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광대 한중관계브리핑 (프레시안)
[2019.08.02] ‘일본’발 글로벌 생산 네트워크의 위기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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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관계연구원2021-01-28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이메일 프린트 |
일본 경제 보복, 극복하기 위해서 최자영 원광대 한중관계연구원 연구교수
글로벌 경제 질서를 위협당하고 있다
2019년 글로벌 경제는 위기의 연속이었다. 미중 무역분쟁이 잠시 휴식기를 거치고 있지만, 사태의 완전한 해결은 요원하기만 하다. 2018년 7월 시작된 두 국가 간의 무역전쟁은 일견 미국의 승리로 보이지만 끝이 보이지 않는다. 지금 이 사태는 마치 1970년대에 출현했던 신보호주의로 인해 전 세계 경기를 얼어붙게 했던 양상과 너무나 흡사하다.
당시 신보호주의는 선진국에 의해 시장교란을 유도하여 산업구조 이행을 늦추기 위한 목적으로 시행되었다. 당시 보호주의의 목적은 현재 미국이 중국을 압박하는 목적과 일치한다. 문제는 신보호주의를 기반으로 하는 두 국가 간 사태가 초래하는 영향력은 두 국가만의 국지적 영역을 초월하여, 안정적이었던 국제 무역 질서 전체에 미치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의 패권주의 기반의 일방적 무역 체제를 선택함으로써 자신만의 이득을 추구하며 글로벌 경제 질서를 해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최근에 나타난 한국에 대한 일본의 반도체 관련 무역 제재가 그 대표적인 사례다. 강제징용피해자 여운택, 신천수씨가 신일철주금을 대상으로 개인 청구권 소송을 제기하였는데, 한국의 법원에서 개인의 청구권을 인정하면서 일본의 경제 보복이 감행됐다. 7월 4일 ‘플루오린화 수소’, ‘포토레지스트’,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3개 품목에 대해 한국 수출 규제를 선언한 것이다.
반도체 산업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한국으로써는 치명적인 사태를 맞이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내몰렸다. 일본 정부는 한국이 북한에 전략물자를 수출했다는 의문을 제기하면서 한국을 백색국가에서 해제시켰만, 이는 국가적 안보를 핑계로 경제적 이해를 무기화하는 술책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즉, 안보 위협 언급이라는 어불성설의 핑계를 통해 기존에 두 국가와 수많은 기업들이 쌓아올린 ‘신뢰’를 일본 정부가 나서서 단번에 깨트려버린 것이다.
한편 이 상황에 직접적으로 노출되었던 국내의 대기업들과 한국 정부는 상당히 빠르게 대처하여 안정적인 대응책을 강구하기 시작했다. 한 달도 안 되어 러시아나 중국에서 불화수소를 공급이 가능하다는 것과 한국 중소기업에서 동일 제품 개발 및 생산 시작을 알리는 내용들이 언론에서 방송이 되었다. 또한 미국의 IT 관련 협회가 글로벌 반도체 가격 상승에 따른 부담을 이유로 일본 정부에 공식적으로 항의문건을 전달하면서 압력을 가했다. 일본이 이러한 사태를 예상하지 못했을 리 없다. 과연 일본이 취하고자 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일본의 경제보복, 속내는?
이번 사태에서 한국에게 특히 부각되고 있는 것은 ‘소재 부품의 국산화 추진’에 대한 의지이다. 이번 사태를 통해 밝혀졌지만, 소재부품 분야에서의 일본에 대한 의존도는 상상을 초월한다. 언론에서 언급한 바에서처럼 반도체, 디스플레이의 경우 29.2%의 대일 의존도를 보인다. 단일 국가에게는 너무나 높은 비중이다.
화학의 경우 도료 및 인쇄잉크 부분은 55.6%의 비중으로 나타났을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다. 그러나 반도체 산업은 다른 산업보다 그 특수성이 더욱 강조된다. 소재부품 부문에서 대체품을 구하는 것이 어렵다는 뜻이다. 일본 경제 보복에 3가지 품목이 선정된 이유이다.
반도체 산업은 전 국민이 인정하는 한국의 주요 산업이자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필수적인 부품이 되어 사용처와 활용도가 더욱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산업이다. 그래서 같은 생산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던 일본의 기업들이 가만히 앉아 있으면 돈을 벌어다 주는 한국의 반도체 기업을 왜 공격했는지에 대해 의문을 표시하고 있다. 단순히 강제징용과 관련된 역사에 대한 부정을 위해 이렇게 큰 사태를 초래했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일본이 경제보복을 통해 보여준 현 사태의 원인을 분석하기 위해서는 글로벌 반도체 시장과 주요 공급자 생산 네트워크 현황을 파악해야 한다.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 일본 기업은 한국만큼이나 많은 기업들이 관여되어 있다. 따라서 일본 기업들은 이익 증대를 위해 한국의 반도체 기업들을 자극시켜 글로벌 반도체 시장의 공급 상황을 악화시켜 제품 가격 저평가 기조를 깨버리고 반도체 제품 가격을 반등시키겠다는 의도일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는 좀 더 근본적인 내부 상황을 면밀하게 파악할 필요가 있다. 바로 일본은 반도체 생산 사슬 전 과정에 걸쳐 대부분의 생산능력을 갖추고 있다는 점이다. 즉, 이번 기회에 한국의 반도체 관련 기업들에 대한 막대한 피해를 감수시켜 퇴보하도록 유도하고, 반도체 산업 전 생산 단계에서 일본 기업들만으로 형성된 생산 네트워크를 형성, 글로벌 단위의 거버넌스를 완전히 확보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향후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산업뿐만 아니라 일상생활까지도 반도체의 사용처가 폭발적으로 증가한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일본은 반도체 산업의 패권 확보를 위한 ‘미국 따라하기’를 시도한 것으로 판단된다.
새로운 글로벌 생산 네트워크의 형성을 위해서
우리는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과 같은 최첨단 산업의 생산 네트워크에 대해 깊은 고찰이 필요하다. 반도체는 최첨단의 기술 수준이 적용된 제품이다. 그리고 이 반도체를 만드는데 들어가는 소재 부품 역시 대단히 높은 기술 수준을 가지고 있어야 하며 다른 부품들과의 조합에도 생산이 가능하다. 따라서 반도체 한 개의 제품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최초의 기획 및 연구개발 단계에서부터 모든 협력사들이 손발을 맞춰야 한다는 뜻이다. 즉, 높은 기술 수준의 제품일수록 기업 간 연계가 매우 중요하다는 뜻이다.
그리고 그 연계의 핵심은 오랜 기간 동안 제품을 생산하면서 각종 문제해결을 위해 진행했던 소통을 기반으로 하는 기업 간 ‘신뢰’ 문제로 귀결된다. 이 기업 간 신뢰는 특정 네트워크가 운영될 수 있도록 지탱하는 근간이면서, 협력사를 보호하는 방패 역할을, 경쟁 기업에는 쉽게 진입할 수 없는 진입 장벽의 역할을 수행하여 생산 네트워크에 속해 있는 기업들에게 ‘경쟁력 확보’라는 이익을 선사한다. 그러나 이 생산 네트워크에 핵심 기업들이 부재 시 생산 네트워크 전체의 가동이 멈춰지게 되는 약점도 함께 보유하고 있다.
따라서 외부의 압력에 대해 생산 네트워크는 공동으로 대응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일본정부의 경제보복조치 발표 이후, 삼성이 일본의 협력사들을 방문해서 도움을 요청한 것은 이러한 배경을 염두에 두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원리에 따른 움직임에도 결국 생산 네트워크 내의 일본 기업들은 삼성을 돕지 않았다. 일본 정부의 규제는 기존의 정부가 취하던 조절행위의 범위를 초과하여 생산 네트워크의 기업들을 위협한 전례 없는 사태이다. 그 결과 일본 정부는 글로벌 생산 네트워크를 지원하던 정부 행위자가 오히려 새로운 리스크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우리는 시대의 흐름에 따라 새로운 이념이 생겨나고 그 영향으로 기존의 글로벌 생산 네트워크가 가지고 있던 개념들 역시 바뀔 수 있음을 간과하고 있었다. 기업 간 신뢰가 깨진 상황에서 다시금 일본 정부의 영향을 받을 수 있는 일본 기업들을 생산 네트워크에 포함시키는 것은 불가하다. 따라서 우리는 새로운 시대에 맞는 생산 네트워크를 재정의하여 새로운 해법을 찾아야 한다. 그리고 이 해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현재 우리가 처한 상황의 부정적 요소를 극복하는데 초점을 맞추면 된다.
새로운 생산 네트워크 형성에는 개혁을 담아야
새로운 글로벌 생산 네트워크는 다음과 같은 사항을 명심해서 구성되어야 한다. 첫째, 소재부품에 대한 대일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또 다른 특정 국가의 기업들에게 의존도를 높여서는 안 된다. 이는 이번 사태와 같이 국가의 행위가 네트워크 전체의 리스크로 작용할 경우를 대비하기 위함이다. 즉, 소재부품 공급기업의 풀을 넓히고, 전략적인 관리를 진행해야 한다.
물론 이 관리에 대한 비용이 증가할 수밖에 없겠지만, 지금의 사태에서처럼 사업의 존폐여부에 영향을 미치는 것과 같은 상황을 방지해야 한다. 이는 생산 네트워크를 유지하는데 들어가는 유지 관리 비용으로 고려되어야 하는 최소한의 대응조치이기 때문이다.
둘째, 부품소재산업 육성의 대상을 국내 중소기업에 집중시켜야 한다. 정부와 대기업이 이번 기회에 침체된 한국의 제조업 분야를 부흥시키기 위한 기반을 제공해야 한다. 기존의 대기업의 기술 탈취를 염려해 만들어 놓았던 정책들을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긍정적 협력관계 형성을 목표로 수정 및 실행해야 한다.
따라서 정부는 기존의 대기업의 벤처 투자 및 인수합병에 대한 제한 정책을 철폐하고 대기업의 연구개발에 대한 투자 세재 혜택을 늘려 틀을 마련 후, 그 혜택이 중소기업과의 협력 연계시에 적용되도록 작동 규범을 마련해야 한다. 연구개발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그리고 새로운 중소기업들과 협력 연계를 확보했고 기술 전수가 이뤄졌는지를 성과로 반영하여, 세제에 적용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셋째, 공기업의 일부 조직을 생산 네트워크 내에 참여시키고 일정 기능과 책임을 부여해야 한다. 소재 수입과 관련된 부분에 관여하여 원활한 수입이 이뤄질 수 있도록 모니터링 시스템에 참여, 대기업 위주의 가격결정구조에 참여, 모든 프로그램에서 중소기업과의 연계가 얼마나 이루어지고 이에 대한 관리 감독할 수 있는 등의 권한을 부여해 이익의 공유가 한쪽으로만 치우치지 않도록 조정의 역할을 수행토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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