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광대 한중관계브리핑 (프레시안)
[2019.06.28] 시진핑, 김정은에게 어떤 선물 줬을까?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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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관계연구원2021-01-28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이메일 프린트 |
북중 통(通)의 점이지대: 신의주와 단동 이야기 김주용 원광대 한중관계연구원 교수
2019년 6월 20일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북한에 국빈 방문했다. 북한은 어느 때 보다 의전에 신경을 썼다. 시 주석이 순안공항에 내리고 무개차에서 김정은 위원장과 함께 환영나온 북한 주민들에게 손을 들어 인사하는 모습은 북중 친선을 한껏 과시하는 데 부족함이 없어 보였다. 또 거리 곳곳에 ‘중국공산당 중앙위원회, 중화인민공화국 주석 습근평 동지를 열렬히 환영합니다’라는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이틀 동안 보여준 김정은 위원장의 극진한 호의에 시 주석도 감동했다고 북한 언론은 보도했다. 시진핑의 방북으로 홍콩 시위의 효과는 희석됐고 북한으로서는 미국에 ‘북중우의’ 시그널을 강하게 보냈으며 내부 결속력도 다졌다는 한국 언론의 전문가 의견이 홍수처럼 쏟아졌다.
100년 전 북한 신의주와 중국 단동의 밀월관계(?)
백두산에서 발원한 국제하천 압록강은 10여 년 전 새롭게 조명됐다. 이곳이 주목받고 있는 것은 지리적 특성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2002년 북한의 특별행정구로 지정되었던 신의주가 압록강 하류에 자리 잡고 있으며 이와 마주한 곳에 중국 단동(丹東)이 있기 때문이다.
중국 측에서는 신의주 경제특구 지정에 대해 상당히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등 각국의 시선이 이곳에 집중되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중국과 북한의 교역도 신의주-단동 간이 주된 루트다. 신의주는 나진 선봉지역과는 달리 물류와 교통면에서 상당히 매력적인 곳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북한과 주변국의 태도에 따라 이것은 관심 그 자체로 끝날 수도 있다.
1905년 일제는 러일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부산과 신의주를 잇는 한반도 종단철도망을 시급하게 완성했다. 물론 시기적으로 차이는 있지만 서울과 신의주를 잇는 철도가 완성되면서 일제는 한반도를 식량과 자원 약탈을 위한 대동맥을 완성한 것과 마찬가지로 인식했다.
일제에 철도는 군사·정치·경제적 토대를 확고히 심어 주었으며 독점적 이윤을 보장했고 식민지적 약탈을 가능하게 한 주요 수단이었다. 신의주는 한반도 종단 철도의 북쪽 종착역이었으며, 또한 1911년 압록강 철교의 완성으로 대륙으로 통하는 중요 지점이 되었다. 철도의 부설과 함께 신의주는 국경 무역의 중심이 될 수밖에 없는 지정학적 위치였다.
신의주는 경의선의 최북단으로서 발전하기 시작하였지만 그 실질적인 상권은 일본인에 의해 좌우됐다. 일제의 ‘만한경영'(滿韓經營)이라는 기치 하에 신의주는 중국으로 향하는 관문이었다. 일제가 압록강 철교를 부설하였던 이유도 안동에서 심양·대련으로 이어지는 교통루트의 완성과 이를 통한 무역과 상권의 장악이었다. 일제가 자유지대 즉, 면세지대를 지정하여 자국 상인을 보호하고 보다 효율적인 대륙침략을 단행하기 위함이었다.
만한경영을 위해 일제는 관세 징수를 면제시키고 화물의 수송을 편리하게 하며 나아가 중국은 물론 러시아까지 일본 상품의 진출을 꾀하고자 하였다. 이것의 실현을 위하여 일제가 시행한 것이 압록강 철교 가설이었다. 이는 일제가 추진한 대륙침략의 기동성과 신속성을 보장하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일제는 압록강 하류지역을 경제적인 가치뿐만 아니라 정치·군사·외교적인 측면도 아울러 지니고 있는 것으로 인식했다. 특히 압록강은 중국과 한반도의 경계선이자 점이지대로서 기능하였으며, 이를 매개로 한 경제활동 역시 다양한 요소를 지니고 있었다.
압록강 하류의 국경도시인 단동과 신의주는 육로와 수운이라는 지리적 특징을 지녔다. 하지만 경제권의 발달을 둘러싸고 첨예하게 대립하였던 것 또한 사실이다. 일제는 철도 건설용이란 명목으로 석탄·시멘트·건설자재 등을 무관세로 수입하여 시중에 판매함으로써 서양 국가들의 상품은 곧 경쟁력을 상실하게 되었다.
또한 일제는 철교와 단동-심양선의 개통을 통해 중국과 협의하면서 관세의 3분의 1을 감면받게 됨으로써 외국 상인들은 관세상의 이득을 위해 해상수송 보다 비싼 철도 운임을 부담하면서 화물을 한반도로 수송하지 않을 수 없었다. 철로를 통하여 압록강 하류에서 독점적 상권을 확보한 일제는 남만주 일대에서 보다 확실한 경제이권을 챙기게 된 것이었다.
신의주는 일제가 한반도를 통치하면서 중국을 잇는 국경도시로서의 기능을 담당하였다. 특히 압록강의 경제적 가치 및 이에 대한 각국의 관심사가 증폭되어 있는 상황에서 신의주의 경제적인 특징을 살펴보는 것은 과거가 진부한 것이 아니라 미래에 대한 일정한 길라잡이 역할을 하고 있음을 단적으로 말해준다.
신의주특별행정구, 피할 수 없는 역사로(路)
김일성 주석은 지난 1994년 7월 6일 생전에 마지막으로 주재한 경제간부회의에서 “나는 앞으로 어느 나라든지 우리 나라와 경제합작 같은 것을 하자고 하면 하려고 합니다”라고 하여 대외 개방에 대한 강한 의지를 피력했다.
이 발언은 당시 북한이 영변원자력발전소의 사찰문제로 마찰을 빚던 미국과 ‘제네바 합의’를 통해 이를 타결 짓고, 김영삼 전 대통령과 남북 정상회담을 개최하기로 예정돼 있었던 상황에서 나온 것이었다. 북한을 옥죄고 있었던 미국과 고위급 회담을 통해 전쟁까지 갈 뻔했던 ‘핵문제’를 타결 지었다는 것은 북한이 대외문제에 대한 자신감을 갖게 하기에 충분했다.
신의주 특별행정구는 단순히 외국 투자 유치를 위한 경제 특구의 성격보다는 국제금융, 무역, 상업, 공업, 관광을 중심으로 외국인들이 자유롭게 경제활동을 할 수 있는 시장경제 시범지역의 성격을 갖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북한의 신의주 특별행정구 지정은 특구에 전면적 시장경제를 도입하여 여기서 획득한 외자와 기술을 본토로 유입하여 국가주도형 경제개발을 추진하겠다는 의도로 해석할 수 있다. 다시 말하면 ‘신의주 특별행정구’의 완전 시장경제 체제와 본토의 ‘실리적 계획경제 체제’를 조화시켜 경제적 강성대국을 건설한다는 구상이다.
신의주는 중국의 단동과 마주보고 있는 국경도시로서 북한 최대의 경공업 도시이다. 또한 평양―베이징 국제열차가 정기적으로 통과하는 교통의 요지로서 그동안 중국과의 교역의 중심지로서 역할을 해왔다. 최근에는 북한 경제의 침체로 인해 교역의 규모도 줄어들어 소위 국경무역의 형태인 변경무역으로 체면을 유지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북한이 개혁 조처를 취한 후에는 북한 국영상점 등의 물자조달 창구로서 교역이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또한 북한의 서해안 공업지구의 최북단에 있는 신의주 공업지구는 압록강 하구 공업단지로서 전력이 풍부하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주요 업종으로는 조선, 중기계·디젤엔진·방직·화학섬유 등이 있다. 신의주를 중심으로 한 압록강 지역은 수송 인프라 기반은 약하나 전력 사정이 양호하고 중국의 동북지역과 변경무역이 용이하다는 측면에서 동북아 진출의 거점 지역 및 수출가공 무역단지로의 개발 여건을 갖추고 있다.
신의주는 중국과 접경에 위치하고 있는 지역적 특성과 유리한 교통여건 등으로 인해 1990년대 초반부터 줄곧 경제 특구 대상 최우선 지역으로 관심을 모아왔다. 특히 북한은 나진․선봉지대의 투자 부진을 만회하고 활발한 북중 변경무역을 활성화시키기 위해 압록강 하구의 비단섬(신도군)을 새로운 자유 경제 무역지대로 지정할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알려지기도 했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행정장관 양빈이 체포되면서 ‘신의주의 꿈’은 물거품이 되었던 것이다.
다시, 신의주특별행정구
북한 당국이 야심차게 추진한 신의주 특별행정구의 성공 여부는 전적으로 외국인의 투자유치를 얼마나 효과적으로 끌어들이느냐에 달려있다. 북한 당국의 예상을 뛰어넘는 개방적 특구 전략이 일단 외국인의 관심을 끌어들이는 데는 성공하였으나, 뒤이어 터진 핵문제로 인하여 북미관계가 긴장상황으로 돌아섰다.
신의주 특별행정구의 성공을 위해서는 생산제품의 판로확보가 중요한데, 현재 미국의 대북경제제재로 인해 미국시장으로 진출이 불가능하다. 다시 논의되고 있는 신의주 특별행정구의 성패가 결국 북미간의 대화가 평화적으로 해결되느냐, 아니냐에 따라 판가름나게 된 상황이다.
북한을 찾았던 시진핑 주석이 어떠한 선물을 내놓았는지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 한반도의 진정한 평화를 모색하는 길은 지난하다. 한반도를 둘러싼 열강들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치하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두 정상의 만남이 의례적인 이벤트 행사가 아닌 한반도의 진정한 평화를 위한 큰 걸음이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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