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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광대 한중관계브리핑 (프레시안)

[2021.11.05] ‘오커스 동맹’의 장벽 앞에 선 중국, 어떤 길을 걸을 것인가
[2021.11.05] ‘오커스 동맹’의 장벽 앞에 선 중국, 어떤 길을 걸을 것인가
한중관계연구원2021-11-05

공세적 외교 계속되면 아시아 국가들도 중국 견제 동참할 수밖에 없어

권의석 | 원광대 동북아시아인문사회연구소 연구교수

 

 

2021년 9월 15일, 미국 조 바이든 대통령, 호주 스콧 모리슨 총리, 영국 보리스 존슨 총리는 기자회견을 통해 삼국이 오커스(AUKUS) 동맹을 맺었음을 공식적으로 발표하였다. 이번 동맹 체결을 통해 미국, 영국은 호주의 핵잠수함 보유를 돕고, 사이버 전쟁, 인공지능, 퀀텀 기술, 해저 기술 등을 함께 개발하는 등 다양한 방면의 군사적 협력을 약속했다.

이들은 오커스 동맹의 표적이 어느 나라인지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지만, 동맹의 성격 등을 고려할 때 중국 견제가 주요 목적임이 분명했고 실제로 중국 역시 오커스 동맹을 “구시대적 냉전 사고방식”이라며 맹비난했다.

 

▲ 지난 9월 15일(현지 시각) 조 바이든(가운데)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보리스 존슨(화면 오른쪽) 영국 총리, 스콧 모리슨(화면 왼쪽) 호주 총리와 화상으로 가진 공동 기자회견을 통해 3국의 새로운 안보 파트너십인 ‘오커스'(AUKUS)를 시작한다고 발표했다. ⓒ백악관 유튜브

 

2010년대 호주와 중국의 밀월관계

 

오커스 동맹을 결성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호주의 대중국정책 변화다. 호주는 1940년대 말부터 미국의 아시아-태평양 전략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해온 동맹국으로, 한국전쟁, 베트남전, 테러와의 전쟁에 파병까지 할 정도로 미국에 전략적, 군사적으로 적극적으로 협조해왔다.

 

하지만 2010년대 중국이 호주의 최대 교역국이 될 정도로 양국 교류가 늘면서 호주와 중국 간의 관계가 긴밀해지게 되었다. 동시에 외교정책의 축 역시 기존의 미국, 영국 중심에서 아시아 방향으로 옮겨가기 시작했다.

 

중국과의 관계 진전에 고무된 호주 정부는 2012년, “아시아의 세기(Asian Century)” 백서를 발간하여 중국과의 관계를 폭넓게 발전시키겠다고 공언했다. 2014년에는 중국과 호주 간의 자유무역협정이 체결되고, 중국 시진핑 주석이 호주를 국빈 자격으로 방문하는 등 양국의 관계도 새로운 시대를 맞는 것처럼 보였다.

 

시진핑 주석은 호주 의회 연설에서 상호 간의 이해와 신뢰를 강조하며 호주와 중국이 “전략적 동반자”로서 공동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며, 해양 지역에서 주변국과 이해관계가 충돌하더라도 이를 평화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노력할 것을 약속했다.

 

중국의 전랑외교와 호주중국간 관계 약화

 

하지만 호주 의회 연설에서 밝힌 것과 달리, 시진핑 주석은 집권 초기부터 서구권에 대한 적대감과 중국 굴기의 필요성을 강조해왔다.

 

2013년 1월 시진핑 주석이 당 총서기로 선출된 직후, 당 중앙위원을 대상으로 한 세미나에서 “중국 특색 사회주의”의 우수성을 강조하면서 이를 실현하기 위해 “중국의 국력을 꾸준히 확대”하고 “자본주의보다 우월한 사회주의”를 건설하여 “중국이 주도권을 쥐고 지배적인 위치를 점하고 있는 미래”를 향한 기틀을 닦을 것을 요구했다. 이는 소위 “전랑외교(戰狼外交)”라고 하는 중국의 공세적인 외교정책의 사상적 기반이 되었다.

 

시진핑 주석은 이와 같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경제적, 기술적 역량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는데, 중국은 호주의 약한 부분, 즉 중국 경제에 대한 의존과 정체된 호주-미국 관계를 노리며 호주를 중국 영향권 안으로 끌어들이려 하였다.

 

2016년에는 베이징과 연결된 중국 기업들이 호주의 주요 정당인 노동당과 자유당 양쪽 모두에 거액의 정치자금을 기부하고 있었음이 밝혀졌고, 2017년에는 노동당 샘 다스티아리 상원의원이 중국 사업가로부터 받은 정치 후원금 때문에 사임하기도 했다.

 

이후 2016년부터 중국 해커들이 호주 의회, 기상청, 로펌, 연구소에 대한 해킹을 시도한 사실이 발각되어 파문이 일었다. 이러한 일련의 사태로 호주 내 중국에 대한 여론이 악화하던 상황에서 코로나19가 전 세계적으로 유행하게 되자 호주 정부가 코로나19 바이러스의 기원을 조사할 것을 촉구했고, 이에 중국이 호주의 대중국 주요 수출품에 보복 관세를 부과하는 조처를 하면서 양국 관계는 최악의 상태에 이르게 되었다.

 

이 시기 중국의 경제적 압박에 시달려야 했던 것은 호주만이 아니다. 일본은 센카쿠열도/조어도를 둘러싼 영토분쟁을 겪었고, 한국은 미국의 종말단계 고고도지역방어(THAAD, 사드) 시스템 배치에 동의하였다는 이유로 경제보복을 겪어야 했다.

 

남중국해에서는 중국이 일방적으로 암초와 섬을 요새화, 군사화하면서 동아시아와 태평양 국가들이 통행의 자유 침해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 여기에 홍콩 시민집회를 진압하고 대만에 대한 무력 도발을 강화하는 모습 역시 세계 민주주의 국가가 가지는 중국에 대한 공포를 더욱 자극했다.

 

오랜 우방과의 협력으로 돌아선 호주

 

이처럼 중국의 공세가 거세지자, 호주가 다시 찾게 된 상대는 미국이었다. 미국과 중국의 관계가 안보, 무역 등의 이유로 급격히 악화된 상황에서 취임한 조 바이든 대통령은, 트럼프 행정부 당시 훼손된 동맹관계를 회복하고 세계 민주주의 국가의 믿음직한 리더로서 중국의 도전을 막아낼 것을 천명했다. 이 때문에 중국에 대한 위기감을 공유하는 미국과 호주, 그리고 양국의 핵심 파트너인 영국이 군사 협력 강화를 골자로 한 동맹을 형성하게 되었다.

 

호주가 기존 프랑스와의 디젤 잠수함 인도 계약을 철회하고 미국의 핵잠수함 기술 이전 및 개발을 수용하기로 한 점은 오커스 동맹에서 호주가 중국 견제의 선봉에 서게 되었음을 잘 보여준다. 핵잠수함은 디젤 잠수함보다 운항 속도와 거리 모두 우위에 있고, 주기적으로 충전을 위해 수면으로 부상해야 하는 디젤 잠수함과 달리 오랜 시간 잠항할 수 있다.

 

오커스 동맹이 “인도-태평양 지역의 자유로운 항행” 보장을 주요 과제로 내세운 상황에서, 호주가 핵잠수함을 도입하기로 한 것은 호주가 인근 영해뿐만 아니라, 동중국해, 남중국해, 인도양, 서태평양 등 중국의 영향력이 미칠 수 있는 해역에서도 작전을 수행하고자 함을 의미한다.

 

서구 동맹 간 파열음에도 불구하고 계속되는 중국의 고립

 

호주가 오커스 동맹을 결성하며 약 77조원 규모에 달하던 프랑스와의 디젤 잠수함 인도 계약을 파기하자 프랑스는 이를 “등에 칼을 꽂는 행위”라며 삼국의 결정을 맹비난했다.

 

특히 프랑스가 타격을 입으면서, EU, NATO가 대치하고 있는 러시아가 중국과의 관계를 강화하는 상황임에도 미국이 EU보다 영국을 더 우선시하며 NATO의 연대가 훼손되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오커스 동맹이 서구의 연대를 약하게 하여, 결과적으로 서구권의 봉쇄를 뚫고자 했던 중국에만 이로운 결과를 가져온 게 아니냐는 주장이다.

 

하지만 오커스 동맹과 EU의 갈등은 단기적인 현상일 가능성이 크다. 오커스 동맹이 출범하게 된 가장 중요한 이유는 결국 중국의 호전적인 전랑외교 때문이고, 중국의 공세적 압박을 받는 국가가 호주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2010년대에 들어서면서 중국과 경제적으로 긴밀한 관계가 있던 한국, 일본, 아세안(ASEAN) 등 주변국 모두 사드 배치로 인한 경제보복, 조어도/센카쿠열도 분쟁으로 인한 반일 불매운동,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을 겪으면서 기존 중국과의 관계를 재검토하며 대중국 의존을 줄여가고 있다.

 

여기에 코로나19 초기 대응, 그리고 EU에게도 민감한 사안인 위구르족에 대한 인권 학대 논란까지 더해지면서 주요 선진국 내 중국에 대한 여론은 압도적으로 부정적인 상황이다.

 

이처럼 국제적인 고립을 맞았지만, 중국이 단기간 내에 자국의 공세적인 외교정책을 변경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당장 올해만 해도 중국은 대만과의 통일을 강조하는 한편 총 600여 대의 중국 군용기를 대만 방공식별구역 안으로 비행시키는 등 대만해협 내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다.

 

최근 중국의 경제성장이 점차 둔화하고 인구 역시 고령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공산당과 정부에 대한 개인 지배를 강화하는 시진핑 주석으로서는 중국을 세계적 강대국 지위에 올려놓고 대만 통일의 과업을 달성하는 것이 장기 집권을 위한 새로운 명분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를 단시간 내에 달성하기 위해 현재의 공세적인 외교를 이어간다면, 결국 아시아 주변국들은 냉전 기간 형성된 미국의 동맹을 재평가하며 중국 견제에 동참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국제적 고립을 자초한 중국이 이를 타개하기 위해 어떠한 정책을 취할지 주시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출처: https://www.pressian.com/pages/articles/2021110417415872375#0DKU 프레시안(http://www.pressi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