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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광대 한중관계브리핑 (프레시안)

[2022.01.07] 중국, 미국을 상대로 디지털패권 장악할 수 있을까
[2022.01.07] 중국, 미국을 상대로 디지털패권 장악할 수 있을까
한중관계연구원2022-01-07

중국, 미국을 상대로 디지털패권 장악할 수 있을까

[원광대 한중관계 브리핑‘] CPTPP 국가들이 중국을 내칠 수만은 없는 이유

윤성혜 | 원광대 한중관계연구원 연구교수

 

 

2021년 중국은 미국과의 통상분쟁이 소강상태를 보이며 겉으로 보기에는 다소 무난히 보낸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내적으로는 다소 요동치는 한해였다. 여러 뉴스들이 있지만, 그 중에서도 인터넷 플랫폼 기업에 대한 규제의 칼날은 다소 의외라 생각할 수 있다.

중국의 소위 ‘빅테크'(정보기술을 이용하는 대형 기업) 기업은 세계 시장에서 한창 주가를 올리며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데, 이 시점에서 국가가 제동을 건 것이다. 또한 이들 기업은 중국 정부가 주창하고 있는 ‘디지털 중국’ 건설의 핵심 요소이기도 하다.

 

빅테크 기업 규제는 세계 디지털패권 장악을 위한 기초 다지기

 

빅테크 기업에 대한 규제로 그간 그들이 누려왔던 ‘무소불위’의 좋은 시절도 막을 내렸다. 이러한 규제정책은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은 그 동안 정부의 지원 아래 양적으로 방만한 성장을 하던 기업들이 질적으로 내실을 다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중국의 빅테크 기업은 향후 중국 경제의 중추로써 세계시장에서 미국기업들과의 경쟁에서 살아남아야하는 과제에 직면해 있다. 더욱이 화웨이(Huawei, 华为) 사례에서도 보았듯 단순히 시장에서 살아남는 문제가 아니라 미국 정부의 정책적 공세도 뚫을 정도로 버텨야 하기 때문에 쇄신이 필요한 것이다.

 

다른 이유는 디지털안보와 관련된 것이다. 중국은 세계 디지털 패권 전장(战场)에서 줄곧 ‘사이버주권주의(cyber sovereignty)’를 내세우며 사이버보안에 대한 보수적 시각을 드러낸바 있다.

 

2021년 한 해 동안 중국은 유래 없이 빠른 속도로 관련된 법률법규를 제정하며, 사이버주권주의를 구체적 법률형태로 실현했다. 구체적으로 2017년 6월 1일 발효된 ‘사이버보안법'(中华人民共和国网络安全法) 의 이행을 위한 세칙들이라 할 수 있다.

 

9월 1일 실시된 ‘핵심정보기반시설안전보호조례'(关键信息基础设施安全保护条例), ‘데이터보안법'(中华人民共和国数据安全法), 그리고 11월 1일 실시된 ‘개인정보보호법'(中华人民共和国个人信息保护法) 등에서 개인정보를 포함한 중요 및 핵심 데이터의 경외 반출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지난해 6월 중국 최대 차량호출 서비스 업체 디디추싱(滴滴出行)은 미국 상장을 앞두고 정부규제로 결국 상장이 폐지됐다. 이는 중국의 핵심데이터를 다량으로 보유하고 있는 업체의 미국 상장으로 관련 데이터가 미국으로 유출되는 것을 우려한 조치라 볼 수 있다.

 

사이버보안, 특히 데이터보안의 문제는 디지털패권 싸움에서 중국과 미국이 첨예하게 대립각을 세우는 부분이다. 이 때문에 본격적인 출전에 앞서 집안 단속에 들어 간 것으로 볼 수 있다.

 

▲ 화웨이 마린이 구축한 해저케이블 ⓒHuawei Marine Networks 홈페이지 갈무리

 

중국, CPTPP 가입으로 디지털패권 주도권 장악 시도하나

 

사실 디지털패권은 세계 디지털 질서, 즉 규범화를 누가 장악하느냐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과거 세계무역기구(WTO) 체제 확립을 주도한 미국은 세계 무역을 장악했고, 이를 바탕으로 패권을 유지할 수 있었다.

 

세계 무역 질서가 디지털로 패러다임이 전환되는 이 시점이 중국에게는 절호의 기회가 아닐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대외적 질서 구축을 위한 노력은 크게 눈에 띠는 실적이 없다.

 

반면, 미국은 중국에 비해 적극적으로 질서를 구축해 나가고 있다. 미국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통해 디지털 무역의 국제 규범화의 기틀을 마련했다. TPP는 미국이 탈퇴하면서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로 명칭이 바뀌었다.

 

하지만, ‘데이터의 자유로운 이동’이라는 미국이 디지털 무역에서 추구하는 바가 그대로 반영되어 있다. 이후 체결되었던 양자 및 다자 디지털협정에서 TPP의 디지털 규범이 표준으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다.

 

미국이 참여하고 있는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 미-일 디지털통상협정(DTA)뿐만 아니라 싱가포르-뉴질랜드-칠레 디지털경제동반자협정(DEPA), 싱가포르-호주 디지털경제협정(DEA) 등도 TPP의 관련 규정을 근간으로 하고 있다.

 

최근 중국이 CPTPP가입 신청서를 제출하면서 새로운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중국의 CPTPP가입에 부정적이다. 기본적으로 CPTPP가 추구하는 데이터 자유화 자체가 중국의 국내법규에 대치된다.

 

또 중국은 현재 CPTPP의 여러 회원국들과 정치·외교적 사이도 원만하지 못하다. CPTPP는 회원의 만장일치가 있어야 가입이 가능한데 과연 이들이 동의할 지도 의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가입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중국이 데이터의 해외이전을 법률상 금지하고 있지만, 그 대상이 ‘핵심’ 및 ‘주요’ 데이터이다. 또한 이들이 유출될 경우 국가의 안전을 위협한다는 ‘명목’을 가지고 있다. 이 점은 CPTPP에서 데이터 자유의 제한을 허용하고 있는 “정당한 공공정책의 목적 달성(legitimate public policy objective)”에 부합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기타 쟁점이 되는 노동권보장, 환경, 국유기업 관련 규정 또한 맞추려고 한다면 절대로 불가능한 것은 아닐 것이다. 회원국들의 반대 문제 또한 극복 못 할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 2001년 중국은 WTO에 극적으로 가입했다. 그것도 미국의 도움으로 말이다. 그런 일이 또 일어나지 말라는 법은 없다.

 

중국 표준이 곧 세계 표준

 

중국이 호기롭게 CPTPP에 가입신청서를 내는 등 국제사회에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것은 디지털 핵심 기술 표준이라는 믿는 구석이 있기 때문일 것으로 본다. 독일의 특허정보 분석업체에 따르면, 전 세계 5G 유효특허부문의 점유율 1위는 화웨이이다. 세계 경제의 디지털화가 가속될수록 중국의 5G 핵심기술의 전 세계 확산도 빨라질 것이다.

 

새로운 경쟁구도가 만들어지지 않는 한 중국의 기술 표준이 세계 표준으로 발전될 가능성이 높다. 상황이 이러한데 중국이 굳이 국가간 이해관계로 협상이 지지부진한 다자협정에 목멜 필요가 있었을까 싶다.

 

중국이 그간 매년 ‘전국 표준화 업무 요점'(全国标准化工作要点)을 발표하고 IoT, 클라우드, 빅데이터, 5G, 인공지능 등 차세대기술의 국내 및 국제표준 제정에 공을 들인 이유가 있었다.

 

이와 더불어 ‘일대일로 건설에 산업통신업 표준화 업무 서비스에 관한 실시의견'(关于工业通信业标准化工作服务于”一带一路”建设的实施意见)을 발표하고 일대일로 연선국과 함께 국제표준 제정을 시도하기도 했다. 연선국을 중심으로 중국의 주도권과 영향력을 확대해 나간다는 전략인 것이다.

 

디지털 실크로드로 불리는 해저케이블에 있어서도 중국의 주도권이 눈에 띤다. 전 세계 통신 데이터의 95%를 전달하고 있는 해저케이블 중 90여 개를 화웨이 마린(Huawei Marine)이 담당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GPS 위성항법시스템도 부지불식간에 중국의 베이도우(北斗)로 대체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디지털 핵심 기술의 표준 제정은 중국의 디지털패권 장악을 위한 든든한 지원군이 될 것이다. 하지만 미국의 반격이 있다. 미국은 중국의 이러한 움직임에 대비하기 위해 2021년 9월 EU와 무역기술위원회(TCC)를 출범시켰다. 이에 올해는 중국과 미국 간 디지털패권 경쟁이 더욱 치열해 질 것으로 예상된다. 더불어 디지털 분야의 기술 규범도 한층 강해질 것으로 판단된다.

 

이에 중국과 미국을 중심으로 제정되는 디지털 기술규범에 보다 촉각을 곤두세우고 민첩하게 대응하는 것이 필요할 것으로 본다.

 

출처: https://www.pressian.com/pages/articles/2022010611585089429#0DKU 프레시안(http://www.pressian.com)