기도 했다.

 

한때 흔하게 하는 말 중에 FILTH (Failed in London, Try Hong-Kong : 런던에서 실패하고 홍콩에서 시도하는 노동자) 라는 말이 있었다. 마치 서구 시장의 모든 문제점과 단점을 보안해 줄 것처럼 보였던 홍콩 시장이 일종의 유토피아로 비춰졌다면, 이제는 이불의 작품처럼 유토피아에 거울을 들이대고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아야 할 시점인가.

 

아트 홍콩에서 아트바젤 홍콩으로 

 

아트바젤 홍콩은 일종의 아트페어로, 말하자면 정해진 기간 동안 상업 갤러리들이 모여 미술작품들을 거래하는 한시적인 미술 시장을 의미한다. 아트페어 자체는 새로운 개념이 아니고 한국에서도 이미 오래전부터 ‘한국 국제아트페어 (Korea International Art Fair)’나 서울오픈아트페어 등의 여러 아트페어들이 개최됐으며, 아시아에서는 KIAF 외에도 일본의 아트 토쿄와 같은 주요 아트페어가 존재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트바젤 홍콩과 홍콩 미술시장이 특별한 이유 중 하나는 기존의 아시아의 아트페어가 내수시장에 중점을 두거나 자국의 갤러리들을 중심으로 운영됐다면, 아트바젤 홍콩을 기점으로 홍콩 미술 시장은 동서양의 갤러리 비율을 적정하게 운영하여 국제적인 면모를 다지는데 성공했다는 점에 있다.

 

이러한 홍콩 미술시장의 붐을 일으키는데 큰 역할을 한 것이 아트바젤 홍콩이라고 할 수 있으며, 이는 아시아 아트페어의 시작이자 아트바젤 홍콩의 전신이라 할 수 있는 아트 홍콩이 문을 연 2008년부터 본격화됐다. 1967년 독일 쾰른에서 시작된 이래 아트페어는 1990년대와 2000년대를 들어 급성장해 왔으며 2000년대 들어서는 거의 150여 개의 아트페어가 존재해 왔다.

 

그 중에서도 스위스 바젤의 아트바젤, 프랑스 파리의 피악(FIAC), 런던 프리즈 아트 페어가 주요 세계 아트페어로 손꼽히며, 바로 이 스위스 아트 바젤이 아시아 시장을 목표로 2013년 5월부터 문을 연 것이 아트바젤 홍콩이다.

 

왜 홍콩인가?

 

무엇보다 홍콩이 자유무역항이자 무관세 지역으로 아시아 컬렉터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곳이라는 장점이 가장 컸다. 무엇보다 중국의 주요 투자자들이 접근하기 쉬운 곳이라는 이점이 크게 작용했다.

 

중국시장의 붐으로 인해 홍콩 뿐 아니라, 중국 본토의 베이징과 상하이의 미술시장도 함께 성장했지만 본토 내부로 미술품 수입 시 높은 세율이 부과되는 점, 그리고 여러 검열의 문제 등이 제기돼왔다. 이러한 제약으로부터 비교적 자유로운 홍콩은 어쩌면 중국진출로의 발판 역할을 하기에 적합한 장소라 할 수 있다.

 

그렇지만 무엇보다도 아트바젤 홍콩은 첫 회부터 지금까지 참여 갤러리의 구성을 서양과 아시아 태평양 지역 간의 동등한 비율을 유지하여, 이곳이 단지 중국미술시장이 아니라, 아시아 아트마켓이라는 특성을 유지해왔다. 다시 말해, 중국 미술 뿐 아니라 아시아 근현대 미술을 알리고 거래하도록 하는 아시아 근현대 미술 시장의 플랫폼이라는 특징을 유지해왔는데 이점이 여타 다른 국제미술시장과 차별화되는 점이라 할 수 있다.

 

아트바젤 홍콩의 전시프로그램과 2019년의 주제

 

아트바젤 홍콩은 개별 섹터로 나뉜 체계화된 전시프로그램을 갖고 있는데, 각국의 갤러리들은 <갤러리스>, <인사이트>, <디스커버리> 섹터를 통해 참여한다. 특히 <인사이트>는 아트바젤 홍콩만의 특색으로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갤러리들이 이 지역작가들을 소개하는 장으로 가장 ‘핫’한 아시아 현대미술을 선보이도록 한 섹터이다.

 

<디스커버리스>는 신진작가를 위한 공간으로 최근작 위주로 이루어져있다. 무엇보다도, 아트바젤 홍콩에서 자체적인 기획전을 선보이는 공간이 바로 <인카운터> 섹터이다. 2019년의 <인카운터> 섹터에는 큐레이터 알렉시 글래스 칸토(Alexie Glass-Kantor)가 “Still We Rise”라는 주제로 12명의 작가들을 초대하여 전시하도록 했으며 이 중 8점은 이 홍콩쇼를 위해 새롭게 제작한 작품이다. 글래스 칸토는 우리는 지금 “트럼프의 시대, 브렉시트의 시대, 그리고 아시아 전역을 거쳐 급격한 사회 문화적, 정치적 변혁”을 겪고 있는 불확실성의 시대에 살고 있다고 말한다. 이러한 시대에서 작가들은 어떻게 재생과 변혁을 논할 수 있을까?

 

“Still We Rise”는 바로 그러한 점에서 현재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 그리고 미래라는 관점을 통해 다시 생각해보고자 하는 작업이다. 위에서 언급한 이불의 <취약할 의향>은 바로 전시장 입구에 드리운 작품으로 1937년 발생한 힌덴부르크호 화재사건을 소재로 한 은빛 비행선이 한가운데에 뜨게 만들어 전시장에 들어서자마자 위협적이면서도 황홀한 느낌을 자아내게 한다.

 

엘름그린&드라그셋(Elmgreen&Dragset)의 <하늘의 도시>(City in the Sky)는 금융과 상업의 도시 홍콩을 방불케하는 현대적인 마천루를 천장에서 매달아 거꾸로 뒤집힌 도시전경을 보여준 작품이다. 이 두 작품 모두 모더니티가 내달려 온 현재와 미래에 대해 유토피아적이면서 디스토피아적 관점 모두를 동시에 보여주는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아시아 아트마켓의 향방

 

그렇다면 홍콩 미술시장의 미래와 전망은 어떨까? 아트바젤의 공식 파트너인 UBS가 매년 발행하는 아트바젤에 대한 리포트와 전망에 따르면 특히 2018년의 경우 홍콩 미술시장이 전체적으로 작품구매나 공급이 주춤하고 있다고 결론 내렸다. 중국 본토의 경매 거래 자체가 6% 정도 하락했고, 여전히 성장세에 있지만 홍콩의 경매시장도 약간의 하락세를 보여왔다는 점에서 홍콩 미술 시장 전체에 대한 조심스런 전망을 낸 것이다.

 

이처럼 고공행진의 홍콩 미술 시장이 약간 주춤한 이유로는 중국 당국의 여러 정책으로 인한 요인을 들 수 있는데, 우선 중국 내의 문화유산 등의 판매가 금지됐고 중국 외환시장에 대한 당국의 여러 제재 조치, 그리고 미술 작품 수입 시 부과되는 높은 세율 등이 요인이 됐다. 뿐만 아니라 최근 몇 년간 미술시장 성장을 주도해온 많은 사설 미술관들에 가해진 제약 등이 미술 시장 전체를 위축하게 만드는 데 일조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국의 차세대 수집가들은 자국의 미술품 보다 주로 서구 현대미술에 더 관심이 많다는 사실도 중국미술품 수출의 교두보가 됐던 홍콩미술 시장이 위축되는 한 요인이 됐다. 이러한 문제로 많은 투자자들이 중국 밖의 아시아로 눈을 돌리고 있는 사실이며, 실제로 대만 타이페이가 차세대 아시아 페어의 중심지로 거론되기도 했다, 이러한 전망에 부응하며 2019년 초 ‘제1회 타이베이 당다이 아트페어’가 시작됐는데, 타이페이가 홍콩의 대안이 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출처: https://www.pressian.com/pages/articles/244884#0DK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