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광대 한중관계브리핑 (프레시안)
[2021.11.01] 중국, 오징어 게임 불법 다운로드 두고 소프트파워 못키운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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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관계연구원2021-11-01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이메일 프린트 |
중국, ‘오징어 게임‘ 불법 다운로드 두고 소프트파워 못키운다 [원광대 ‘한중관계 브리핑‘] 규제 아닌 개방과 포용을 통해 콘텐츠 개발해야 윤성혜 | 원광대 한중관계연구원 연구교수
넷플릭스(Netflix) 오리지널 드라마 <오징어 게임>이 전 세계적으로 폭발적 인기를 끌며 한국 문화상품의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 가고 있다. 열풍 속 주변국의 엇갈린 반응에 만감이 교차한다. 일본은 이에 대해 거론조차 하지 않거나 일부 언론을 통해 일본 드라마와 게임에 대한 표절 의혹을 제기했다. 심지어 순위 조작 가능성까지 언급했다. 하지만 오히려 일본 대중들은 “일본이 흉내 낼 수 없는 한국 드라마의 진면목”이란 평가를 내기도 했다. 한국 보다 일찍 문화산업을 꽃피운 일본의 입장에선 격세지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중국은 역시 상인의 나라답게 빠르게 오징어 게임 관련 상품(굿즈, goods) 판매를 시작하여 단기간에 엄청난 수익을 거둬들이고 있다. 하지만 불법 다운로드 및 오징어 게임과 유사한 예능 프로그램 발표 등에 국내외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중국에서는 60여 개가 넘는 사이트에서 오징어게임이 불법으로 유통되고 있다. 심지어 DVD로 제작하여 이베이에서 판매까지 하고 있다. 이에 대해서는 향후에도 같은 문제가 재발되지 않도록 정부 차원의 조치가 필요해 보인다.
한중 언론까지 가담한 느닷없는 녹색 체육복 원조 논란
이와 별개로 한중 네티즌 사이에서 벌어지고 있는 초록색 체육복에 대한 원조 논란이나 드라마 속 소품 판매에 대한 논쟁은 양국 국민들간 감정싸움으로 이어지는 것 같아 우려된다. ‘초록색’과 ‘체육복’은 각각이 가지는 예술적 의미와 해석이 매우 다양하다. 어느 작품에서나 제작자의 의도를 표현하기 위한 하나의 도구로 활용될 수 있는 것이다.
초록색 체육복 논란에 따라 이를 법률적으로 처벌할 수 있는지에 대해 전문가들도 이는 표절의 논란이 될 수 있는 대상 자체가 될 수 없다는 의견이다. 넷플릭스 측에서도 초록색 체육복에 대해서는 디자인출원을 고려하지 않았을 것으로 판단된다.
물론 오징어 게임이라는 상표를 전면에 내세워 마치 오징어 게임 관련 상품인 것처럼 판매하는 행위의 법률 위반 판단은 다른 문제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논란에 양국의 언론까지 합세해 논란을 더욱 부추기는 모양새가 안타깝다. 한국의 언론은 원조 논란이 일자, 비판적 관점이나 의견 없이 관련 내용을 ‘복붙'(복사해서 붙여넣기)해서 나르면서 논란을 더욱 부풀렸다.
이에 더해 불법 다운로드에 대해서는 침묵하던 중국 관영 매체인 <환구시보>(环球时报)도 “오징어 게임이 뜨자 한국 언론이 중국 배우 우징(吳京)의 초록색 체육복이 ‘오징어 게임’ 속 의상을 베꼈다고 주장했다”고 보도하면서 한국 네티즌들을 더욱 자극했다.
이러한 소모적 감정싸움은 문제를 해결하기 보다는 양국 국민들간 감정의 골을 더욱 깊게 만들 뿐이다. 오징어 게임의 불법 다운로드에서 시작된 논쟁인 만큼 이에 대한 반성과 이러한 문제가 반복되지 않도록 대책마련을 위한 논의가 주요 쟁점이 되어야 할 것이다.
▲ 오징어게임 포스터
불법 다운로드 조장하는 중국의 콘텐츠 규제
중국은 지난 2017년 한국의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 배치에 따라 한국의 문화상품 수입에 대한 규제를 본격화했다.
사실 외국 콘텐츠에 대한 중국 정부의 규제는 한국에만 한정된 것은 아니다. 2010년 이후 지속적으로 규제안을 발표해 오고 있고, 규제의 강도도 훨씬 강화되고 있는 추세다.
현재는 해외 콘텐츠 방영 허가를 받은 몇몇 중국기업을 통해서 외국 콘텐츠를 방영할 수 있지만, 이 또한 ‘검열’격인 사전 심의를 통과해야지만 가능하다.
중국 ‘인터넷문화관리잠행규정'(互联网文化管理暂行规定) 제16조는 민족혐오, 외설, 폭력 등 10가지 문화상품에 포함해서는 안 되는 금지항목을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10가지 항목 중 많은 부분이 관리 당국의 자의적 해석이 충분히 가능하다. 이 때문에 한국 문화상품을 비롯한 해외 문화콘텐츠가 중국 규제의 벽을 넘기는 사실상 쉽지 않다.
이에 중국 대중들은 해외 인기 프로그램을 ‘가상 사설망'(VPN)을 통해 우회접속하거나 불법 다운로드를 통해서만 접근할 수 있다. 결국 중국 정부가 이에 대한 시장을 개방하지 않는 이상 중국 소비자들의 불법 행위를 근절하기는 어렵다고 봐야한다.
미국과 디지털전쟁을 앞두고 최근 몇 년간 중국 정부는 지식재산권 강화를 위한 법률개정 및 대중의 인식제고 정책을 강화하고 있다. 하지만 오징어 게임 사례에서와 같이 대중의 근본적 욕구를 법률로 규제하고 있는데, 이에 대한 인식 제고를 요구하는 것이 과연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다. 이는 향후 미국과의 싸움에서도 중국에게는 상당한 약점으로 작용할 것으로 판단된다.
중국은 유구한 역사와 다양한 전통문화를 보유한 사실만으로도 문화콘텐츠에 있어 이미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었다 할 수 있다. 이를 바탕으로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기르는 것은 국가가 나설 일도 아니고 나서서도 안 된다.
중국은 2001년부터 꾸준히 자국의 문화산업 발전을 위한 정책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의 매년 한국 드라마나 예능 프로그램 표절, 불법 다운로드 등 문제들이 제기되고 있다.
창작이라는 것은 어찌 보면 모방에서 시작된다. 차라리 중국의 제작자들이 외국과의 합법적인 협업을 통해서 중국만의 콘텐츠를 만들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오히려 문화산업을 발전시키는 지름길 일 수 있다.
‘간섭하지 않는 지원‘이 진정한 소프트파워를 기르는 것
중국이 정책적으로 문화산업을 발전시키려고 하는 것은 경제와 군사력으로 대변되는 소위 ‘하드파워’와 함께 사회주의 문화강국이라는 ‘소프트파워’를 높이기 위함일 것이다. 최근 방탄소년단(BTS)에서부터 기생충과 미나리, 오징어 게임까지 K-문화 콘텐츠에 국제사회가 열광하면서 한국의 소프트파워가 재조명되고 있다.
한국의 문화산업도 할리우드, 일본 등 문화 선진국의 힘에 밀려 고전을 면치 못할 때가 있었다. 중국과 비슷한 시기인 2000년대 한국 정부도 문화산업 육성을 위한 지원정책을 시작했다.
하지만 중국의 지원과 다른 점은 정부가 창작의 자유를 존중했다는 것이다. 이 덕분에 불평등, 사회부조리, 권력 등 다양한 사회 현상들을 문화 콘텐츠로 만들어낼 수 있었다. 오늘날 한국의 소프트파워는 이러한 시도들이 만들어낸 산물이라 볼 수 있다.
중국이 ‘불법 다운로드 국가’라는 오명을 벗고 진정한 사회주의 문화강국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타국 문화에 대한 개방과 포용이 무엇보다 우선시 되어야 할 것이다. 한국은 중국의 불법 다운로드에 대해서는 강력하게 대응해야겠지만, 정부차원에서 중국이 점차적으로 시장을 개방하고 협업할 수 있도록 독려할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양국이 국민적 감정싸움보다는 보다 건설적으로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데 보다 힘을 쓸 필요가 있다.
출처: https://www.pressian.com/pages/articles/2021102917270660159#0DKU 프레시안(http://www.pressia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