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광대 한중관계브리핑 (프레시안)
[2021.08.16] 알리바바 규제 폭탄, 시진핑의 진짜 목적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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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관계연구원2021-08-16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이메일 프린트 |
中 인터넷 플랫폼 기업 규제, 미중 통상갈등 대비 포석 윤성혜 | 원광대 한중관계연구원 연구교수
알리바바(阿里巴巴)에 이어 텐센트(腾讯), 징동(京东), 디디추싱(滴滴出行), 만방(满帮) 등 중국 굴지의 인터넷 플랫폼 기업들이 정부의 다잡는 고삐에 하나 둘씩 무릎을 꿇고 있다. 당국의 규제는 비단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3대 사회문제로 떠오르고 있는 의료, 주택(부동산), 교육 분야도 정부의 본격적 관리에 들어갔다. 이로 인한 관련 주가 폭락으로 국내외 여론의 우려가 크다. 중국 정부가 규제를 강화하는 진짜 목적
하지만 중국이 국가의 성장 동력이 되는 산업을 키우고 관련 법률체계를 정비해 온 과정을 살펴보면, 최근 ‘빅테크’ 기업에 대한 중국 정부의 규제 조치는 갑작스러운 것은 아니다. 또한 한국을 비롯하여 EU, 미국 등 국가들도 최근 자국의 빅테크 기업에 대한 단속을 시작하거나 규제의 필요성이 높아지는 것으로 봐서는 이는 세계적 추세로도 볼 수도 있다. 다만, 고삐를 잡을 시기를 정하는 데 있어 작년 ‘마윈 사태’가 빌미가 되었을 것으로 판단된다. 따라서 소수 언론에서 이야기하는 것처럼 마치 중국 정부가 거대 공룡으로 성장한 ‘민영기업들을 국유화’하려 한다든가, ‘산업 자체를 죽이려 한다’는 등의 의도가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산업, 특히 서비스 분야에 있어 중국 정부의 전방위적 규제 강화의 속내는 따로 있다. 중국과 미국의 통상 갈등은 미국의 정권교체로 현재 소강상태에 있다. 양국 간 다시 본격적 충돌이 일어난다면 그때는 관세전쟁이 아닌 규범의 싸움이 될 것이다. 얼마나 선진적 경영환경을 갖추었는지가 전쟁의 우위를 가르는 잣대가 될 것이다.
미국 바이든 행정부의 통상정책은 ‘인권과 노동’, ‘디지털’ 그리고 ‘환경’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결국 이들 분야에서 미국이 요구하는 수준으로 그 표준을 끌어 올리지 못한다면, 중국은 계속적으로 미국의 공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와 더불어 1차 미중 통상갈등으로 굳게 닫혀있었던 중국의 금융시장이 열리기 시작한 만큼 서비스 전 분야에 대해서도 미국의 개방 압력이 가속화 될 것이다. 이에 대한 대비가 어느 때보다 시급하다.
이러한 관점에서 최근 중국의 규제의 목적을 다음 두 가지 측면에서 설명할 수 있다. 첫 번째는 빅테크 기업의 불공정 관행 청산을 통해 중장기적으로 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미중 통상갈등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빅테크 기업의 경영활동을 통해서 중국의 주요 정보들이 미국으로 유출되는 것을 적극적으로 막기 위해서다. 마지막으로는 중국 사회의 여론을 형성하고, 14억 중국인의 정보를 손에 쥐고 있는 빅테크 기업을 제도적 틀 안에서 적절하게 통제하여 당과 정부가 이에 대한 권한을 확보하겠다는 의도이다.
인터넷 플랫폼 기업에 대한 경쟁력 강화
중국 굴지의 인터넷 플랫폼 기업은 2000년대 초반부터 정부의 산업보호 정책 아래 자유로운 경영활동을 통해 급속도로 성장했다. 중국 최대 빅테크 기업의 눈부신 성장은 14억 내수시장과 정부의 암묵적 방관에 기반한 것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들 기업의 문어발식 확장과 인수합병을 통한 시장독점이 ‘사회문제’로 대두되기 시작한 것이다.
최근 국민 메신저로 불리는 위챗(微信)의 모기업인 텐센트가 ‘반독점법(反垄断法)’ 위반으로 벌금 처벌을 받았다. 텐센트는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에 대한 시장독점(80% 이상)을 통해서 음반사에 대한 특정판권계약, 고액의 선급금 지불 요구 등의 불공정거래 행위들이 적발되었다. 정부의 느슨한 규제를 틈타 이와 유사한 불법적 관행들이 핵심 빅테크 기업들 사이에 이미 팽배한 것이다.
미중 통상갈등 상황에서 중국은 내수시장을 계속적으로 확대발전시켜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고, 핵심기술의 독자 개발에 대한 부담을 가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디지털 산업과 시장의 건전한 생태계 구축을 위해 국가 경제를 이끌고 있는 핵심 빅테크 기업들의 불공정 행위를 더 이상을 좌시할 수 없는 것이다. 또한, 중국의 빅테크 기업이 세계적 기업으로 성장했다고 해도 경쟁력의 문제는 다른 차원이다. 중국 정부는 자국의 플랫폼 기업들의 눈부신 성장에 따른 성과에 취해 덩치만 키울 때가 아니라, 시장개방에 대비하여 기술 개발 등 경쟁력 확보가 더 시급하다고 보았다.
이러한 관점에서 플랫폼 기업에 대한 규제는 단기적으로는 영업이익의 손실로 나타날 것이다. 하지만 기업의 리스크 관리나 공정 경쟁 차원에서 기업의 경영을 선진화시키고 경쟁력을 확보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판단된다. 미중 무역 합의에 따라 금융시장을 개방할 때에도 중국은 느슨했던 규제를 강화해서 개방 전에 미리 부실 금융기업을 자체적으로 정리한 바 있다.
핵심 데이터의 국외 반출 통제를 통한 사이버 주권주의 견지
중국 정부의 인터넷 플랫폼 기업 규제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두 번째 이유는 이들 기업이 다루는 ‘데이터’ 때문이다. 중국판 우버(Uber)라 불리는 디디추싱이나 만방(물류업계 트럭 공유앱)과 같은 기업은 중국 내 주요 교통인프라 데이터, 개인정보, 주요 시설 등에 대한 방대한 데이터를 축적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이들 기업의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에 관해 정부의 특별한 제재는 없었다.
하지만 최근 디디추싱과 같이 민감 정보를 가지고 있는 기업이 외국에 상장하여 그 정보들이 외국으로 유출될 수 있는 가능성이 중국 정부에게 매우 부담으로 다가왔을 것이다. 더욱이 상장회사의 대주주가 중국이 아닌 일본과 미국 기업이라면 더 그랬을 것이다. 이에 중국 정부도 미국이 아닌 중국 국내 증시에 상장할 것을 권고했지만, 디디추싱은 미국 뉴욕 상장을 감행했다. 이에 사이버보안에 대한 조사가 착수되었고, 조사 과정에서 개인정보수집에 관한 위법사항이 적발됐다.
중국 정부는 민감 정보들이 해외 특히, 미국으로 유출되어 국가안보를 위협할 수 있다고 보았다. 더욱이 미중 간 긴장 국면에서 어떤 정보가 국가의 안보를 위협할지 모른다면 더욱 이에 대한 관리감독 강화가 필요하다. 이에 따라 2021년 7월 7일 중국공산당과 국무원은 ‘법에 의거한 증권 위법활동 엄중 단속에 관한 의견(关于依法从严打击证券违法活动的意见)’을 발표하고, 중국 기업의 미국 증시 상장 제한을 사실상 공식화했다.
이와 더불어 2021년 6월 10일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에서 ‘데이터보안법(数字安全法)’이 통과되어 9월 1일 시행을 앞두고 있다. 데이터보안법 제정으로 중국 정부는 중국 내 기업의 데이터 생산, 저장, 관리 그리고 유통까지 전 과정에서 기업이 보유한 데이터를 정부가 모두 관할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또한, ‘모바일앱 개인정보보호관리 임시규정(移动互联网应用程序个人信息保护管理暂行规定)’을 발표하여 플랫폼기업의 무분별한 개인정보수집을 엄격하게 제한했다.
이러한 정부의 조치는 인터넷 플랫폼 기업이 다루는 ‘정보’가 국가의 안보와 직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상기시켜주는 동시에 정부가 법률적 테두리 안에서 이를 효과적으로 통제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 나아가 디지털 통상에서 중국의 기본 원칙인 ‘사이버주권주의’ 견지를 위한 초석이 될 것으로 본다.
최근 중국 정부의 인터넷 플랫폼, 사교육, 부동산 등에 대한 일련의 규제는 성장의 과정에서 발생하는 폐단과 부작용을 바로 잡으려는 과정으로 보인다. 중국이 과연 기업경영의 자율성과 정부의 규제 사이에서 적절한 균형을 유지하면서 미국과의 통상갈등에 대비할 수 있을지 지속적으로 지켜볼 필요가 있다.
출처: https://www.pressian.com/pages/articles/2021081523182801165#0DKU 프레시안(http://www.pressia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